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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 과연 존재할까?

#3 유신론VS 무신론


"신이 있느냐 없느냐" 하는 문제는 철학자나 신학자에게나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이 문제는 결혼을 하느냐 안 하느냐, 어떤 직업을 선택하느냐 보다 우리에게 더 중요한 문제일 수 있습니다.


이것이야 말로 우리가 어떤 태도로 인생을 살지 결정하는 중대한 문제이기 때문이죠.


철학을 공부하다 보면 신을 언급할 수밖에 없음에도 신에 대한 이야기만 나오면 "한쪽에서는 전도하려고 그러냐"라고 비판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편견에 가득 찬 시선으로 종교를 바라보지 말라"라고 비판하는 데.


그래서 항상 조심스럽지만 저는 이 주제가 단순하게 "교회를 다니냐 안 다니냐?" 하는 논의로 끝낼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무신론자가 된다는 걸 엄밀히 말하면 '신의 뜻' 같은 건 상상하지 않고 삶의 기쁨과 슬픔, 그리고 행운과 비극까지도 있는 그대로 감당하겠다는 용감한 선언입니다.


같은 맥락에서 유신론자가 된다는 건 그것이 인격적이든 신이든, 우주적 질서든 인생에선 내 힘으로 어쩔 수 없는 것들이 있음을 인정하면서 겸손한 마음으로 살아가겠다는 다짐을 하는 거죠.


유신론자와 무신론자는 직업을 선택할 때, 결혼할 때, 인간관계를 맺을 때를 포함해서 삶의 여러 순간에서 서로 다른 방식과 태도로 살아갈 겁니다.


이런 점에서 이 질문은 흔들림 없이 인생을 살고 싶다면 누구나 한 번쯤은 고민해야 봐야 하는 질문이죠.


그래서 이번 글에서는  여러 학자들이 어떻게 신의 존재를 증명하고, 반박해 왔는지 총정리해 보려고 합니다.


대신 종교인들만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은 빼고,


비종교인들까지 모두가 함께 생각해 볼만한 쟁점들을 위주로 소개할게요.


그럼 신이 존재한다고 믿는 유신론자들의 입장을 소개하고, 이어서 무신론자들의 입장을 소개하겠습니다.


신을 믿는 유신론자의 입장에 서서 제가 첫 번째로 꺼낼 무기는 과학자들도 한 수 접고 갈 "무에서 유가 되는 건 불가능하다"는 우주론적 논증입니다.




빅뱅으로 우주가 생겨났다고!?

그럼 빅뱅은 누가 일으킨 건데?




우주가 어떻게 생겨났는지 가장 잘 설명하는 이론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뜨거운 한 점에서
 일어난 대폭발로 시간과 공간이
 만들어지면서 우주가 탄생했다




라고 말하는 '빅뱅 우주론'인데요.


1960년대에 초기 우주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우주배경복사'의 관측으로


우주가 한때 매우 뜨겁고 밀도가 높았다가, 팽창하고 냉각됐다는 사실이 입증되면서 빅뱅 우주론은 정설로 받아들여졌어요.


이로써 창조주 신을 내세운 신학과 검증된 이론으로 우주의 기원을 설명하려는 과학과의 싸움은 과학의 승리로 돌아가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논쟁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어요.


왜냐하면 빅뱅 이론 역시 빅뱅이 일어난 그다음에 대해서만 설명이 가능하기 때문이죠.


빅뱅 이론에 따르면 약 140억 년 전에 빅뱅을 통해 시간과 공간이 처음 만들어졌는데요. 


이 이야기는 빅뱅이 일어나기 1초 전으로 돌아가보면,


시간도 공간도 없는 완벽한 무에서 갑자기 빅뱅이 "펑~!"하고 일어났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완벽한 무에서 어떤 것이 만들어지는 게 과연 가능할까요?


그런 건 불가능하고,


어떤 사건의 원인을 계속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그 마지막에는 원인 없이 존재하는 절대자가 있어야 한다는 게,


토마스 아퀴나스로 대표되는 우주론적 신 존재 논증입니다.


현대에서는 월리엄 레인 크레이그라는 미국의 학자가 이 주장을 강력하게 밀고 나가고 있고요.


윌리엄 레인 크레이그(William Lane Craig, 1949년~)는 미국의 기독교 변증가이자 분석 기독교 철학자, 그리고 신학자


그의 주장에 따르면 우주를 창조한 존재는 시공간이 있기 전부터 존재해야 하기 때문에 영원하고 비물질적이어야 합니다.


그리고 우주를 창조할 만큼 강력한 힘을 갖고 있어야 하고, 무엇보다 '의도'를 가진 존재여야 하죠.


