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치지 말자 우린 모두 소중하니까
시월의 쌀쌀함이 가슴속을 파고들 때 축복이가 우리에게 손을 내밀었다.
제왕으로 나온 터라 내가 축복이를 제일 먼저 보았다. 캥거루케어도 해보고 뱃속에서 많이 들려주었던 내 목소리를 영문도 모른 채 바깥세상에서 듣게 되어 놀랐는지 서럽게 울다가 내 목소리에 뚝 멈추기도 했다. 그때마다 얼마나 이쁘던지 불편한 잠자리 속에서도 앵두 같은 입이 꼬물대는 것만 보면 정말 이뻤다.
우리는 너 나 할 것 없이 모자동실을 한다고 했고 그 시기가 유일하게 쉴 수 있다는 주위의 만류에도 바득바득 애를 보려 부단히 도 애를 썼다.
사실 나에겐 다행인 건지 그 당시 살고 있던 집은 좁기도 하고 아기를 키울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아 신축 아파트에 이사를 앞두고 있었기에 이사 전까지는 친정에서 지내자고 협의가 되었고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주말부부가 되었다.
물론 나도 눈물을 충분히 삼키며 협의한 거다.
그렇게 조리원 퇴소를 하고 마치 첩보작전처럼 흔들림 없는 차체를 유지하며 청주에서 남원까지 장거리를 긴장 속에서 핸들을 꽉 붙잡고 갔다.
얼마나 긴장했는지 핸들 커버가 축축해지더라.
한참을 가서 도착하고 짐과 여독을 풀며 그 주를 축복이와 함께 보냈다. 혹자는 매주 그렇게 처가에 가는 게 힘들지 않으냐, 한 주는 쉬겠다고 하라는 소릴 했지만 나에겐 전혀 와닿지 않았고 오히려 매일 보지 못해 한스러울 뿐이었다.
하지만 그 따뜻한 마음도 잠시, 허구한 날 야근에 고객들로부터 볶이고 상사들에게 닦이고 겨우 퇴근하며 그렇게 지내온 평일을 뒤로한 채 주말이 되면 100일도 안 된 아가의 미세한 등 센서로 인해 잠을 잔다는 건 사치였다. 이걸 평일에도 계속할 아내와 장모님이 대단해 보였다. 그 대단함은 나에게 주눅을 들게 했고 일주일만의 하는 아이의 기저귀 탈부착은 두 사람의 마음에 들 리 없었다. 하지만 난 억울했다. 나도 노력은 하는데 일주일만의 하기도 하고 따로 연습을 해볼 수도 없는 것을 사람은 눈치를 보게 되는 순간 그 상황과 그 현실이 매우 불편해지고 자리를 뜨고 싶게 만든다. 사실 그때부터는 오기가 생겨 축복이가 밤새 잠을 안 자면 내 딸이니 내가 무조건 재우겠다고 누구 도움이든 필요 없다면서 내면의 악다구니가 조금 나왔던 게 기억이 난다.
그렇게 100일의 기적을 이사하고 난 후에 맞이하고 이따금 힘들게 하여도 그로 인해 아내와 조금 티격태격하게 되더라도
차라리 둘이 지지고 볶는 상황이 좋았다. 아내의 우울감도 우울감이고 회사에 대한 피로도도 높았기에 나는 남자이긴 하지만 육아휴직이라는 큰 도전을 하게 된다. 육아휴직을 아무도 막거나 하진 않지만 그 걸 씀과 동시에 팀의 공공의 적이 되는 건 막을 수가 없었다. 이건 어쩔 수 없는 구조적 환경 때문이고 내가 팀원이었어도 그 생각을 고쳐먹긴 힘들 것 같다.
그렇게 힘든 결정과 동시에 미루고 미뤘던 몸 관리를 다시 시작하며 운동도 열심히 하고 아내와 축복이 에게 좀 더 든든한 아빠가 되어보고자 노력했다. 몸이 힘들고 기본적인 수면욕이 채워지지 않을 때 가장 힘들었다. 자고 있을 땐 그렇게 이뻐 보였던 축복이가 아무 이유 없이 떼를 쓰고 얼굴이 고구마 색으로 변할 때까지 울 땐, 이러면 안 되지만 정말... 밉기도 했다.
아이에게 왜를 붙여봤자 의미가 없지만 F가 순도 백 퍼센트였던 감정 파인 나는 점점 T가 되어 명분 이유만 찾게 되었고 자칭 육아천재 아내는 T에서 F로 바뀌며 연애 시절 부딪혔던 상황을 그대로 반대의 상황에서 재연하고 있었다.
나도 사람인지라 아이와 아내에게 짜증을 내고 나선 괜스레 마음도 아프고 후회도 밀려온다. 하지만 육아는 전쟁과 같다고 누군가 칭했던가. 정신없는 시기가 왔을 땐 정말 부모의 마음을 평온하게 유지하기가 너무 어려웠다.
난 이 시기 이후로 부모가 되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차원이 몇 단계 올라갈 수 있다는 말을 지극히 공감하게 되었다.
그리고 제목에서도 눈치채셨듯이 저런 표현은 뒷말이 진심이다. 마치 '사랑하지만 보내줄게'라는 말에 사랑한다라는 의미보단 보내준다는 의미에 더 치우쳐 있듯이 솔직히 나는 열 달 동안 품어 보지 않았고 아직 내 아내가 더 소중하며 (이건 영원할 것이다.) 부성애가 풀로 끌어 오르진 않았다. 하지만 뚝배기온도처럼 점점 끓고 있다. 이건 사람마다 다르니 기다려 주시라고 말하고 싶다. 부성애가 가득 차서 밉기도 하지만 이쁘다는 표현이 입가에 맴도는 날까지
인생도 육아도 장기 전이라는 점에서 지치지 않고 정도를 지키며 우리 아이의 멋진 독립을 이뤄내기 전까지 올바른 울타리가 되어줘야겠다는 일념하에, 오늘도 등원 준비를 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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