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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oklaire 북클레어 Oct 26. 2024

[소설] 눈사람들의 일상

꼰대 오리눈사람, 올라프 눈사람, 피카츄 눈사람


눈사람들의 일상은 주로 아직 동심을 잃지 않은 저학년의 초등학생들의 등교와 함께 시작되었다. 아이들이 학교에 도착하면 고민이 있어 보이는 아이들에게 먼저 달려가 말을 걸고, 쉬는 시간마다 창밖을 바라보는 아이들에게는 반갑게 손을 흔들어 인사를 나누거나 서로만의 신호를 보내며 장난을 치곤 했다. 학교가 끝나고선,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거나, 환상을 보여주며 함께 놀곤 했는데 눈사람들에게는 가장 행복한 시간이었다. 눈사람들은 이러한 아이들과의 추억을 마름모 모양의 눈결정체 안에 담아두곤 했다.


운동장 어디에선가 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이들이 쉬는 시간에도 새로 만들어진 눈사람들과 함께 놀기 위해 찾아온 것이었다. 


“와! 올라프 눈사람이다!” 


“누가 토토로 눈사람도 만들어놨어! 잘 만들었다!”


무리로 몰려온 아이들은 잘 만들어진 인기 많은 캐릭터의 눈사람들에게 관심을 보이며 다가왔다.


“나 좀 멋있지 않니?” 


아이의 관심을 받은 올라프 눈사람은 행복해하며 자신의 마음을 노래로 부르며 빙그르르 한 바퀴를 돌아보였다. 어린아이들이든 어른들이든 모두 인기 많은 캐릭터로 만들어진 눈사람에 관심을 기울이며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었다. 동네 어른들마저 잘 만들어진 멋진 캐릭터 눈사람들을 구경하러 초등학교 운동장까지 찾아오기도 했다. 하지만 아무도 그 옆에 있는 누군가 새로 만든 작은 젤리 눈사람에 대한 관심은 미미했다. 


젤리 눈사람은 인기 많은 캐릭터 눈사람들에게 밀려 한쪽 구석자리에서 덩그러니 아이들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젤리 눈사람을 제외한 다른 눈사람들은 아이들의 마음을 담아 만든 환상을 보여주며 신나게 놀고 있었다. 아이들의 눈앞에는 롤러코스터가 있었다.


“이것 봐! 범블비야!”


모험을 좋아하는 아이가 피카츄 눈사람을 통해 범블비 캐릭터 얼굴을 하고있는 롤러코스터 환상을 만들어냈다. 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로보트 캐릭터를 상상으로 불러낸 것이었다. 피카츄 눈사람과 아이들이 함께 롤러코스터에 탑승했다. 롤러코스터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느린 속도로 맑은 하늘을 향해 올라가기 시작했다. 


“와, 높은 곳으로 올라간다!” 아이가 신나 옆의 친구를 쳐다보며 말했지만, 다른 한 아이는 두 눈을 꼭 감고 있었다. 고소공포증을 가지고 있어 한 번도 놀이기구를 타본 적이 없는 아이였다. 


“너는 진짜 너무 겁쟁이야!” 아이가 겁에 질린 옆의 친구의 표정을 보며 놀렸다. 


롤러코스터는 거의 직각의 각도에 가깝게 떨어지기 시작했다. 롤러코스터의 열차는 꽤 오랫동안 떨어지다가 물속으로 청벙 들어갔다. 물속에는 바둑이처럼 하얗고 까만 엄청난 크기의 범고래가 보였다. 아이는 범고래와 눈이 마주치자, 손을 흔들어 인사를 해주었다. 범고래는 한쪽 지느러미를 들어 아이의 인사에 답했다. 피카츄 눈사람도 범고래에게 손을 흔들었다. 


열차는 물속에서 빠져나오더니 또 하늘로 높게 높게 치솟아 올라가고 있었다. 계속 오르고 올라 우주에까지 닿아 열차 뒤로는 파란 지구가 보였다. 아이는 손을 쭈욱 뻗어 옆에 있는 별을 잡아보려 했다. 별은 아이의 손바닥 위에서 반짝이고 있었다. 아이가 손에 있던 별을 멀리까지 던져보았다. 별은 쏜쌀같이 멀어져 시야에서 사라졌다.


열차는 한참을 달리더니 다른 행성으로 향했다. 다른 행성으로 도착해 열차가 다시 직각으로 떨어졌다. “우와~아~아~아~아~아~” 열차가 덜컹거릴 때마다 아이들의 목소리도 그에 맞춰 진동했다. 


“도대체 이런 걸 왜 좋아하는 거야!” 아이의 친구는 잠깐 한쪽 눈을 떴다가 다시 감으며 소리쳤다. 신비한 행성으로 떨어지면서 행성의 대기권에서 지나가는 구름들이 보였다. 아이는 구름도 솜사탕처럼 손으로 잡아 옆으로 쭈-욱- 늘려 흩트려 놓았다. 흩어진 구름이 아이의 양 옆으로 지나갔다. 피카츄 눈사람도 아이를 따라 구름을 잡아 후-하고 불어보았다. 


이곳 하늘에는 익룡들이 살고 있었다. 부리가 이쑤시개처럼 긴 익룡 한 마리가 아이를 향해 빠르게 날아왔다.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눈을 질끈 감으면서 핸들을 왼쪽으로 꺾었다. 아이가 핸들을 상상하자, 핸들이 생겨난 것이었다. 아이는 이제 열차를 조종하여 요리조리 익룡들을 피해 빠른 속도로 달렸다. 


익룡들을 모두 피하고 나니 용암이 끓는 화산들도 있었다. 화산이 아이가 있는 높은 곳까지 터져 아이는 왼쪽으로 확 꺾기도 하고 오른쪽으로 확 꺾기도 하여 모든 용암들을 피했다. 하지만 이번엔 화산가스가 아이의 눈앞을 가려 아무것도 볼 수가 없었다. 


“아! 어떡해! 아무것도 안 보여!”


열차는 무언가에 부딪혀 다시 밑으로 하강했다.


“아~~~~~~~~” 

“아~~~~~~~~”


열차가 하강하고 아이들은 또 다시 어디론가에 와있었다. 아이들은 다시 운동장으로 돌아와 있었다. 아이들과 눈사람은 서로를 쳐다보며 꺄르르 웃고있었다.


젤리 눈사람은 행복한 합창이 들려오는 곳을 쳐다보았다. 분명 같은 공간에 있었지만, 눈사람은 혼자처럼 느껴졌다. 다른 눈사람 친구들은 모두 자신을 만들어준 아이들이 찾아왔다. 그들은 언제나 서로의 마음을 잘 아는 가장 친한 친구가 되어주었다.


꼰대 오리 눈사람이 아이들과 눈사람들이 놀고 있는 곳을 바라보고 있는 혼자 남겨져있는 젤리 눈사람을 발견하고는 옆으로 다가왔다.


“너를 만들어준 아이도 찾아 올거야.” 까칠하던 꼰대 오리 눈사람이 지나가는 척 얘기해주었다.


“…나를 좋아해줄까?”


“그럼, 많이 좋아해줄게다. 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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