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공간에 머문 기록
낯익은 카페였다.
작년 봄에도,
그 전해 가을에도
서윤은 이곳에 혼자 앉아 있었다.
창가 쪽 좁은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작은 노트를 꺼냈다.
손가락이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얇은 종이가 스치는 소리가 났다.
그 사소한 소리마저
오늘은 조금 크게 들렸다.
서윤은 가만히 펜을 들었다.
3월 19일
오늘은 햇빛이 테이블 위까지 내려왔다.
그 안에 앉아 있는 내 손이
조금 덜 외로워 보였다.
그리고…
지훈.
마지막 이름을 적으면서
서윤은 살짝 숨을 고르듯 멈췄다.
펜촉이 종이 위에 아주 가볍게 얹힌 채
움직이지 않았다.
그러다 무심히 펜을 내려두고
따뜻했던 커피 잔을 두 손으로 감쌌다.
노트는 그대로 테이블 위에 펼쳐둔 채였다.
그때였다.
바로 옆 테이블에
지훈이 앉아 있었다는 걸
서윤은 미처 알아채지 못했다.
지훈은 주문한 커피를 기다리다
잠시 시선을 돌렸다가
서윤 앞 테이블에 열린 노트를 보았다.
거기엔
아직 마르지 않은 잉크 자국과
조금 삐뚤게 적힌 자신의 이름이 있었다.
지훈은 아무 표정도 짓지 않았다.
그저 잠시 노트 위를 바라보다가
숨을 조금 길게 들이쉬었다.
서윤이 다시 노트를 향해 고개를 돌렸을 때
지훈과 시선이 맞았다.
서윤은 놀란 듯
서둘러 노트를 덮었다.
그러나 지훈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조금도 어색하지 않게
그저 조용히 웃었다.
그리고 창밖을 보며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그 웃음에
서윤도 노트를 꼭 쥔 손의 힘을
조금 풀 수 있었다.
기록은 혼자만의 것이었다.
그러나 오늘,
그 이름을 같은 빛 아래 두 사람이
조용히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