"최초의 원인이 되는 절대자는 의도를 가진 존재여야 한다"


여기가 중요한데요.


윌리엄 레인 크레이그는 원인 없이 존재하는 절대자가 될 수 있는 모든 조건을 갖춘 대상은 기독교의 같은 인격적인 신밖에 없다고 말합니다.


절대적인 힘을 가진 어떤 존재가 '의도'를 갖고 있어야만,


기계적으로는 아무것도 만들어질 수 없는 완벽한 무에서 무언가가 생성될 수 있으니까요.


것이 그가 "신이 있다고 해도 그건 우주적 법칙일 뿐 종교에서 말하는 인격적인 신은 아니다"라는 반론을 파고드는 전략입니다. 


이와 비슷한 맥락에서 2014년, 프란체스코 교황은 빅뱅 이론과 진화론이 옳다는 사실이 하느님을 부정하는 증거가 아니라고 말했어요.

 

빅뱅 이전에 하느님이 있었고, 진화의 근본적인 규칙을 부여한 게 하느님이란 거죠.


"의도를 가진 절대자의 개입 없이 완전한 무에서 무언가가 만들어질 수 있을까?"


이 질문은 여전히 신의 존재를 떠올리게 만드는 대표적인 질문입니다.


이외에도 안셀무스, 데카르트, 괴델, 플란팅가로 이어지는



 신은 완전하다.(전지, 전능, 전선)
완전한 것은 존재해야 한다.
그러므로 신은 존재해야 한다.




라는 존재론적 논증도 있고,


윌리엄 페일리로 대표되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정교한 이 세상이
우연히 생겨났다고 보는 건 난센스다.

누군가의 목적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




라는 목적론적 논증도 있습니다.


이 중에 저는 우주론적 논증을 중심으로 소개해 드렸어요.


그렇다면 무신론자들은 이 우주론적 논증을 어떻게 논파할까요?


이어서 무신론자들의 의견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왜 신이 존재해야만

빅뱅이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합니까?




지금 인류가 가진 지식으로는 빅뱅 1주 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 수가 없어요.


그렇다면 신을 믿는 사람들의 말처럼 초월적인 힘을 가진 신이 의도를 가지고 빅뱅을 "빵"하고 일으켰다는 것 말고는 설명이 불가능할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버트런드 러셀과 칸트는 어떤 일에 원인이 있어야 결과가 있다고 생각하는 건 지극히 인간적인 사고방식이라고 지적합니다.


원인이 있어야 결과가 있다는 생각은 과거에서부터 미래로 흐르는 우리가 생각하는 시간선 안에서만 통용되는 이야기입니다.


만약에 인간이 이해하지 못하는 세계가 있고,


그 세계의 시간은 다른 방식으로 정의된다면,


그 세계에서는 원인과 결과가 존재하지 않고 원인과 결과가 계속 순환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꼭 빅뱅을 일으킨 최초의 원인이 존재할 필요도, 그 대상을 신이라고 말할 필요도 없는 거죠.




"원인과 결과가 순환한다?
 어떻게 그럴 수 있지?"



라고 생각하실 수 있겠지만, 우리는 친숙한 영화에서 이 사고실험을 간접적으로 경험했어요.


영화 인터스텔라에서는 인류를 구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준 웜홀을 미래의 인류가 만들었다고 이야기합니다.



인터스텔라는 미래의 인류가 만들어 놓은 웜홀을 통해서 현재의 인류가 생존법을 찾아낸다는 인과의 순환 구조로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원인과 결과라는 사고 틀 아래서 빅뱅 이전의 상황을 설명하려 하는 건 지극히 인간적인 방식입니다.


인간이 이해할 수 없는 현상에 대해서 논한다면 인간이 기존에 갖고 있는 사고 방식으로는 그 현상에 대해 명확히 설명하지 못하는 게 당연합니다.


인류는 빅뱅 이후에 어떤 현상이 있었는지에 대해선 조금씩 답을 찾아가고 있지만 그 빅뱅 이전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모릅니다.


하지만 꼭 신을 언급해야만 답을 찾을 수 있는 건 아니고,


꼭 모든 문제에 대해서 지금 당장 답을 가져야만 하는 것도 아닙니다.


이제껏 많은 수수께끼들이 풀렸던 것처럼 언젠가 우주 탄생의 미스터리도 풀릴 수 있는 거죠.


이것이 우주 탄생 미스터리를 신을 통해서 해결하려는 우주론적 신 존재 증명에 대한 대표적인 반론입니다.


신 존재 증명에 대한 논의는 이쯤에서 마치고 이번엔 신은 증명되는 존재가 아니라 요청되어야 할 존재라고 말했던 학자들의 생각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신은 증명되는 존재가 아니라

요청되어야 할 존재다




『질서 너머』와 『12가지 인생의 법칙』이라는 책으로 한국에 널리 알려진 조던 피터슨 교수는 자신의 강의에서 신이 존재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며 이렇게 말합니다.



