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학교 입학 첫날
"운이 상당히 좋은 것 같아요."
"네? 그런가요?"
"M선생님은 굉장히 카리스마 있고 열정적으로 공부를 좀 시키는 선생님이에요. K선생님은 포용력이 있고 따뜻한 선생님이고요"
"아.. 네.. "
학교 첫날 입학할 때 이민해서 살고 있는 한국인 학부모가 귀띔해 주었다. M선생님은 첫째아이 담임선생님이고 K선생님은 둘째아이 담임선생님이다.
Term 1이 끝났다
초등 2학년을 마치고 온 첫째 아이는 Year 5, 초등 1학년을 마치고 온 둘째 아이는 Year 3. 첫째 아이는 Mt. Pukeatua라는 곳으로 1박 2일 무사히 캠프도 마쳤다. 캠프 가서 Night walk도 하고 극기훈련같은 4시간 산행까지 마쳤다. 완전히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것이 힘들 텐데도 아이들은 다행히 학교생활도 잘 적응했다. 학교 수업을 제대로 따라가는지 궁금했다.
학교 선생님과 상담한다는 것
이건 분명 내가 불리한 상황이겠지? 아이들이 잘하거나 그렇지 않거나 선생님과 학교 상담을 가는 길은 항상 긴장이 된다. 선생님 앞에서는 왠지 우리 아이가 학습적으로 부족한 것은 없는지 그리고 선생님 눈에 벗어나는 행동을 하지 않는지 말이다. 내가 작아지는 느낌이다. 모범생 스타일처럼 보이는 딸아이보다는 자유로운 영혼인 아들이 더 걱정이었다. 무슨 말이라도 듣는 것은 아닌지. 더구나 영어로 할 때는 말이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그리고 다 알아들을 수는 있을지 모르겠다. 상담할 때 누구와 함께 같이 오기도 하던데 그 보다는 딱히 생각나는 사람도 없었다. 그래. 못 알아들으면 다시 한번 얘기해달라고 하면 되겠지.
반드시 아이와 함께 오세요
School interview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학교와 학년을 입력하면 원하는 날짜와 시간을 클릭한다. 아이들이 두 명이니 담임선생님과 각각 상담 예약을 마쳤다. 15분 간격으로 상담시간을 연달아서 클릭했다. 4학기로 구성이 되어있는 아이들 초등학교에서는 Term 1과 Term 3가 끝나고 각각 상담을 받는다. 상담을 하러 가기 전에 school learning 홈페이지에서 아이가 요즘 뭘 배우고 있고 다음 목표가 어떤 것을 배울지 상세하게 볼 수 있는 것은 참 좋은 시스템이다. 아이들의 개개인의 수준에 맞게끔 수준별 교육을 한다. 수학은 중간 정도이며 국어(영어)는 쓰기가 부족하다. 학생 모두가 같은 것을 배우는 획일적인 우리나라 교육시스템이 생각났다.
안내문에 눈에 띄는 것이 있다. 반드시 아이와 함께 상담을 올 것.
아이와 함께 오라고 하니 한국에서는 보통 아이와 함께 상담을 하지 않는데 낯설었다.
푸른 눈의 선생님
우리 차례가 왔다. 드르륵 미닫이 문을 열고 첫째아이와 함께 반 교실로 들어갔다. 큰 키에 구불거리는 밤색 머리를 하고 있는 푸른 눈의 선생님. 선생님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아이와 나를 반갑게 맞았다. 인터뷰할 때 보통 영어를 잘하는 사람과 함께 온다고도 하던데. 특별히 부탁할 만한 사람도 없었다. 선생님은 수업시간에 아이와 함께 한 활동지와 간단한 테스트지를 보여주며 상담을 이어갔다. 상담 전 School interview홈페이지에서 아이들에 학업 성취도에 대한 결과를 꼼꼼히 살펴보았다. 수학과 쓰기 영역에서 부족한 부분을 알고 갔기 때문에 상담은 생각보다 수월했다.
상담한 결과 아이의 선생님 두 분 다 핀란드식 교육법을 지향하시는 분이었다. 느슨해 보이지만 경쟁보다는 배움의 의미를 이해하는 수업방식. 교과서가 없다는 것. 학생의 학습능력에 맞게 각기 다르게 수업한다는 점. 숙제가 거의 없다는 점. 분명 한국과 크게 다른 점이었다.
상담을 끝내고 왜 아이와 함께 오라고 한 것인지 이해가 되었다. 작은 성과에도 아이의 눈을 보며 칭찬을 한다. 여태 공부한 것이 어떠한 성취를 이루었는지 선생님은 대부분 칭찬 일색이다. 아이의 자존감이 올라가고 꾸준히 나에게 관심을 갖고 있는 선생님을 신뢰하게 된다.
좋은 관계를 유지하세요
"내가 집에서 아이에게 해 줘야 할 건 없을까요?"
"좋은 관계를 유지하세요. 독서는 꼭 30분 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상담은 무사히 마쳤다. 아이가 도태되고 자신감을 잃을까 걱정했던 뒤척임들. 상담 후에는 아이도 자존감이 높아졌고 나도 불안증은 가셨다. 지금도 기억하는 선생님의 말은 부모는 아이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
알지만 참 마음대로 되지 않는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