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 <꿈꾸는 꿈틀이>_12
숲을 지나던 꿈틀이는 무섭게 생긴 병정개미를 만났다. 까만 갑옷과 날쌘 몸매, 날카로운 이가 섬뜩하여 바짝 긴장했다.
“어이, 혼자만 다니는 지렁이야. 어디 가니?”
병정개미는 꿈틀이를 해코지할 생각은 없었으며 다만 으스대고 싶었다. 자신이 대단하다고 여기는 그는 지나가는 곤충들을 붙잡고 군소리를 곧잘 한다.
“지렁이가 많이 살고 있다는 두엄더미를 찾아가는데….”
겁에 질려 기는 소리로 대답하자 병정개미는 깔깔거렸다.
“너희들은 혼자 생활하는 버러지들인데 왜 다른 지렁이를 찾지?”
나무라듯 말하는 병정개미가 싫었으나 애써 참았다. 병정개미는 조직생활이 가장 우수한 삶의 방법이라고 뻐기며 다닌다.
“지렁이야! 너희들은 자기만 챙기지? 우리는 서로 챙겨. 우린 보통 위(胃) 말고도 사회위도 가졌지. 이래서 우린 곤충의 으뜸이 되었다.”
개미는 위가 두 개다. 하나는 자기를 위한 위고, 추가로 더 있는 ‘사회적 위’는 동료를 위한 위다. 허기진 동료를 만나면 입을 맞대고 사회위에 들어있는 양분을 건네준다. 병정개미는 뭇 곤충들에게 이것을 떠벌리며 자랑한다.
직수굿한 꿈틀이는 개미가 커 보인 만큼 자신이 작게 보였다. 그러나 조직생활에 대한 자랑을 떠벌리는 병정개미는 정작 조직에서 이탈된 외톨이다. 조직생활은 잘하지만 홀로서기는 영 서툰 그는 처량한 제 꼬락서니를 감추기 위해 너스레를 떨었는데, 순진한 꿈틀이는 그 말을 곧이듣고 시무룩해졌다. 병정개미는 우쭐하여 계속 허풍을 쳤다.
“꿈틀아, 난 조직의 중요한 일 때문에 지금 가야 해. 다음에 다시 조직생활에 대해 말해 줄게. 조직에 대해 배우면 넌 지렁이 세계에서 영웅이 될 거야.”
병정개미는 자신이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고 뻐기며 떠났다. 허풍이 상대에게 먹혀들어 갈수록 그의 너스레는 늘어만 갔다.
개미는 꽁지에서 개미산(길잡이페로몬)을 뿌리고 다니므로 멀리 나가서도 다시 집으로 찾아올 수 있다. 병정개미는 지네를 만나 조직생활에 대해 자랑을 늘어놓다가 비가 오는 통에 개미산이 지워져서 돌아갈 길을 잃어버렸다. 그 후로 외톨이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