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화. 좀비의 조종: 기생충
'좀비의 생물학(Zombiology)' 특집
1화. <부산행> 좀비의 생물학 - 생명공학은 어떻게 또 사고를 쳤나
2화. <나는 전설이다>의 생물학 - 좀비에게도 사회성이 있을까
3화. <나는 전설이다>의 생물학 - 그 '좀비'의 소통법
4화. <28일 후>의 생물학 - 바이러스는 어떻게 좀비를 만들까
5화. <THE LAST OF US 2>의 생물학 - 동충하초 좀비: 어떻게?
6화. <겟 아웃>의 생물학 - 좀비의 조종: 기생충
지난 시간, 유명 게임 <THE LAST OF US 2>를 통해 찾아본 동충하초의 가능성은 우리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왜냐하면 숙주를 마음대로 조종하는 데는 관심이 없는 녀석이었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숙주를 '나'의 생존에 유리하도록 조종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다. 마치 영화 <겟 아웃>에서 최면 요법을 통해 몸의 통제권을 빼앗고, 새로운 의식을 삽입하여 의도대로 움직이게 만드는 것처럼 말이다.
그런 측면에서, 좀비 곰팡이(Ophiocordyceps unilateralis)라는 녀석들은 동충하초보다도 미래가 기대되는 녀석이다. 이 녀석의 포자는 숨구멍을 통해 개미 몸속으로 들어가 성장한다. 감염된 개미는 나무 위로 올라가, 턱으로 나뭇잎을 물고 스스로를 고정시킨다. 곰팡이가 턱 근육을 조절해서 죽은 뒤에도 개미가 나뭇잎을 놓지 못하게 한다. 이윽고 개미의 목 뒤편으로 과실체가 자라나게 되고, 포자가 공기 중으로 퍼져 나간다.
데이비드 휴즈 교수 연구팀은, 2017년 연구에서 개미를 50nm(1m의 2억 분의 1)두께로 잘게 썰어 개미의 조직과 곰팡이 조직을 섬세하게 구별했고, 곰팡이가 개미를 점령해나가는 과정을 꼼꼼히 밝혔다. 곰팡이는 개미의 면역시스템을 속이고, 혈관 속에서 떠다니는 각각의 세포로 존재하며 세포분열을 거듭한다. 이들은 곧 짧은 튜브를 만들어 서로를 연결하고, 의사소통을 하며, 영양분을 교환한다(조종당하지 않은 개미들의 경우, 곰팡이의 세포들이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있지 않았다). 곰팡이들은 온몸의 근육 조직에 침투하고, 연결된다. 뇌가 없는 곰팡이들의 집합체가 더 큰 생물의 몸 곳곳에 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기반을 다진다.
게다가, 이제까지의 예상과는 달리 이 곰팡이들은 '개미의 뇌'를 손상시키지 않았다. 단순히 개미의 '중추신경계'를 침범하고 파먹어 들어가는 대신, 두뇌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다양한 화학 물질을 분비하여 개미의 근육을 제어한다. 이러한 방식이 매우 흥미로운 까닭은, 기존의 방식들처럼 신체를 불구로 만들지 않고도, 온순한 꼭두각시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기존의 좀비 바이러스나 동충하초는 좀비(숙주)의 신경계를 망가뜨리고, 퇴화시키고, 기능을 잃게 만들어 '지능이 떨어지는 짐승'처럼 움직이게 만들었다. 그러나 좀비 곰팡이의 방식은 정교한 이동수단을 망가뜨리지 않은 채, 자신의 포자가 더 멀리 날아갈 수 있도록 나뭇가지 위로 이동시킬 수 있다. 개미의 두뇌는 여전히 자동차 운전석에 앉아 있지만, 네 바퀴는 곰팡이가 차지한 꼴이다.
이번 칼럼에서는, 뇌 기능을 망가뜨리는 대신 입맛대로 다룰 수 있는, 보다 실용적인(!) 좀비가 만들어지는 방식을 다루었다. 한없이 볼품없고 작게만 느껴졌던 곰팡이가 뇌(의식)를 건드리지 않고도 은밀하게 행동을 조종할 수 있다는 사실은 많은 것들을 다시 생각해보게 한다. 뭔가 홀린 듯 '전진, 앞으로'만 되뇌이는 사회에서 우리는 곰팡이로부터 자유로울까? 자유의지란 누가 만들어내는 것일까? 곰팡이들은 우리 생각보다 훨씬 더 가까이에 있는지도 모른다.
<참고 문헌>
[1]. 조선비즈, 2017-06-17, 꽃을 물고 이성 유혹 중? 사실은 '좀비 벌레'랍니다
[2]. TheAtlantic, 2017-11-14, How the Zombie Fungus Takes Over Ants' Bodies to Control Their Mind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