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몸챙김 마음챙김 바디풀니스 프로그램을 참여한지 15일째. 이틀은 빼먹었지만 매일 안하면 허전할 정도로 내 일상의 루틴이 되고 있다.
그날그날 정해진 문장을 필사하고 지정 요가 영상을 수행하며 하루를 마무리하는 이 시간은 진정 힐링이다.
늘 완벽을 추구하며 아등바등 살았던 내게 요가 선생님의 멘트들이 위안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완벽한 자세가 아니어도 괜찮아요" "너무 애쓰지 마세요" "잘하고 있어요" 등 처음엔 듣자마자 울컥해서 잠시 멈춤 상태로 있기도 했다.
오늘 요가 영상 중에는 이런 멘트가 있었다.
"각자 가능한 자세에서 멈추고 버텨주세요"
출처: 유투브 채널 에일린요가 화면 캡쳐
듣는 순간, 왠지 머릿속에서 불꽃이 튀는 느낌이었다. '그렇지, 무리하면 안 되지!' 내가 현재 가능한 자리에서, 내가 가능한만큼만 버티면 되는 것이다.
문득 지난 달 깊이 빠져 읽었던 책 월든의 한 문장이 떠올랐다.
"집이란 '세데스', 즉 '앉은 자리' 이외에 무엇이겠는가? 그 앉은 자리가 시골에 있으면 더욱 좋은 것이다.(월든 126쪽)"
현재 제주도에 와 있다보니 더 기시감이 드는 건 기분 탓일까? 사실 제주2주살기는 향후 제주2년살기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시도한 일이기도 하다.
코로나로 인해 많은 것들이 변했지만 특히 공간에 대한 인식이 크게 달라졌다. 예전엔 남편 출근하고, 아이들이 유치원이나 학교에 가고 나면 집은 그 시간만큼은 오롯이 내 공간이었다. 인디펜던트워커인 나는 원래 재택근무자였던데다 온라인 강의로 전환되며 더더욱 집에 오래 머무르게 되었다.
문제?는 코로나 여파로 회사가 문닫아 퇴사한 남편도, 아이들도 모두 이 집에 복닥복닥 붙어있는 시간이 (내 기준에서) 지나치게 많아졌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하루에 꼭 30분만이라도 내 숨 쉴 공간을 절실히 필요로 하는 나같은 프라이빗 디스턴스 애호가는 숨막힐때가 많아졌다.
출처: 유투브 에일린 요가 채널 캡쳐
하지만, 내 남편도 내가 선택해서 결혼했고, 내 아이들도 내가 둘을 원해서 계획임신했던 아이들이고 보물이다. 내가 선택한 사람들이 내게 짐같이 느껴지다니 얼마나 우스운 상황인지.
그래서 시작한게 하루 30분 걷기, 하루 30분 요가 와 같은 일상 속 작은 움직임들이다.
심호흡을 하고 내 흉곽에 산소가 들어갈 공간을 충분히 넓혀주고, 경직된 내 관절들을 풀어준다. 요가선생님 말씀처럼 "고통보다 시원함이 느껴지는 지점들에 집중"해본다. 어떨 땐 "입가엔 살짝 미소를 지어주세요" 라는 멘트가 들리기도 하는데 그럴때마다 따라웃게 된다.
요가 매트만큼의 내 자리를, 내가 거처하고 있는 곳에 확보해두고 하루에 30분만이라도, 안되면 5분만이라도 심호흡을 하며 자꾸 필요 이상의 에너지를 쓰느라 경직됐던 나를 풀어준다.
아무도 보는 사람은 없다. 내가 옆에 사람보다 다리가 덜 찢어졌는지, 뱃살 때문에 허리가 덜 접히는지 알아차리는 사람도 당연히 없다. 아! 나와 함께 나이트요가를 하는 우리 아이들이 보긴 하지만 어디까지나 자세를 잡는데 참고함이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각기 다른 쌔근거림으로 각기 다른 자세와 위치에서 호흡하지만, 우리는 함께 있고 서로를 필요로 한다. 그러니 나도 내가 가능한 자세로 최대한 이 상황을 버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