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었다고 믿었던 이름
그날 이후,
나는 몇 번이고
그 이름을 속으로 불렀다.
지훈.
발음하는 순간
입안이 조금 마르는 기분이었다.
아무도 듣지 못할 만큼 작은 소리였지만
이상하게도 그 이름이 머무는 자리는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밤늦게 창문을 열어 두면
방 안 공기가 서늘하게 식었다.
그때마다 나는
바람이 내 속에서 무언가를
슬쩍 흔들고 지나가는 느낌을 받았다.
창턱에 팔을 올리고
턱을 괴었다.
어둠 속에 머물다 보면
조용히 스스로를 지우고 싶어질 때가 있었다.
그때마다
희미하게 다시 살아나는 건
지훈이라는 이름이었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발소리 같은 것.
또 다시 마주치게 될까,
그럴 때 나는
어떤 표정을 지을까.
생각은 늘 그 자리에서 맴돌았다.
놓아주지 못한 이름 하나가
내 안에서 천천히
숨을 고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