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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셀러 작가가 알려주는 퇴고의 꿀팁

by 북레터

25년 1월 31일, 함박눈이 쏟아지던 공모전 마감일. 저는 점심시간이 지나, 오후 1시까지도 공모전에 출품할 소설 수정을 완성하지 못해 쫄깃한 시간의 압박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소원문학상 청소년 부분 장편 분량은 원고지 500매 내외예요. 그런데 저의 소설, <www.판데모니움.net> 초고 분량은 무려 780매!! 1/4 이상을 덜어내야 했습니다.

그런데 경험이 전무한 초보 작가는 엄청난 헛발질을 하고 맙니다. 소설 초고 쓰기가 힘들지 분량 쳐내는 거야 뭐 힘들겠어?? 소설 분량 줄이는 게 무슨 머리 커트하듯 숭덩숭덩 잘라내면 된다고 생각했는지 출품 보름전까지 한가하게 시간을 흘려보낸 것이죠.


제가 30화 연재를 마친 작년 것이 작년 11월 20일이었어요. 이제 막 소설의 초고를 완성했거나 마무리 단계인 작가님들, 작품 완성 후 밀려드는 해방감 아시죠? 장편 하나를 완성하려면 짧아도 3~4개월, 저처럼 거북이 속도인 사람들은 보통 8~9개월 이상을 갈아 넣어야 하기 때문에 체력적으로, 정신적으로 매우 힘이 듭니다. 연재가 끝나니 다시는 소설을 안 쓸 것처럼, 다시 읽어보기도 싫더군요. 그래서 마지막 화를 올린 후 당시 군에 있던 아들 면화 다녀오고 친구도 만나고, 문화생활도 하면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렇게 한 달 넘게 푹 쉬고 1월, 공모전에 출품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제 작품과 결이 맞을만한 공모전을 살펴보기 시작했습니다.


잠깐, 공모전 소식 어디서 살펴보시나요? 다양한 공모전 일정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사이트가 있어 링크 올립니다.

https://ilovecontest.com/munhak/board/bbs/board.php?bo_table=contest


<ilovecontest.com>이라는 사이트인데요. 시, 소설, 수필, 동화, 동시, 드라마, 시나리오 등 다양한 공모전

소식을 월별로 혹은 장르별로 찾아볼 수 있어 참 편합니다. 혹시 공모전 준비 중인 작가님들 참고하세요.


여러 공모전 내용을 찾아보고 소원 나무 출판사 공모전에 도전하기로 1월 초순 마음을 굳혔지만, 정작 초고 수정에 들어간 것은 1월 15일이 지난 후였습니다. 아.. 그런데 저의 예상과는 달리 퇴고란 블랙홀처럼 시간을 끝없이 삼켜버리는 무시무시한 작업이더군요. 보름을 꼬박 수정하고도 원고 발송 마감 기일인 1월 31일까지 500매 내외의 분량을 맞추지 못해 이러다 출품 포기의 위기감을 느꼈습니다. 급할 때는 왜 그렇게 시간이 초고속으로 흐르는 것인지?!? 아침 점심 다 굶고, 초조한 상태에서 작업을 겨우 마무리한 것이 2시 20분이었습니다.


눈이 많이 내리고 있어 우체국까지 가는 동안 혹시 접촉사고라도 생길까 봐 조심조심 운전해 마침내 원고를 발송한 것이 3시!! 평일 우체국 마감 시간이 4시니, 조금만 작업이 지체되었으면 정말 소원문학상 출품을 못 할 뻔했어요. 원고 수정은 객관적으로 작품 전체를 조망하고 작가의 의도, 작품의 주제를 자연스럽고, 일관되게 작품에 녹여내야 하는 과정이라 정말 공을 들여야 하고 시간도 많이 필요합니다.

퇴고를 마치고 쉬는 동안 스티븐 킹 작가의 <유혹하는 글쓰기>를 읽었는데 미리 이 책을 읽었다면 좀 더 완성도 있게 퇴고 할 수 있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간단하게 스티븐 킹 작가가 퇴고하는 방법을 알려드릴게요.



퇴고는 '거리를 두는 시간'이 필요하다. 초고를 완성한 후 퇴고하기 위해선 원고가 낯설게 보일 정도의 충분한 시간차를 두어야 한다. 빵 반죽을 한동안 그대로 놓아두는 것과 비슷하다. 적어도 6주는 필요하다. 때가 되면 문을 닫고 한자리에서 전체를 다 읽어본다. 오자를 고치고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을 찾는데 집중하라.

플롯과 등장인물의 성격에서 허점을 발견하고 원고에 'V'라는 부호를 표시한다. 삭제하거나 변경할 부분이 있는데 생각나지 않으면 메모해 둔다. 의미를 명확히 하고 굳이 없어도 되는 부사들을 삭제한다.


-스토리에 일관성이 있는가?

-그 일관성을 시처럼 우아하게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반복되는 요소들이 어울려 어떤 주제를 이루고 있지는 않은가?


정말 중요한 것 한 가지! 리스본 고등학교 3학년 때 투고 후 나는 출판사에서 이런 쪽지를 받았다.

이 쪽지를 쓴 사람은 나에게 큰 도움을 베풀었다. 나는 이 공식을 마분지에 베껴 타지가 옆벽에 테이프로 붙였다. 그 직후부터 좋은 일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 공식을 보기 전에는 초고가 4천 단어였다면 수정본은 5천 단어로 늘어나기 일쑤였다. 그러나 그 공식을 본 후 4천 단어의 초고는 3600 단어를 목표로 수정했다. 적절한 삭제는 즉각적이며 놀라웠다. 이후 수많은 작품이 계약되었고 좋은 평가를 받기 시작했다.



퇴고를 해보니, 50년 베스트셀러 작가 스티븐 킹의 조언이 정말 뼈가 되고 살이 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작가는 작품에 대해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아 분량이 늘어나기 쉬운데, 과감하게 초고를 줄이고 문장을 정돈할 것! 퇴고에 정말 중요한 팁이라 생각되니 꼭 적용해 보시기 바래요~!


원고를 발송하고 우체국 문 앞에서 바라본 하늘에선 여전히 함박눈이 쏟아지고 있었습니다. 결과는 알 수 없지만, 바로 이 시간이 축복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 해 동안 최선을 다해 집필한 작품을 출품할 수 있어서 감사했고, 아무도 알아주지 않지만 스스로와의 약속을 지키고 도전을 이루어 냈다는 사실이 행복했어요.

소원 나무 출판사 공지에 발표는 3월 2일로 예정되어 있었습니다. 그때까지는 또 쉬어도 되지 않을까? 시간 압박으로 쫄깃했던 퇴고, 아슬아슬한 원고 투고를 마친 후 저는 또 2월 내내 즐거운 휴식기를 가졌습니다. 발표일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오자 인간적인 기대감도 살짝 있었지만 사실, 탈락이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원고 수정에 충분한 시간을 할애하지 못한 것, 그래서 완성도 면에서 스스로 좋은 점수를 줄 수 없다는 점이 가장 마음에 걸렸습니다. 다음번 출품 때에는 정말 최선을 다해 넉넉히 시간을 두고 탈고하자! 가 이번 공모에서 배운 것이라 생각했죠. 그렇게 시간이 흘러 짧은 2월 마지막 날! 그날의 이야기는 다음 시간에 이어갈게요.




★내가 글쓰기를 좋아하는 이유는 모든 일이 일시에 연결되는 통찰력의 순간이 있기 때문이다.-스티븐 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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