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행, 그리다
알함브라는 슬펐다.
낮게 드리워진 구름...
갈색의 사암은 켜켜이 쌓인 시간의 무게만큼
무거운 침묵으로 궁전을 수놓았다.
그림도 장식도 없는 거대한 궁전은
그라나다의 하늘 아래...
안달루시아의 이 아름다운 평원에서
여전히 말이 없다.
영원을 향해 무겁게 침잠하듯...
작은 분수의 물소리만이 속삭일 뿐
알함브라에서
문자는 그림이 되고
사연이 되고
역사가 된다.
주인을 잃어버린 이 아름다운 궁전은
한없이 미약한 한 인간이
이곳 알함브라에서 느끼는 보잘것없음에,
마음의 심연은 다시 한번 숙연해지고
깊은 사색과 뜻 모른 슬픔의 노스탤지어가 되어
글과 그림과 그리움으로 벽에 새겨지리라
이제, 겨울비와 바람 사이,
젖은 낙엽은
타레가의 그 아름다웠던 기타 선율에 맞춰
알함브라의 추억을
궁과 궁 사이, 벽과 벽 사이 춤추고 노래하며
파도처럼 밀려왔다 밀려나간다.
여.행.이 물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