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고치기 #좋은글 #한국어교육
어떤 말을 표준으로 정할 때는 지역과 사회 흐름을 따집니다. 예전과 다르게 요즘 사람들이 많이 써서 발음이 바뀌거나 새로 생긴 말을 사전에 올리기도 하죠.
그런데 위의 잣대에 들어맞지 않은데도 국어사전에 오른 말들이 있습니다. ‘보다’도 마찬가지이죠. 우리 말법에 따라 생긴 말이 아닌데, 우리 사전에서 한 자리 꿰차고 있습니다.
국어사전은 여러 시대에 살았던 사람들의 말을 모은 책(종이든 전자 형태이든)입니다. 좋든 실든 우리의 얼이며, 역사입니다. 나라를 사랑하자는 게 아닙니다. 나를 잃지 말자는 말을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 말은 촌스럽고 우리 말로는 할 수 없는 표현이 많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내 입으로 나를 촌스럽다고 하는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내가 아니라 남이 되려고 애쓰는 모습이죠.
자꾸 남의 나라 말법을 따르면 우리 사전이 다른 나라 말로 채워집니다. 우리의 얼, 역사, 내가 흐려지죠. 그런 사람들이 모인 울타리에서는 제대로 말하고 듣는 사람이 없습니다. 서로 무슨 소리를 하는지도 모르면서 싸우거나 악수를 합니다.
그러니까 글 쓰는 사람이라면 이미 사전에 있는 말이라도 한 번쯤 따져봐야 합니다. 우리가 그 정도 책임은 안고 가야죠. 나만 보려고 글 쓰는 거 아니니까요.
그러면 이제, '보다'의 쓰임을 알아보겠습니다.
부디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보기]처럼 문장이 새로 시작하는 자리에 ‘보다’를 쓰는 것은 번역말투를 따른 것입니다. 요즘도 논문을 보면 인용문이랍시고 참 많이 씁니다.
여기서 ‘보다’는 ‘어떤 수준이나 이전 상태에 비하여 한층 더함’을 뜻합니다.
본디 우리는 말할 때도 글 쓸 때도 ‘보다’를 문장 맨 앞에 두지 않았습니다.
또한 우리한테는 이미 ‘더’, ‘좀 더’, ‘더욱더’ 같은 낱말들이 있습니다.
굳이 다른 나라 말법을 좇을 까닭이 없죠.
ㄱ. 보다 더 많은 사람이 (→ ‘보다’ 지우기)
ㄴ. 보다 더 나은 결과를 (→ ‘보다’ 지우기)
ㄷ. 보다 깊이 있는 대화 (→ 좀 더)
ㄹ. 보다 자세한 설명은 (→ 더/좀 더)
ㅁ. 보다 좋은 방법 (→ 더/좀 더)
‘ㄱ’, ‘ㄴ’처럼 ‘보다’를 빼고 다른 낱말로 채울 필요조차 없을 때가 많습니다.
그렇다면 우리 글에서 ‘보다’는 어떻게 써야 할까요?
우리는 ‘앞말이 비교의 기준이 되는 대상임’을 나타낼 때 ‘보다’를 씁니다.
그래서 문장 맨 앞에 올 수 없는 거죠. 아래 보기를 보면 얼른 이해할 것입니다.
ㄱ.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을 것 같아.
ㄴ. 지난번보다 더 떨린다.
ㄷ. 형보다 동생이 더 빨랐다.
ㄹ. 떡볶이보다 마라탕이 더 맵다.
더 좋은 날에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