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딸이 독립해서 나가 혼자 산지가 벌써 2년이 다 되어 간다.
그래봤자 엎어지면 코 닿을 곳에 살고 있기는 하지만 같은 지붕아래 살지 않다 보니 자주 얼굴 볼 기회가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
2년 전 딸의 독립은 그녀의 독립 선언으로 결정된 것이 아니었다. 나와 아내의 결정이었다.
이유를 말하면 너무 가족사를 다 이야기를 해야 해서 그 부분은 생략하기로 한다. 딱 1년만 해보자라고 시작한 결정이었고 우리의 결정에 딸도 동의를 했었다.
결정을 내리고 바로 집을 알아보고, 적당한 곳을 정하고, 빈집에 이것저것 살림살이 물건들을 채우는데 오래 걸리지 않았다.
첫째 딸은 처음으로 자신만의 독립적인 공간이 생긴다는 것에 들뜬 기분이었는지 아주 좋아하는 표정이었다.
딱 1년만 살 집이었지만 그래도 안전하고 무엇보다도 햇볕이 잘 들고 따뜻한 그러면서 편안한 공간을 주고 싶었다.
무엇보다도 딸에게 쉼을 줄 수 있는 그런 공간을 찾았다. 그것이 독립의 중요한 이유였기도 했다. 적당한 뷰도 있으면 좋겠다고 욕심까지 내었다. 다행히 만족한 집을 얻을 수 있었다.
드디어 이사를 들어가는 날.
소파, 침대, 냉장고 등등 아이의 짐을 대충 다 정리해 놓고 보니 제법 아늑해 보였다. 고생을 했지만 아내도 나도 기뻤고 안심이 되었다. 이 정도면 혼자 살아도 되겠다고 생각되었다.
아이를 혼자 두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우리 부부는 아무런 대화가 없었다.
어떤 집 부모들은 첫째 아이를 독립시킬 때 펑펑 운다고들 했지만 우리는 눈물이 말랐는지 한 방울의 눈물도 나지 않았다. 그렇게 첫날은 아무 말 없이 잠자리에 들었다.
의외로 첫째 딸은 독립된 공간에 잘 적응했다.
친한 친구들을 불러 집들이도 하고 혼자 요리도 하고 집 근처 좋은 커피집도 찾았다면서 우리를 초대하기도 했다.
마치 오래 기다렸던 행복을 뒤늦게 누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뭐 좋았다.
아내도 나도 첫째 딸이 독립해서 더 행복해 보여서 좋았다.
1년의 시간은 정말 짧았다.
사계절이 지나가야 하니까 시간이 조금은 걸릴 거야라고 생각했던 나의 상상은 정말 틀렸다. 번개처럼 지나갔다.
아내와 나는 또 결정을 해야 할 시간이 왔다. 임대계약 만료가 곧 오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첫째 딸은 이미 솔로 생활에 적응하고 더 이상 나와 아내의 울타리가 필요하지 않아 보였다.
우리는 운명을 직감했다. 이제 홀로서기 모드로 그녀를 보내줘야겠다고 생각했다.
더 이상 이사 가지 않아도 되는 보금자리를 찾기 시작했고 적당한 곳에 자리를 잡았다.
적당한 높이에서 나무가 적당히 보이는 거실이 참 맘에 들어서 선택한 집이었다.
가끔씩 딸아이 집에 건너가서 저 거실의 소파에 앉아서 밖을 보면서 차를 마시고 있노라면 마음이 평안해짐을 느끼곤 한다. 그럴 때마다 아내와 나는 잘했다 싶다고 스스로 위로를 한다.
첫째 딸이 홀로서기를 시작한 지 이제 만으로 2년이 되었다.
생각보다 혼자 잘 지내는 듯 보이지만 가끔씩 우리 집에 오면 자기 집에 가기 싫은 때가 있다고 한다.
늦은 밤 딸을 내려주고 들어가는 뒷모습을 보면 "잘 지내는 것 맞나?"라는 생각이 들곤 한다.
첫째는 혼자 살면서 아침저녁으로 문자를 자주 보낸다. 거의 매일 빼먹지 않고 보낸다.
주일에는 늘 같이 만나서 예배를 보고 린필드에서 커피를 마시면서 일주일 동안 일들에 대해 수다를 뜬다.
지난 주일에도 만났다. 그렇게 2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그녀의 홀로서기는 불안해 보인다.
그녀의 수다에는 즐거움도 있지만 외로움도 늘 함께 묻어나는 것을 느낀다. 자신은 아니라고 말하지만.
그래도 어쩌겠나 이제 돌이키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지금 와서 다시 집으로 들어오라고 할 수 도 없다.
내가 대학교 기숙사에서 살 때나 자취방에서 지낼 때 늘 부러웠던 친구들이 학교 끝나고 부모님이 있는 집으로 가는 녀석들이었다. 그래서 나는 늘 나중에 내가 내 자식이 생기면 결코 멀리 유학을 보내지 않고 결혼할 때까지는 같이 살기로 생각했었다.
하지만 세상이 내 뜻대로 되는 것이 있나? 결국 첫째 딸은 이렇게 따로 살면서 홀로서기를 하고 있다.
두 집 살림을 유지하기 위해 아내도 나도 예전보다 더 일을 많이 해야 하고 그래서 힘들지만 이 시간들이 지나가고 나중에는 좋은 추억으로 기억으로 남기를 바랄 뿐이다. 무엇보다도 딸이 좀 더 성숙해지고 성장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홀로서기는 힘들다. 시작부터 어렵다. 하지만 언젠가는 해야 한다. 아래 사진에 있는 나무처럼 우뚝 솟아올라 견딜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Slade avenue, Lindfield
"그리하면 여호와 그가 네 앞에서 가시며 너와 함께 하사 너를 떠나지 아니하시며 버리지 아니하시리니 너는 두려워하지 말라 놀라지 말라" 신명기 3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