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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검 Oct 16. 2020

[외교] 하나의 중국 원칙

중국과 대만의 인식, 그리고 미국의 태도

One China / 一个中国 / 하나의 중국


이 세상에 중국은 하나만 있다는 뜻이다. 이런 간단한 표현이 많은 복잡한 문제를 만들어 낸다. 이 간단한 표현에 대한 중국과 대만의 인식이 다르고, 이에 대하는 미국의 태도가 변해왔다.  


중국의 인식


 하나의 중국에 대한 중국의 인식은 간단하다. 대만은 중국에 속한다는 해석이다.


 이를 보다 자세히 이해하자면 '92 공식'을 이해해야 한다. 여기서 공식은 수학 책에 나오는 공식이 아닌 '공통인식'의 줄임말로 중국어로는 九二共识, 영어로는 1992 Consensus이다. 이는 1992년 중국과 대만 정부의 '대표'는 만나 합의한 사항으로 중국과 대만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존중한다는 내용이다.

 문제는 '하나의 중국'에 대해서는 합의를 했지만 여기서 '중국'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해서는 합의되지 않았다.

 중국의 공식적인 명칭은 중화인민공화국(People's Republic of China, PRC), 대만은 중화민국(Republic of China, ROC)이다. 우리는 관용적으로 중화인민공화국을 중국이라 표현하지만, 중화민국도 '중국'이라고 볼 수 있다. (가운데 두 글자를 빼보라) 영어로 보면 더 확실해진다. People's Republic이든 그냥 Republic이든 China는 하나의 China가 아닌가. 이렇게 헷갈리는 중국과 중화인민공화국을 구분하기 위해 중국 사람들은 맥락에 따라 자신을 중국 대륙(大陆)이라 표현하기도 한다.


大陆和台湾同属一个中国
대륙과 대만은 같이 하나의 중국에 속해 있다. (바이두 백과사전 : 하나의 중국에 대한 설명 중)


 중국도 1992년 중국과 대만이 '중국 대륙과 대만이 하나의 중국에 속해 있다'라고 합의했다는 사실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다만 그것을 실현하는 방식으로 중화인민공화국에 대만을 편입시키는 방법만이 있다고 믿을 뿐이다. 중화인민공화국은 중국 공산당의 영도를 포기할 수 없다. 헌법 제1조에 이를 명시했다. 그리고 '대만은 중화인민공화국의 신성한 영토'이고 '조국통일의 대업을 성취하는 것은 중국 인민의 신성한 의무이다'라고 헌법 서문에 선포했다. 한국 헌법 제3조는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이고, 제4조는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 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이다. 통일 방법론으로 한국이 헌법에 평화 통일을 명시한 반면, 중국 헌법은 '통일의 의무'만을 강조하고 있어 실행 방법에 아무런 제한이 없다. 중국 헌법을 보았을 때 중국이 무력으로 대만과의 '통일'을 달성하는 데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  



대만의 인식


 대만의 인식은 복잡하다. 대만은 다당제 민주주의 국가이고 실질적으로는 민진당, 국민당 양당제 국가이다. 민진당은 '대만 독립'을 '지향'하고, 국민당은 '하나의 중국' 지향했다. 독립을 '지향'한다고 표현한 이유는 대만은 중국의 무력 위협으로 아직 독립을 공식적으로 선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민당은 1949년 중국 대륙에서 패배하여 대만 섬으로 쫓겨 왔고 대만 원주민을 무력 통치했다. 공산당과 전쟁을 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공산당과 국민당은 모두 중국인이라는 인식을 버리지는 않았다. 그래서 국민당 정부는 2000년 천수이볜의 민진당이 처음 집권하기 전까지 학교에서 모든 학생을 상대로 '당신들은 중국인이야'라며 정체성 교육을 했다. 그리고 대만어가 아닌 국어(보통화) 사용을 강요했다.  


 '92 공식'에 합의한 국민당은 중화인민공화국과 중화민국은 모두 하나의 중국에 속하지만 여기서 중국은 중화인민공화국과 중화민국을 모두 포함하는 더 큰 의미의 중국이라고 인식한다. 쉽게 말해 너도 나도 중국인이지만 네가 중국인 대표는 아니다는 뜻이다. 이전 미국이 그랬듯 대만도 중국이 충분히 개혁, 개방을 하게 되면 언젠가는 자신과 같은 방식으로 민주화될 수 있을 거라 기대했던 것 같다.