리처드 도킨스나 샘 해리슨 같은 무신론자들처럼
신이라는 초월적인 가치 없이도 사회가 평화롭게
유지될 것이라고 가정하는 건,

오직 신이 존재했던 역사 위에서만 가능하다.




피터슨은 무신론자들은 신을 이 세상으로부터 추방해야 한다고 말해놓고 신의 이름으로 만들어진 도덕적 토대 위에서 무신론자들이 평화롭게 사는 세상을 상상한다고 지적하죠.


피터슨은 무신론자들이 자신들이 부정하는 전제로부터 결론을 이끌어내는 모순을 저지르고 있다고 비판합니다.


신이 있든 없든 인간은 신으로 대표되는 절대적인 가치가 있다는 걸 전제로 문명을 이룩하고 도덕 규칙을 만들어 왔기 때문에,


서구 문명은 종교적 유산을 떠나서는 성립할 수 없다는 게 그의 생각이죠.


<질서 너머>와 <12가지 인생의 법칙>이라는 책으로 한국에 널리 알려진 조던 피터슨


조던 피터슨이 대중적으로 알려진 학자라 그의 생각을 가져왔지만, 이런 생각은 서구권에서는 흔히 공유되는 생각입니다.


과학자이면서 무신론자였던 리처드 파인만 역시 1963년 워싱턴 대학교에서 <과학이란 무엇인가>이란 주제로 한 강연에서



서구 문명은 모든 것이 불확실하다는
생각에서 끊임없이 의심하고 탐구하며 지식을
확장해 온 과학적 유산과

사랑의 실천, 형제애, 인간적 가치를 강조하는
종교적 유산 위에서 건설되었다.



라고 말했죠.


심지어 미국에서는 대통령 취임 선서 때 오른손을 들어서 선서하고 왼손은 성경 위에 얹는 전통이 있을 정도입니다.


대통령  취임 선서를 하는 바이든


우리에겐 긴 역사를 통해 자리 잡은 사법 체계가 있기 때문에 이제 신을 언급하지 않고도 인간이라면 마땅히 지켜할 도덕 대해 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심판자로서의 신'을 가정하지 않고 도덕말하긴 어렵습니다.


상식을 지우고 생각해 보면,


"모든 인간은 귀하다"라는 사실에서 "인간을 죽여선 안된다"라는 당위성 사이에 연결 고리가 빠져다는 걸 발견 할 수 있는데요.


"인간이 귀한 건 알겠어, 근데 왜 죽이면 안 되는데?"라는 질문엔 마땅한 답이 없습니다.


하지만 "악한 사람을 심판하고 선한 사람을 축복을 내리는 신이 있다"라고 가정하면 인간이 서로를 다치게 해서는 안 되는 명확한 명분이 주어져요.


어떤 사실에서 도덕적인 당위를 이끌어  사람이 선하게 살도록 강제할 수 있는 존재가 신인 거죠.


그래서 어쩌면 신은 증명의 대상이 아니라 공동체가 유지되기 위해서 필요한 대상 일 수 있습니다.


바로 이 맥락에서,


도덕적인 삶을 더 가치 있게 만들어서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신의 존재를 '요청'해야 한다고 말한 유명한 철학자가 있었습니다.


그가 바로 임마누엘 칸트죠.


독일의 철학자 임마누엘 칸트(독일어: Immanuel Kant, 1724년 4월 22일 ~ 1804년 2월 12일)


흥미롭게도 칸트는 이전 철학자들의 신 존재 논증을 하나하나 논파하면서 신은 증명의 대상이 아니라 요청의 대상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현재 벌어지는 신에 대한 논쟁이 여전히 칸트의 문제의식 안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칸트의 사상사적 업적이 대단하다는 생각도 드네요.


그럼 이번 글은 여기서 마치고, 이어지는 글에서는 무종교인이 많아지는 탈종교화 현상에 대 알아보겠습니다.


다음 글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 )




[참고 문헌]

『순수이성비판』, 임마누엘 칸트, 정명오 역, 동서문화사, 2021

『러셀 서양철학사』, 버트런드 러셀, 서상복 역, ㈜을유문화사, 2021

『소크라테스에서 포스트모더니즘까지』, 새뮤얼 이녹 스텀프 외 1명, 이광래 역, 열린책들,

『파인만의 과학이란 무엇인가』, 리처드 파인만, 정무광, 정재승 역, 도서출판 승산,

『Five Reasons Why You Can Believe God Exists』, ReasonableFaith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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