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그리기 10일차-네모난 세상

그릴수록 블랙커피가 고파진다.

by 바람코치 신은희

2021. 1. 15. 오늘은 내 주변의 육면체를 찾아 그려보는 날이었다. 요전날 정육면체 샘플 그림보고 따라그리다 기진맥진했던터라 오늘은 단톡방에 올라오는 타인들의 그림들만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와~ 어쩜 다들 이렇게 잘 그리지?' '난 명함도 못 내밀겠고만...' 이런 패배감에 빠져있는데... 순간, 카누 스틱커피곽을 보고 그린 소묘가 눈에 들어왔다. 마침 우리집에도 카누 커피곽이 있었던게 생각났다.


'잡았다, 요놈!'

주변 사물 보고 그리기를 하려면 왜 그렇게 마땅한 도형이 눈에 안 띄는지... 내가 그림그리기가 싫은건가 아님 그릴 대상이 없어서 못 그리는건가 헷갈리던 차였는데 잘되었다.

문제는 엉뚱한 곳에서 튀어나왔다. 애들이 계속 커피곽을 쳐대는 탓에 빛과 그림자의 방향은 물론이고 구도도 계속 어그러지는게 아닌가... 게다가 실랑이 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해가 점점 떨어져서 처음 시작과 다른 사물의 음영이 내 눈 앞에, 그리고 내 화지에 그려져갔다.

선생님은 자잘한 디테일에 신경쓰기보다 전체적인 양감과 입체감 표현에 집중하라셨지만, 그게 참 하지 말라면 더 하게 된다. 그리하야 오늘 그림에서 제일 마음에 드는 부분은 어쩌다보니 측면 커피 타먹는 법?깨알 표현부분?ㅎ.


계속 커피스틱곽을 째려보며 그리다 보니 커피가 고파져서 다 그리자마자 하나 뜯어 마셔버렸다. 입 속 가득 퍼지는 쌉싸름한 진함을 느끼고 있자니 마음이 차분하게 가라앉았다.

'이 커피알갱이도 조그만 점들인데 뜨겁게 녹아내려 이 컵을 가득 채우는 면이 되었구나...'


세상 모든 건 점으로부터 시작해서 선과 면을 이루게 된다. 나도 비록 작은 점같은 연필소묘를 구사하고 있지만 계속 선을 이어긋다보면 음영차이가 확실한 면이 완성되겠지.


p.s. 네모난 사물만 찾다보니 한창 즐겨들었던 노래가 자꾸 떠올랐다.


네모난 교실 네모난 칠판과 책상들~
네모난 오디오 네모난 컴퓨터 TV~
네모난 달력에 그려진 똑같은 하루를
의식도 못한 채로 그냥 숨만 쉬고 있는걸
주위를 둘러보면 모두 네모난 것들뿐인데
우린 언제나 듣지 잘난 어른의 멋진 이 말
'세상은 둥글게 살아야 해'


그래서 내일부턴 둥근걸 그려본다나 뭐라나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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