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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퀸즈의 조각피자

누구에게나 눈물 젖은 빵은 있다

by 보표

무지성 보스를 만나면 생기는 일


요즘 세대들이 많이 사용하는 무지성이라는 말이 있다. 無 없을 무를 필두로 구성된 이 신조어는 생각 판단의 과정을 거치지 않고 생각나는 대로 행동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 신조어는 요즘 세대들이 많이 사용하는 신조어 라지만 사실 생각해보니 나도 그렇고 많은 이들도 이미 무지성한 사람들을 예전부터 지금까지 당신들의 삶에서 많이 경험해보았을 것이다. 벌써 수년이 흘러버린 그 당시에 나는 회사 온라인 사업분야 최고 담당자였는데, 무지성 이였던 회사의 대표는 아침마다 근처 델리가게에서 주문한 1불짜리 미디엄 사이즈 커피를 손에 든 채 "자! 우리는 할 수 있다. 월 목표 매출액 100만 불! 파이팅! 만들 수 있지? 긍정적인 마음 파이팅이 필요합니다!" 말의 어순이나 어조는 신경 쓰지 않은 채 무조건 파이팅만을 외쳤다. 근본 없는 파이팅을 위치는 이런 부류의 사람들은 내 삶, 그리고 당신들의 삶 속 구석구석에 서식하고 있는데 이들의 무조건 적인 파이팅은 주변 많은 사람들의 정신과 육체를 가뭄 들게 한다. 이는 곧 책임자인 나에게 모든 부담이 넘어왔는데, 여기에서 한 가지 재미있는 점은 그 부담은 정말 출구 없는 무지성이 시발점이라는 것이다. 이유인즉 그 당시 온라인 재고를 다 판매해도 매출액이 30만 불정도 밖에 될 수 없는 재고인데 어떻게 월 100만 불을 판매할 수 있을까? 계획도 없고 현실적인 판단도 못하고 떠들어대던 무지성 이였던 내 보스는 월 목표 100만 불 매출액을 만들기 위한 재고는 보유하지 않은 채 연신 입만 부지런히 100만 불 떠들어댔다. 아직도 그가 연신 떠들어대던 입가에 무지성하게 나에게 튀겨오던 무지성한 침들의 끔찍한 기억이 생생하다. 당신의 삶에도 무지성한 사람들이 튀겨오는 침처럼 무지성하게 그들이 당신의 삶에 침투하고 있다면 더 이상은 참지 말고 지성으로 쉴드 치자.




closeup-of-pizza-with-cheese-and-pepperoni-S69YHQS.jpg 그 당시의 Chese pizza와 거의 흡사한 사진


뉴욕 퀸즈의 조각피자


이민 생활에 눈물 젖은 빵을 먹어봐야 한다고 이민 어르신들은 이야기한다. 그만큼 타국에서의 삶이 녹록지 않고, 생존하기 위해서의 부단한 노력과 그에 뒤따르는 고생은 어쩔 수 없이 동반된다는 것이다. 당신의 눈물 젖은 빵은 무엇인가? 나에게는 뉴욕 퀸즈의 조각피자가 눈물 젖은 빵인 셈이다. 무지성한 대표의 월 목표 매출액 100만 불을 만들기 위해서 온라인 재고로는 도저히 채울수 없었기 때문에 나는 오프라인의 재고까지 맨해튼, 브롱스, 브루클린, 퀸즈 각 지점을 돌아다니며 수거하여 주문이 들어온 온라인에 판매를 할 수밖에 없었다. 그 당시 모든 코스를 돌면 항상 퀸즈가 마지막 코스였는데 퀸즈에는 100년 된 조각피자 가게가 있었다. 모든 미션을 수행한 상태에서 잠시 차를 정차해놓고 100년 된 피자 매장에 들어가 갓 구운 치즈피자 한 조각을 손에 들고 나만의 레시피로 양념을 뿌리고 먹는 그 한입은 정말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가격은 $1.50 이였지만 비싼 레스토랑에서 먹는 $150 스테이크보다 나를 힐링시켜 주었다. 특히 우리는 각자의 처한 상황에서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원하는 만큼의 결과치가 나오지 않아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그런 너덜너덜해지는 상황들이 많은데 그 힘든 시간에 나를 힐링시켜 주던 각자의 눈물 젖은 빵을 잊을 수 없을 것이다. 나에게는 뉴욕 퀸즈의 조각피자가 그러했다. 그 피자 한 조각의 위로는 경험해보지 못한 사람들에게 라떼는 말이야~라고 재수 없게 거들먹거릴 수 있는 이야기의 한 꼭지가 되었다. 만약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에게도 생각나는 눈물 젖은 빵이 있다면, 너무나 노력했다고 잘했다고 심심한 위로해드리고 싶다. 때때로 우리는 낯선 이 가 주는 위로가 더 따듯할 때가 있으니까, 정말 수고하셨습니다.


결국 각 지점을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돌아다닌 나의 노력은 무재고 0 매출액에서 추가로 10만 불을 더 만들어내는 기적과도 같은 결과를 만들었고, 이 기적과도 같은 소식에 기뻐하던 무지성 대표는 그다음 날도 침을 튀기며 월 목표 매출액 100만 불 할 수 있습니다! 파이팅!!! 을 연신 외쳐댔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 이후에 저는 새로운 삶을 살고 있습니다.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라는 영화가 있습니다. 브런치에서는 쓸개를 제거한 이 이야기로부터 한편 한편 시간을 거슬러 뉴욕에서의 이민자로서의 회사 이야기를 전하고자 합니다. 아울러서 저처럼 젊은 날에 무엇을 이루기 위해 쓸개 혹은 그 무엇이 되었든 희생하신 많은 분들이 있으실 텐데 그분들의 상실을 공감하며 응원을 드리며, 아직 쓸개처럼 삶에 고통받고 계신 분들에게는 잘 버티실 수 있도록 글로써 심심한 에너지를 전달해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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