 * 장제스 시대에야 중화민국이 중국을 대표한다고 주장했지만 중국과의 국력 차이가 갈 수록 커지는 지금 그런 인식을 가지는 사람은 드물다.


 반면 민진당의 인식은 완전히 다르다. 92 공식 내용은 '중국'의 의미에 대해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으니 이는 완결된 합의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떡볶이 집과 치킨 집이 합병하기로 하였는데 누가 주인이 될지를 명시하지 않았으니 의미 없는 계약이라는 뜻이다. 현재 총통 차이잉원은 2016년 취임 시 92 공식에 대한 합의에 도달한 '역사적 사실'을 존중한다고 했지만 92 공식에 동의한다고 말한 적은 없다.

 

 대만에서는 진보와 보수가 아닌 우리는 중국인, 아니 우리는 대만인 이런 정체성 문제를 두고 여당과 야당이 나뉜다. 문제는 미중 갈등 심화, 홍콩의 '민주 요구'에 대한 보안법 도입 등 강경한 대응으로 많은 대만 사람들이 민진당 지지로 돌아서고 있다는 사실이다. 특히 젊을수록 그 현상이 더 뚜렷하다. 국민당도 대세를 거스를 수 없는 지경이 되었다. 2020년 10월 8일 국민당이 발의힌 미국과의 외교관계 회복 결의안이 대만 의회에서 만장일치로 채택되었다. 대만은 중국에서 멀어지고 있다.


미국의 태도


 1979년 미국의 닉슨 대통령은 중국과의 정식 외교 관계를 맺고 중국을 요구대로 대만과 단교한다. 중국이 말하는 하나의 중국은 인정한 것이다. 하지만 대만과의 관계를 완전히 포기하지는 않았다. 1979년 대만과 단교하며 대만과의 관계, 중국에 대한 정책을 정리하기 위해 아래와 같은 대만 관계법을 제정한다. 대만 군사지원을 통해 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1. 미국은 대(對) 대만 무기 수출에 관해 기한을 정하지 않는다.
2. 미국은 대(對) 대만 무기 수출에 있어 중국과 사전 협상을 진행하지 않을 것이다.
3. 미국은 대만해협 양안 간의 중재자 역할을 담당하지 않는다.
4. 미국은 대만 관계법을 수정하지 않는다.
5. 미국은 대만의 주권에 대한 일관된 입장을 변경하지 않는다.
6. 미국은 대만으로 하여금 중국과 협상토록 강요하지 않는다.


 이에 더해 트럼프 대통령은 2020 3 26 타이베이 법안(Taiwan Allies International Pretection and Enhancement Initiative Act) 서명했다. 여기서 대만을 국민국가(National State)라고 표현했다. 당연히 중국은 강한 불쾌감을 표시했고 대만은 쌍수를 들고 환영했다.


대만은 2300만 명의 자유롭고 민주적이며 번영하는 국가이자 전 세계 평화와 안정에 중요한 기여자"
- TAIPEI 법안 제2조 1항


 중국은 이런 미국의 대만 지원 움직임, 대만의 독립 세력이 강해지려는 움직임이 있을 때마다 '군사 행동도 불사하겠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반복해왔다. 미국은 중국과 대만 무력 충돌 시 대만 군사 지원에 대해서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해 왔다.  


 향후 미중 갈등이 격화된다면 중국이 한반도 영향력을 유지하고, 미국과의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기 위해 북한을 절대 포기하지 않듯, 미국도 '가라앉지 않는 거대한 항공모함' 대만을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동아시아 지역에서 중국의 군사력이 미국을 압도하지 못하고, 대만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중국과 통일을 원하지 않고 있는 이상 중국이 원하는 방식의 통일은 쉽지 않아 보인다.

   


관련 글

 : 1949년 대륙 결전

 : 중국의 보통화와 대만의 국어

 : 중국 특색 사회주의 

 : 중국의 핵심이익

 : 중국과 미국이 전쟁을 한다면


참조 링크

 : 중국 대만 공격할 수도

 : 1992 Consensus

 : 一个中国

 : 九二共识

 : 차이잉원 "대만 이미 독립국가… 독립선언 불필요"

 : 새 총통, 92 공식 인정 않고 '대만 독립歌' 합창

 : 대만 의회, 美와 외교관계 회복 결의안 만장일치 채택

 : 미국-대만 관계

 : 타이완 관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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