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탄생_로버트 루트번스다인/ 미셀 루트번스다인
“책은 마음이 아니라 뱃속에서 올라온다”라는 말처럼, 머리보다 몸이 먼저 반응했던 책이 있다.
창조성이라는 막연하고 거창한 단어를 삶 속의 행동과 태도로 끌어내려 나의 앞에 선명하게 펼쳐 놓은 책, [생각의 탄생]이다.
이 책은 ‘창의력에 관한 이론서’로 받아들이지 않고 실천하고 있었던 작은 장면들을 하나하나 떠올리는 시간으로 삼았다.
나는 ‘생각해야 해’라고 말하면서도 정작 어떻게 생각을 ’ 훈련해야 ’ 하는지 놓치고 있었던 것 같다.
창의성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훈련되고 반복될 수 있다는 점을, 그리고 그것이 놀이나 행위, 감정 이입 같은 지극히 인간적인 방식으로 가능하다는 점을 알려주었다.
특히 13가지 생각 도구 중에서 ‘감정이입’과 ‘행위’, ‘형상화‘ 에 관한 장은 깊은 인상을 남겼다.
언젠가 아이가 책을 읽으며 나에게 말한 것이 생각났다.
“엄마, 나는 책을 읽을 때 그 사람이 되어 보는 거 같아요.”
이 말은 단순히 줄거리를 따라 가며 읽는 것이 아니라 주인공의 마음속으로 들어가고 상황을 느끼고 언어 너머의 공기를 상상하는 능력, 책 속 인물이 겪는 불안이나 기쁨을 마음으로 따라가던 아이의 표정을 기억하게 했다.
단순한 감정이입이 아니라 그들의 삶 속으로 들어가 함께 느끼고 배울 수 있는 기회를 누렸다.
아이들과 함께 하던 책 읽기는 아이의 삶을 창조하는 원동력이 된 것을 확신한다.
이 책에는 ‘형상화‘라는 도구를 소개하는데 이 도구는 아이들과 독서교육에 있어서 유용하게 사용되었던 것 같다.
“소리를 음표로 옮겨 적는 일은 악보를 소리로 표현하는 것만큼이나 놀라운 일”이라는 표현이 얼마나 놀라운지 모르겠다.
작곡가들은 눈으로 듣고 귀로 보는 능력이 탁월함을 이야기하고 있었는데 그들이 소리와 글자를 연결하고 창작적 이미지를 형상화하는 작업을 통해 삶과 연결해 주고 있었다.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 주면서 나의 소리를 듣고 상상하며 아이들의 머릿속에서 형상화하는 작업을 통해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그들의 머릿속에서 상상의 날개를 펴고 많은 생각을 탄생시킨 것이었다.
그리고, 결국엔 자신들이 가고자 하는 방향을 설정하며 삶을 작곡하고 있었던 것이다.
눈으로 읽고 귀로 듣고 머릿 곳으로 작곡하며 자신의 삶의 주인공이 되어 가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독서의 힘이 얼마나 큰지 새삼 깨닫게 되었다.
비단 아이들만의 것은 아닌 것, 어른들도 이런 경험을 통해 하고자 하는 일을 찾아 다시금 삶을 재 탄생 시킬 수 있지 않을까……
지금의 삶의 걷는 길이 풍요롭지 못하다고 할지라도 지금 독서를 시작해 보는 것도 늦은 것은 아니다.
우리의 삶은 나 스스로가 만들고 악보 위의 음표들처럼 아름다운 연주를 하는 날이 올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책을 읽는다는 것’의 의미를 되새겼다.
책은 단순히 지식을 얻는 도구가 아니라, 내가 아닌 존재가 되어 보는 경험이고 내가 하지 못한 행위를 대신 살아보는 연습이며 내 사고의 경계를 조금씩 확장하는 기회라고 생각한다.
감정이입하고 상상하고 형상화하여 몸으로 경험하는 창조적 독서, 그것은 어쩌면 ‘책 속에서 또 다른 나를 만나는 과정, 삶을 작곡하여 연주하는 과정‘이 아닐까…..
이 책은 내가 아이와 함께 어떻게 성장해 왔는지 돌아보게 만든 거울 같은 책이었다.
아이의 삶뿐만 아니라 나의 삶도 새로운 오선지에 그려지는 악보가 되길 기대해 보며 나의 삶을. 작곡하는 음악가로 빛이 나길 기대해 본다.
13가지 생각의 도구는 관찰, 형상화, 추상, 패턴인식, 패턴형성, 유추, 몸으로 생각하기, 감정이입, 차원적 사고, 모형 만들기, 놀이, 변형, 통합이다.
이것들을 통해 직관과 창조적 사고력을 훈련하고 연습하여 발휘할 수 있다고 한다.
무의식적인 관찰이 아닌 의식적인 관찰을 통해 형상화하고 유추하며 놀이를 통한 통합적 사고가 창조적 사고를 할 수 있는 도구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