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 파도라면

나는 바다!

by 바람코치 신은희

인생은 파도타기와 같다고 생각했다.
끝났다 싶음 또 다른 파도가 계속 밀려들어오니까.

서퍼의 관점에서 어떤 파도를 타야 하나 늘 눈에 쌍심지를 켜고 외부에 에너지를 쏟아부었다.

어제는 새로운 거래처를 뚫었고, 오늘은 한 달간 애써왔던 프로젝트 하나가 종료됐다. 사실 코로나가 터진 이후, 감사하게도 4월에 잠깐 주춤했던 것 외엔 지금까지 하루도 푹 쉰 적이 없다.


겉으로 보기엔 하나씩 잘 타 넘는 것 같지만 속은 그렇지가 않다. 넘어지지 않고 매 순간마다 잘 타고 넘고 싶어 고군분투한다. 그러다 보니 온몸에 자꾸 힘이 들어가고 에너지가 쉬이 소진된다.


어제, 오늘은 정말 쉬고 싶었는데 큰애가 자꾸 두통을 호소하는 바람에 소아과를 갔다. 2차 병원으로의 의뢰서를 받아 들고 돌아서는데 다리에 힘이 탁 풀렸다. 별일 아니겠지만 정말 막막했다.


나도 두통이 심한데 내 아이도 아픈 건 정말 못 봐주겠다. 내가 함께 못 들어가는 심전도 검사실이나 엑스레이 촬영실 들여보낼 땐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내 눈물이 모이면 바다가 되려나? 하는 어이없는 생각을 하다 문득 겨울왕국 2 엘사의 파도타기 장면이 떠올랐다.


그는 본인에게 내재된 힘을 믿지 못했다. 마치 파도에 휩쓸리듯 혼돈 속에서 헤매었다. 그를 끌어내리는 듯한 투명한 말은 마치 '넌 할 수 없어!'라고 말하는 내부의 비판자와 같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도전했던 엘사는 마침내 내면의 파도를 잠재우고 바다 위를 거침없이 건너가는 초인이 된다.


나는 파도를 넘는 서퍼가 아니라

파도를 만드는 바다일지도 모른다.


관점을 바꾸니 새로운 세상이 열렸다.

첫째만 아프고 둘째와 남편은 안 아픈 게 얼마나 다행인가?

바빴던 강의가 딱 끝나고 내가 함께 병원 투어?를 다닐 수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가?

아픈 와중에도 밝은 면을 바라보는 아이에게 내가 맞장구 쳐줄 수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가?

코칭 약속이 두 개나 미뤄졌는데 나의 사정을 적극 공감해주고 양해해주시는 고객님들은 또 얼마나 감사한가?


만에 하나 검사 결과, 그저 유전에 의한 신경성 편두통이라면 내 딸이 확실한 것이니 이 또한 얼마나 신기한 일인가?



내가 또다시 마주하고 있는 이 파도는 장애물이 아니라 기회다.

나에 대해 더 잘 알 수 있는 기회,

나의 에너지 한계 범위를 잘 알 수 있는 기회,

어쩌면 지혜롭게 대처해, 새로운 능력을 개발할 기회.


또 파도가 밀려온다.

내가 골라 탈 수 있는 파도는 많지 않았다.
그 어떤 파도도 쉬이 넘어진 적은 없었다.
하나 넘고 또 하나 넘으며
멀리 내다보기 연습을 거듭하는 인생이다.


인생이 파도라면

나는 곧 바다다.


지금은 다양한 크기의 파도를 자주 맞닥뜨리고 있지만,

나는 곧 바다가 되어 파도를 일으키는 사람이 된다.


인생에서 불어닥치는 수많은 역풍과 싸우다

나 스스로 신바람을 불러일으키는 바람 코치가 된 것처럼,

이런 파도쯤은 모두 품어내어 결국에는 파도를 일으키는 바닷바람 코치가 되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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