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돌아온 계절의 공기

같은 계절, 같은 공기 속에서 다시 스친 사람

by SH

이상하게도 올해 봄은

조금 일찍 왔다.


며칠 전부터

아침 공기가 희미하게 풀 냄새를 머금고 있었다.

길가 화단에서 올라오는 어린 이파리들,

바람에 흩어지는 먼지 사이로

가느다란 햇빛이 스며드는 것까지도

어쩐지 다 낯익었다.


나는 그 길을 천천히 걷고 있었다.

생각해보면

이 길은 작년에도,

그 전해에도

비슷한 시간에 걸었던 곳이었다.

다만 그때와 다른 건

내가 오늘 유난히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 순간

뒤에서 발소리가 하나 더 겹쳤다.

가까워졌다 멀어졌다가

다시 내 곁으로 다가오는 소리.


나는 무심히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낯설지 않은 얼굴을 마주쳤다.


지훈이었다.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은 듯

그는 예전 그대로였다.

조금 구겨진 셔츠,

왼쪽 소매에만 살짝 걷힌 자국,

그리고 어딘가 생각에 잠긴 눈빛.


지훈도 나를 보고

잠깐 멈칫했다.

그러다 아주 작은,

정말 작아서 놓칠 뻔한 표정으로

입꼬리를 조금 올렸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도 그랬다.

우리는 그저

서로를 스친 두 사람처럼

가볍게 고개만 끄덕였다.


하지만 그 순간,

내 코끝으로 다시

풀 냄새가 스며들었다.

방금 전까지는 느끼지 못했던 향기였다.

지훈이 지나간 뒤에도

그 향은 한동안 그 자리에 머물렀다.


나는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걸음을 다시 옮겼다.

하지만 몸 어디엔가

지금 막 흔들린 감각이

조용히 잔물결을 일으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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