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살아온 인생에 대한 평가
아이와 함께 게임을 종종 하곤 한다. 게임이라고는 1도 모르는 사람이었지만, 아이에게 한글을 가르쳐 주기로 마음먹으면서 나도 아이와 함께 뭔가를 함께 새로 배운다는 의미로 게임을 시작하게 되었다. 요즘 아이랑 함께 하는 게임은 Plants vs.Zombie라는 엑스 박스 게임인데, 식물들과 좀비가 싸우는 내용이다. 게임에 나오는 식물 캐릭터들은 각자 자기의 특성이 있는데 어떤 캐릭터는 주로 공격을 하고, 어떤 캐릭터는 방어가 주력이며, 어떤 캐릭터는 상처받은 다른 캐릭터들을 회복시켜 주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게임을 하다가 죽을 위기에 처하는데, 그때 주변에 ‘치유’ 캐릭터나 ‘방어’ 캐릭터가 있으면 내 상처를 치유하고 공격을 방어해 주면서 위기를 극복할 때가 있다.
왠지 나는 그 게임 속에 살고 있는 것 같다.
내가 속한 팀이 곧 없어지게 생겼다는 걸 알게 된 후 여러 사람들을 만났다. 관심 있던 부서 팀장님을 만나기 전, 그 팀장님과 알고 지내는 분이 마침 나와 같은 팀에 계셨던 선배님이셔서 그분께 연락을 드렸다.
“안녕하세요.”
“어쩐 일이신가요? “
“혹시 A팀 팀장님 알고 계신가요?”
“잘 알고 있지요. “
“제가 그 팀에 관심이 있어서 알아보고 있는데, 저랑 친분이 거의 없으셔서요.”
“그렇군요. 소개를 시켜 드릴까요? 추천서를 써 드릴까요? 아니면 뭘 도와 드릴까요?”
“추천서를 써 주십시오 ^^”
“알겠습니다. 지나가다 들르시면 제가 이야기 잘해 놓을게요.”
“감사합니다!!”
그리고 드디어 A팀 팀장님께 연락을 드리고 면담을 하기로 했다. 팀장님께 내 경력과 해 왔던 업무에 대한 이야기를 드리고, 메신저로 면담 일정을 여쭤봤더니 30분 후 보자는 연락이 왔다. 그러기로 하고 미리 내려가 자리를 잡았다. 업무적으로 메일을 한 두 번 정도 쓰긴 했지만, 엄청 가깝다고 보긴 어려웠던 분인지라 나는 여러 모로 긴장을 많이 했었다. 팀장님도 내 상황이 보였는지 긴장을 풀라고 몇 번씩이나 이야기하곤 하셨다. 그런 중간중간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내 어학점수가 꽤 높더라는 이야기를 팀장님이 꺼내셨다.
“그걸 어떻게 아셨어요?”
“아~ 그거 OO님이 메일에 써주셨던 내용이네요.”
”메일요? “
“면담하기 전에 누군가에게 메일이 왔더라고요. 보니까 이담님을 추천하는 내용의 메일이었어요.”
선배의 이름이었다. 추천서를 써 준다는 말이 진짜 메일을 써 준다는 말일 지는 몰랐는데 말이다.
“와… 너무 감사하네요.”
“메일을 보낸 OO님이 더 훌륭하다고 내가 말을 해주었죠. “
“어떻게 보면 제가 어려운 상황인 건 맞지만, 그래도 이 상황에 처했기 때문에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더 빛나 보이는 것 같습니다.”
“그게 본인이 살아온 인생이겠죠.”
어려운 상황이 되니 내 주위의 좋은 사람들이 더 빛이 나더라. 시골 하늘, 어둠 속에서 더 밝히 빛나는 별처럼. 그 선배가 나에 대한 추천서를 친히 메일까지 써서 전달하셨다는 걸 알았을 때 눈물을 꾹 참아야 할 정도로 감동받았다.
주변이 어려워졌을 때 나는 내 주변의 별 같은 사람들을 만났다. 아니 그런 사람들은 늘 곁에 있었는데 어두워진 후에야 다시 보였다. 힘든 상황에서 해 보지 않은 일들을 하고 만나보지 않은 사람들을 만나야 했다. 그럴 때마다 친구들이나 주변 선후배에게 손을 내밀었다. 내민 손을 기꺼이 잡아준 이들은 내 메일을 손수 고쳐 써주고, 내가 어떤 식으로 대처해야 할지를 함께 자기 일처럼 고민해 주었다. 어떤 이는 사람들을 소개해주고, 그 사람에게 나에 대해 좋은 말을 해주기도 했다. 후배가 도움의 손길을 내밀자 전혀 생각지 못한 방법으로 도와주는 선배까지 만났다. 모두 내가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지 않았다면 경험하지 못했을 일이었다. 내 주변에 이런 만능 캐릭터들이 있었는지 알지 못했다. 주변이 어두워지기 전까지는 말이다.
가끔은 이런 어려움이 내 삶의 진가를 발견하게 해 준다. 내가 살아온 길을 밝혀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