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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니엘 Jan 31. 2021

"남은 것들"

평범한 지방대 선배의 세상이야기 #8 _부산 촌놈의 교환학생기 5편



처음 이곳에 왔을 때,

"Host Family"라는 교환학생과 현지 가족을 연결해주는 프로그램이 있었고,

감사하게도 한 교회의 목사님 가정과 1년을 함께 보내게 되었어.


매주일마다, Host Family의 교회에 가서 예배를 드리고

다양한 나이, 다양한 직장을 가진 지역의 분들과 대화하고

또 생각을 나누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어.



그렇게 1년의 시간이 지나고, 다시 대한민국으로 돌아갈 시간이 되었지.

마지막 일요일, 그날 목사님은 특별한 말씀을 전해주셨어.


"여러분 1년간 함께했던 다니엘이 3일 뒤 한국으로 돌아갑니다."



"안녕 조심히 돌아가요!"

"한국에서도 건강하게 잘 지내요"


많은 분들이 악수를 청해주시기도,

어떤 분들은 안아주시기도.


감정표현에는 조금은 무딘 "경상도 남자" 일수도 있는 나지만,

떠난다는 서운함보다는 더 큰 감사함이란 감정으로 가득 찬 "안습"의 시간이었어


그렇게 6개월간 머물렀던 집 계약을 정리하고,



함께해 주었던 친구들과 대한민국에서 만나기를 약속하면서,

한국으로 돌아왔어.


돌아오는 중에, 또 아주 오랜 시간에 비행이었는데도

잠은 쉽게 찾아오지 않았지.



"남은 것들"


미국으로 떠나기 전 준비했던 수많은 목표들


"영어를 완벽히 끝내야지!"

"많은 활동을 해봐야겠다" 등등.


그 시작에서 가졌던 목표들은

충분할 정도로 또 만족할 정도로 목표들을 이루지 못한 것은 당연했고,


그렇다면 교환학생 과정은 결국 실패였나?

"그렇기에는 너무 행복한 시간들이었는데..."



미국에서의 시간들을 떠올릴수록 "실패"라는 단어보다는

"행복" "감사함"라는 단어들이 더 많이 생각나는 이유는 뭘까?


어쩌면 처음 가졌던 그 목적이 잘못된 것은 아닌지?


만약 처음 떠날 때 가졌던 목표가


"영어공부 마스터하기!"

"학점 잘 받기" 등등등.. 이 아니라


"좋은 외국 친구들 사귀기"

"미국인처럼 살아보기"

"밤새도록 맥주를 마시며 컨트리 음악 들어보기" 였다면



아니 어쩌면 이런 것들이 교환학생의 진짜 목적 아니었을까?


"영어를 배우는 것"은 목적이 아니라

외국에서 좋은 사람들과의 관계를 위한 수단일 뿐인데.


"수단"일뿐인 것을, 이루어야 할 "목적"으로 착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식품을 만드는 회사는

고객들에게 건강하고 편리한 음식을 공급하는 것이 목적임을 망각하고,

돈을 벌게 해주는 수단이 된다는 점이 그 목적을 대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아이들의 건강한 보육이 목적이어야 할 곳들이

그 아이들의 행복을 담보로 돈벌이라는 수단이 되어

그 목적으로 변질되어 버린 것은 아닌지.


어떠한 행위, 또 그 과정이 가진 진정한 목적을 고민할 수 있다면

그 수단보다는 목적을 위한 노력을 만들어 갈 것이고,


"조금은 더 나은 세상이 되지 않을까?"



적어도 우리,

"현실적"이라는 합리화를 핑계로, 수단을 그 목적보다 우선시하지 말자.


"목적"에 대한 새로운 생각은,

교환학생이 가져다준 "남은 것"이 되어주었고,

그렇게 한국으로 돌아왔지.



"이런"

4학년 1학기까지의 시간을 마친,

나의 신분은 어느덧 "대학생"에서 "취업준비생"이 되어 있었지.


그 또 다른 시간이 기다리고 있었던 거야.


6개월 뒤의 나는


"어떤 모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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