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히 좋았던 날

그 이유를 몰라서 더 좋았다

by SH

어느 날,

별일 없이 지나간 하루가 있었다.

딱히 잘된 일도, 기쁜 소식도 없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날 밤 이불 속에 누워 있으니

괜히 웃음이 났다.


창문을 스친 바람이 시원했고,

저녁으로 먹은 라멘도 딱 좋았고,

가게에서 만난 사장님이

“오늘 날씨 좋죠?” 하고 건넨 말도

왠지 모르게 좋았다.


나는 늘

크고 분명한 이유가 있어야

행복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더 열심히 살아야

조금이라도 웃을 자격이 생길 거라고 믿었다.


하지만 아니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내 마음은 아주 사소한 것들에도

충분히 행복해할 줄 알았다.


별것 아닌 바람에도,

별것 아닌 국수에도,

별것 아닌 인사에도

이렇게 웃을 수 있는 마음이라니.


괜히 좋았던 날,

그 이유를 몰라서

더 좋았다.


행복은 이유가 없을 때 더 순하다.


괜히 좋았던 날이,

내 삶을 더 살 만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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