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면, 그 전날 아무리 늦게 잤어도 다시 잠들지 않고 깨어나서 요가를 한지 햇수로 9주가 지났다.(중간에 2주 정도 잠시 워커홀릭 모드 ON이었다는 건 안 비밀ㅠ)
일어나면 가장 먼저 물 반 컵을 마시고, 화장실을 다녀온 뒤 아이들 가방과 아침을 챙긴다. 3,40여분이 소요되는 정신없는 아침 시간 이후 모두가 현관을 나선 시간이 되면 마루에 매트를 깐다.
10분간 가부좌 자세로 명상을 한 후 TV를 켜고 구독 중인 요가 유투브 채널로 가서 오늘 끌리는 영상을 고른다. 대략 3,40분이 소요되는 #요가 자세를 따라 하며 때론 흔들거리기도 하고 아파서 멈추기도 하고 너무 동작이 힘들어서 씩씩대며 요가 유투버를 노려보기도 한다. 끝나고 나면 땀으로 온몸이 젖은 채 가쁜 숨을 고르며 '나마스떼~' The End
대표적인 올빼미형으로 쉬이 밤잠에 들지 못하는 내게 이런 모닝 루틴이 형성된 것은 기적이다. 회사를 가야 하는 것도 아니고, 누구랑 약속해서도 아니고, 감시자가 있는 것도 아니다. 오로지 내 의지로 무언가를 꾸준히 한다는 건, 내가 정말 좋아하고 빠져있을 때 가능한 일.
까불이 언니는 맏이라 언니가 없는 내게 요즘 최애? 랜선 언니다. #요가소년 님은 calm 하고 peaceful 한 느낌을 줘서 좋지만, 까불이 언니는 요가도 "어떻게??? 신나게~~" 하자며 나를 늘 퐌타스틱 한 모닝 요가 클럽 (like dancing club, u know?ㅎ)으로 이끌어준다.
영상 제목들은 다 다르고 힙하지만, 아직 요린이(요가 어린이)인 나에겐 하나같이 다 비슷하면서도 어려운 동작들이다. 가장 많이 익숙해진 키워드는 다운 월 페이싱 독(downward facing dog), 하이 플랭크(high plank), 전사 자세 그리고 inhale코로(들숨) & exhale입으로(날숨)등이다.
무엇보다 발끝을 플렉스(flex)하라는 말도 정말 많이 들린다. 요즘은 플렉스를 '돈을 왕창 써버렸다/ 자랑한다'는 의미로 많이 쓰지만 원래 플렉스는 '구부리다'는 뜻이다. 스트레칭하면서 몸을 굽히거나 발끝 등을 앞쪽으로 구부리는 것도 flex라고 한다.
요가 등 스트레칭 운동에, 아니 우리 삶엔 진정한 flex가 필요하다. 실제로 숨을 들이쉬고 마셔야 살 수 있다. 아무리 힘들어도 내 몸을 비틀어서 내 안에 숨 쉴 공간을 늘려준다. 동작이 힘들어서 멈추고 싶지만, 내가 선택한 30분이니 묵묵히 따라 해 본다. 그러면서 내 오른쪽과 왼쪽이 동작마다 어떻게 다른 느낌을 주는지 발견한다.
요가에서 '느껴봐' 라거나 '발견해봐'라고 말하는 표현이 마음에 든다. 판단하지 않고, 바라보지 않고, 그저 있는 그대로의 내 몸을 '보는' 행동을 한다. 감각을 느끼고 일깨우고 숨 쉰다. 그럼 일상생활에서도 일어나는 현상들을 그저 관찰하며 느낄 수 있게 된다.
까불이 언니가 엄청 힘든 동작 끝에 스타 자세를 맘껏 취해보라고 말하는 순간부터 왜인지 울컥했다.
가슴을 맘껏 벌려보세요, 양 팔도 하늘을 향해 활짝 펼쳐보세요! 깊이 숨을 들이쉬세요! 이 공기, 공짜잖아~ 다 내 거 할 수 있잖아요! 나는 스타(star)예요! 반짝반짝 빛나요!"
대충 이런 멘트를 하셨는데, 들으며 울컥했다. 요가를 마치며 마무리 호흡을 하는데 막 눈물이 쏟아져내렸다. 요가하다 울음이라니! 근데 속상하지 않고 속이 시원했다.
요즘 같은 코로나 상황이나 길고 길었던 장마기간은 내가 어떻게 해도 flex 할 수 없다. 하지만 내 몸은 숨을 들이쉬고 내쉴 때마다 점진적으로 flex 가능해진다. 내 아이들이나 남편, 지인들도 내 마음대로 flex 할 순 없다. 하지만 내가 flex 하는 동작을 취하면 이를 따라 하는 사람들도 생긴다.
나는 그저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한다.
느낀 것 깨달은 것을 글로 쓰고, 좋아하는 것을 보고 사진을 찍고, 내 몸에 좋은 것을 찾아 입에 넣어주고, 입으로 하는 경청을 통해 코칭을 하고, 마음이 심란할 땐 피아노 건반을 두드려본다.
몸이 움직일 수 있을 때, 흥이 솟아오를 때 눈치 안 보고 막춤도 춰보고,
읽고 싶은 책이 있으면 몰입해서 읽어도 보고, 보고 싶은 사람 있으면 손가락 움직여 메시지도 보내보고, 기분이 나면~ 애지중지하는 LP판을 꺼내 턴테이블 위에 돌려놓고 턴 멍도 때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