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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RG Jul 07. 2021

아보카도 나무야, 죽지 마

 아이의 입술이 새하얬다. 사색이  얼굴로 다급하게 뛰어왔으니 무슨  일이라도   알고 얼른 몸을 돌렸을  였다.


“엄마! 밖에 토네이도가 오고 있어!! 어서, 어서 식물들을 들여놔야 돼!!!”


“토네이도는 무슨… 비가 오려나 보지…”


토네이도가 올 리 없다는 걸 알면서도 나는 창문을 흘끗 쳐다보았다. 바람이 세차게 불고 있었다. 새우죽을 끓이는 중이라 건성으로 곧 가보겠다고 대답했다.


내가 듣는  마는  하자 스티브는 얼른 뛰어 나가 자기    화분들을 가라지에 들여놓기 시작했다. 마지못해 나도 나갔다. 바람이 심한것 같긴 했다. 강풍을  작은 나뭇가지들이 볼썽 사납게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다. 오늘 아침 일기예보에선 폭염만 예고했었는데나는 그저 너무 귀찮아서 뒷마당의 화분들을 하나씩 천천히 들여놓기 시작했다. 나와는 반대로 민첩하게 움직이는 아이의 모습에 피식 웃음이 나왔다. 정말 걱정되는 모양이지잽싸게 드나들면서 고추 나무며 토마토 나무, 파프리카 나무, 해바라기  등을 나르는 아이의 모습을 재미있다는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제야 스티브의 눈가가 촉촉이 젖어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


그도 그럴 것이 스티브는 식물을 사랑한다. 그리고 그들과 함께 라고있. 스티브가 태어나기 전부터 여덟살이 된 지금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다양한 식물들과 함께 살고 있다. 한창 기어 다닐 때는 자기 눈높이의 식물 뚫어지게 관찰하면서, 손이 닿는 이파리는 뜯어먹기도 하면서 아이는 그렇게 자랐다.

요건 무슨 맛일까

일기예보를 다시 확인해 보았다. 뇌우 경보가 있었지만 아주 심각한  아니었다. 아이를 안심시켰다. 창밖을 수시로 확인하는  빼고는 어느 정도 안정을 찾은  같았다. 그러고 나니 이번에는 아보카도 나무가 걱정이었다. 아보카도 나무는 실내에서 키우고 있지만 오늘따라 시들하다. 흙에 벌레가 계속 생겨서  번이나 퇴치해 보려 노력했으나 허사로 돌아갔었다. 그래서 새로운 흙으로 갈아주기로 하고 어제  작업을 끝냈다. 뿌리에 벌레가 많아 뿌리 주변 흙까지 조심스럽게 탈탈 털어내야 했다. 그렇게 정성을 들인 아보카도 나무인데 오늘 종일 죽은 나무처럼 시들한 것이다. 단순 몸살이면 좋으련만 아무리 이파리를 만져보아도  늘어진  되살아날  같지가 않다.


우리 집의 아보카도 나무는 모두에게 자랑이었다. 방문하는 사람마다, “어쩌면 이렇게 잘 키웠어요?” 우리의 어깨를 으쓱하게 만들어 주던 놈이다. 아보카도를 먹고 씨앗을 얻어 발아했는데 그렇게 키운 것 치고는 꽤 크게 자랐다. 그야말로 ‘씨앗 때부터’ 키운 아이라 더욱 정이 간다. 미시간에서, 뉴욕에서, 뉴저지에서 우리와 험한 풍파를 함께 넘은 우리의 ‘가족’이다.


정말로 아보카도 나무가 죽을까봐 걱정이다. 그리고 아보카도가 축 늘어져 있는걸 스티브가 눈치챌까 걱정이다. 아까 식물들을 들여놓을 때 아이에게 말해 주었다.


“때로는 식물들도 혼자 힘으로 험한 비바람을 이겨낼줄 알아야해.”


마음으로는 아이에게 이렇게 말했다.


‘엄마가 더 이상 함께 해줄 수 없을 때 너도 홀로 비바람을 이겨내야만 돼.’


작은 것에도 감동하고 작은 일에도 눈물 흘리는 첫째가 사랑스럽고 귀엽지만, 동시에 이 험한 세상을 저 여린 마음으로 어떻게 살아낼까 가슴이 아리다.


아보카도 나무야, 죽지 . 네가 살아야 살벌한 비바람 , 벌레 구덩이 같은 인생 우리도 살아내지 않겠니.  그루의 나무보다 미약한게 인간이다. 지금까지 우리가 너를 돌본  아니네가 우리를 돌본 게 맞다.  그루의 나무로  자라  너. 부디 죽지 말고 살아서 스티브에게 그리고 내게 나는 이렇게 살아냈다고 청청한 잎으로 말을 건네줘.


매일 너를 바라볼게. 매일 같이 너를 돌보던 손길로 너를 만지고 매일 같이 너를 돌보던 목소리로 말을 건넬게. 그러니 죽지 말고 살아줘,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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