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을 어레인지 할 때, 한 발짝 떨어져서 자신의 작품을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 가까이서 몰입하다 보면 전체적인 균형과 조화를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수업 시간에도 늘 수강생분들에게 작품을 한발짝 떨어져서 바라보도록 한다. 그제야 대부분의 수강생분들은 "어 저부분이 조금 어색하네요, 왜 몰랐지"라며 놀라신다.
가까이서는 절대 보이지 않던 것들이 조금만 뒤로 가면 눈에 들어오는 것이다.
예전에 그림을 잠시 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림을 그리던 시간보다 떨어져서 바라보던 시간이 더 길었던듯하다. 완성된 작품을 보는 것보다 떨어져서 미완성된 작품을 바라보며, 어떻게 채워야 하는지를 고민하던 시간이 난 더 좋았었다.
꽃도 마찬가지이다. 꽃 하나를 꽂고 한걸음 뒤로 가서 바라보고 또 조금 지나서는 더 멀리 떨어져서 바라보고를 반복한다. 꽃 한 송이 한송이 모두 아름답기에, 꽃을 하다 보면 이 꽃들을 한꺼번에 담아내고 싶다는 유혹을 많이 받는다. 하지만 그럴 때일수록 한 두 송이를 빼서 전체적인 힘을 빼고, 공간을 줘서 느슨하게 만들어준다. 전체적인 그림이 자연스러워지고 편안해질수록 꽃 하나하나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현재 내가 강의하고 있는 강좌의 이름은 '가든 플라워 스타일링'이다.
공원이나 정원 속, 자연의 식물들과 꽃들이 어떻게 자라나고 피어나는지를 상상하며 어레인지 해나가는 것이 이 강좌의 가장 큰 주제이다.
꽃 하나, 잎 하나의 자연 본래의 속성을 이해하고 어레인지 하다 보면, 줄기의 방향, 잎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감상할 수 있게 된다. 짧은 시간 내에 자연의 속성을 그대로 표현한다는 것이 불가능할 수도 있겠지만 최대한 꽃과 잎이 억지스럽고 뻣뻣해 보이지 않으며 숨을 쉬고 있다고 느껴질 수 있도록 표현하려 노력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 발짝 뒤로 물러서서 바라보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런데 나는 꽃을 할 때와는 달리 일상 속에서는 한 발짝 뒤로 떨어져서 바라보는 것이 쉽지가 않다.
당장 눈앞의 것에만 매달리고, 그 순간의 감정에만 몰입하는 경향이 있다.
인간관계에 있어서도, 일을 하는 데 있어서도
시간이 한참 지나고 나서야 그때의 모습이 전체 그림으로 다시 보이기 시작한다.
'아 저때 저부분이 어색한 부분이었구나. 전체적으로 균형이 전혀 안 맞았네.' 라며 마치 한 번도 멀리서 바라보지 않고 끝내버린 꽃꽂이를 바라보듯 안타까워한다.
꽃을 바라볼때의 나와 달리 정작 일상 속 나 자신은 종종 어색하고 부자연스러울 때가 많다.
마치 예쁘고 다양한 꽃을 한 작품에 마구 넣고 싶은 유혹을 이기지 못하듯, 바로 내 눈앞의 관계, 상황에 내 모든 것을 보여주고 쏟아부으려고 했던 욕심 때문 일 듯하다.
한 발짝 떨어져서 바라보며 완벽하지는 않아도 서로 공간을 내어주며 자연스러운 조화를 만들어나가는 것.
마치 꽃을 어레인지 하듯, 삶도 그렇게 어레인지 하는 것이 나에게 지금 필요한 태도가 아닐까.
삶의 진짜 모습을 바라보고 싶다면 한 발짝 떨어져서 자연 속, 꽃과 식물이 어떻게 피어나고 어우러지는지를 상기시켜 보는것도 좋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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