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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로케 Jan 20. 2024

양방+한방=쌍방

새로운 치료(3) 정답은 없습니다. 자기에게 맞는 방향으로 가면 됩니다.

한방치료를 거의 1년 동안 받았다. 앞서 말한 듯 초기 진료 시 토파멕스는 끊어버렸다. 보통 약물 같은 경우 담당의와 상의하고 서서히 줄여가는 것을 권장하지만, 나는 초반 손 저림 부작용 이후 혼자서 복용법을 줄이기도 해 보고 나중엔 거의 복용하지 않다시피 해서 약물을 줄여서 오는 부작용은 없었다. 혹자는 내게 '토파멕스를 오래 복용하지도 않고, 편두통 예방약이 효과가 있네, 없네를 따질 수 없는 거 아니냐'라고 물을 수도 있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내 몸은 내가 잘 안다. 편두통 예방약은 적어도 거의 한 달 반 정도 꾸준히 복용을 했었고, 내가 기대한 '예방'이라는 효과는 전혀 없었다. 그래서 한의사의 제안에 어떤 망설임도 없었다.


엠겔러티는 조금 달랐다. 한의원 치료를 받으면서도 이미 처방된 엠겔러티는 맞았다. 꾸역꾸역 집에서 3시간 반 정도 걸리는 병원까지 가서 받아온 주사를 안 맞기에는 너무 아까웠다. 엠겔러티의 효과가 드라마틱했다기보다, '아까워서'가 가장 큰 이유였다. 어느 순간 두통이 줄어듦을 느꼈었고, 이 부분을 의사에게 말하니 엠겔러티는 세 달에 한 방 정도를 맞으라 권장했다. 그래서 그렇게 했다. 텀이 늘어나니 약에 대한 부담이 없었다. 


집에서는 우스갯소리로 엄마에게 '한의사 치료가 잘 맞는지, 엠겔러티 때문에 두통이 줄은 건지 모르겠다.'라고 했지만, 초반에 엠겔러티만 맞았을 때보다 확실히 편두통이 줄었고, 엠겔러티를 끊고 한의원만 다녔을 때도 두통이 전에 비해 줄은 걸 보면 나는 침치료와 한약이 조금 더 잘 맞았던 거 아닌가 생각이 든다. 그때 문득 들었던 생각은 치료에는 정답은 없다는 생각을 했다. 한방만 믿는 사람이 있는 반면, 양방만 믿는 사람이 있다. 나는 둘 다 아니었다. 그냥 내 두통을 치료해 주면 장땡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작정하고 편두통을 치료하기 위해 한방병원을 찾은 게 아니라, 허리 그 어딘가를 치료하러 간 김에 온몸을 뜯어고치는(...) 치료를 하게 된 터라 '치료의 확장'개념으로 병원을 다녀서 특정 치료법에 집착은 하지 않았던 것 같다.

희망을 박살내서 죄송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머리는 아픕니다.

한의원을 다닐 때도 대학병원은 꾸준히 다녔다. 진통제를 받아야 했기 때문이다. 한의사는 두통 시, 머리에 침을 꽂으면 많이 좋아질 거라 했지만, 실제 두통이 미약하게 있던 날 침치료를 받았었는데 그날 저녁 온 우주가 머리에 꽂히는 왕두통이 왔었다. (침 때문이 아니라 무식하게 참고 약을 복용하지 않아서입니다.) 그런 비극을 겪고 난 후, 편두통은 진통제로 잠재워야 한다는 또 다른 공식을 갖게 됐다. 지금도 동일한데, 내가 복용하는 편두통 약인 '이미그란+낙센'의 조합이 생각보다 효과가 빠르지 않아 중간에 약도 바꿔봤다. (알모그란+부루펜 조합이었다.) 결과는 실패. 알모그란은 정말, 정~~~말 효과가 없어서 마법의 주문처럼 쌍욕이 나오더라. 이처럼 하나의 치료법만 고집하지 않고, 또 다른 곳에서는 약도 바꿔보고, 이것도 해보는 등 상당히 적극적으로 듀얼 치료를 받았다.


그런 지난한 세월을 보냈다. 나에게 코로나19 시절은 거의 '치료'의 기간이었다. 편두통 집중치료+허리 그 부위 어딘가. 생각해 보면 살면서 두통을 이렇게까지 마음 잡고 치료를 해 본 적이 없는데, 어찌어찌 이렇게 치료기간을 갖게 된 점에 감사했다. 이 모든 시발점은 미가펜의 단종이었으니, 나는 미가펜 단종에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살아야 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소위 말하는 '집중 치료'의 단점도 있었다. 집중 치료는 내게 무언의, 잡히지 않는 희망을 꾸준히 채워줬다. '내가 이만큼 시간을 투자했으니까. 내가 이만큼 노력했으니까. 내가 이만큼 돈을 썼으니까.'


내 편두통은 전보다 훨씬, 훨씬 나아질 거야.
편두통은 과거의 일이 될 거야.


그때는 몰랐다. 저 말이 가진 힘과 부작용을. 지금 뒤돌아보면 무던한 마음으로 '그러려니'하는 마음을 갖기까지도 꽤 오랜 시간이 걸렸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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