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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쌀알 권지연 Oct 04. 2022

정지된 페북을 보며 너를 생각해

쓰다듬고 쓰다듬어

 페이스북이 멈춘 지 8년이 지났다. 생일날 지인이나 제자들이 생일 축하 메시지를 남기거나, 누군가에게 소환된 경우를 제외하고, 스스로 소식을 남긴 지 8년의 세월이 흘렀다.      


 마지막 글은 2014년 4월 16일이었다.

 중3 아이들과 소풍을 갔다가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남긴 글이었다. 마지막이 될 줄은 꿈에도 모르고 올린 글이다.

가슴이 너무 아프다.
오늘 우린 소풍을 다녀왔고
2학년은 수학여행을 떠났다.  

지금 배 안의 학생들과
마음 졸이며 기다리시는 부모님들을 생각하니 가슴이 찢어진다.
부디 모두들 무사하길...     


 소풍날 아침, 학교 운동장에서 집결 후 버스가 출발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다. 한 아이가 놀란 얼굴로 내게 휴대폰을 내밀었다. 기사에서 수학여행을 떠난 학생들이 탄 배가 침몰하고 있다고 했다. 실제 상황인지 의심스러웠다. 배가 얼마큼 크고, 얼마나 많은 학생들이 타고 있는지 몰랐다. 반 아이들을 진정시켰다. 기사가 났다면 사람들이 위급한 상황인 걸 알고 있을 거라고, 곧 모두 안전하게 구조될 거라고, 안심하라고 말했다.     


 정말 그렇게 생각했다. 소풍 장소에 도착해서 분주한 일정을 보냈다. 아이들과 사진도 찍고, 점심도 먹고, 이야기하고, 놀고... 그리고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휴대폰으로 기사를 찾았다. 너무나 당연히 모든 상황이 종료되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돌아오는 버스 안이 어수선하다. 기사를 접한 아이들은 믿지 못하겠다는 듯 계속해서 내게 질문을 한다. 뭐가 어떻게 되고 있는 건지 알 길이 없었다. 오늘 수학여행을 떠난 우리 학교 2학년 아이들이 생각났다. 소름이 끼쳤다. 계속해서 기사를 찾다가, 기사 속 사진을 보다가, 기도를 한 것 같기도 하고, 멍하니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그 후 페북에 소식을 전할 수가 없었다. 한동안은 내가 사는 세상이 의심스러웠다. 나는 현실을 살고 있는 걸까. 눈으로 보고 있으면서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우리 모두가 한심해서 참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참을 수밖에 없고, 계속해서 교단에 서서 가르쳤다. 그러고 밥을 먹고, 차도 마시고, 시답잖은 농담을 하고, 그랬다.      


 아이들과 소풍을 다녀온 그날이 어떤 이들의 마지막 소풍이었단 사실이 자꾸만 생각났다. 처음엔 지독하게 터무니없는 현실 때문에 울분이 올라왔다가 무기력했다가를 반복했다. 어떤 소식이나 글도 적을 수 없었다. 세월이 가면서 그럼에도 밥도 먹고 차도 마시는 위선이 싫었고, 미안했다. 나 잘 살고 있는 꼴을 페북에 올리는 게 미안했다. 바다는 아직 차고, 눈물은 아직 마르지 않았는데, 일상이 돌아가고 있다. 그냥 다 멈췄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잊지 않고 있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추모였다.      


 왜 그때의 시간에서 벗어나지 않느냐 말하지 않았음 한다. 배 안의 사람들은 우리와 같은 평범한 일상의 사람들이었다. 신화나 전설이 아니다. 평범한 학생, 선생님, 이웃이었다. 평범한 이들은 픔도 착취당한다.(황현산, 과거도 착취당한다) 그러니 기억하는 것은 우리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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