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맛 없을 땐 비빔국수
Good day, Sunnie, Jinnie & June.
지난번에 면 요리를 해서일까? 또 생각나는 건 다른 종류의 면 요리지 뭐니. 근데 있지, 사실 엄마는 예전만큼 면으로 만든 음식을 좋아하지는 않아. 아니, 좋아하지 않는다기보다는 잘 못 먹게 됐다고 해야 하나.
그런데도 여전히 이런저런 면 요리를 종종 하게 되는 건 일단 무엇보다도 너희가 좋아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 그다음으로는 다른 어떤 요리보다도 왠지 만들기 수월하다고 느껴지는 거(중요한 건, 그렇게 ‘느껴진다’는 거지 실제로 ‘꼭 그러하다’는 아닌 경우도 왕왕 있다는 사실) 그 정도 이유 때문인 것 같아. 아, 엄마의 삶이란.
생각해 보니 비빔국수는 드물게 너희 셋이 다 좋아하는 음식이기도 하구나. 그런 메뉴 귀한데, 그렇지?
오늘은 귀차니스트 버전으로 조금 치트키를 쓰는 비빔국수를 해볼게. 약간 국물이 있는 스타일인데 치트키가 뭔지 말부터 해줘야겠지?
이건 전날 저녁에 먹었던 보쌈에 곁들여 냈던 쌈무 남은 걸 활용해서 만든 거야.
맞아. 쌈무가 치트키야. 글쎄 뭐, 서너 장 이상 남았다면 1인분으로 만들어 먹기엔 충분할 것 같아.
이걸 적당히 한 1.5cm 정도 폭으로 썰어줘. 그리고 양배추, 적채, 당근, 파프리카도 좋고, 냉장고에 있는 자투리 채소라면 조금씩 다양하게 얇게 저며 썰어서 넣어주면 좋을 것 같아.
생양파도 굉장히 좋은데 다만 아주 아주 얇게 잘 썰어주거나 아니면 썰어놓은 양파채를 찬물에 담가서 매운 기를 조금 빼주는 게 좋긴 해.
근데 귀찮지? 그러면 양파채는 굳이 넣지 않거나 넣어도 아주 조금만 넣는 식으로 넘어가도 괜찮아. 물론 안 넣어도 아무 상관없어.
깻잎도 있으면 넣으면 맛이 좋지. 아무튼 생으로 먹으면 맛이 곤란하게 느껴지는 채소만 아니라면 뭐든 괜찮은 것 같아.
쌈무가 들어갔으니까 대충 맛의 베이스가 어떤 느낌인지는 알겠지?
버무려 줄 양념은 식초, 고추장, 고춧가루, 간장, 통깨, 설탕 정도면 돼. 비율은 식초 0.7, 고추장 1, 간장 0.5~0.6, 고춧가루 0.6, 설탕 0.5~0.6 정도로. 쌈무에 찰랑하게 고인 국물 있지? 그거 한 세 스푼 정도 넣어 주고. 식초 양이 1이 안 되는 건 쌈무 때문이야. 그게 은근히 간이 세거든. 설탕도 상대적으로 조금 적게.
왜냐하면 쌈무에서 단맛이 굉장히 강하게 나니까. 한마디로 쌈무가 새콤달콤의 큰 부분을 담당하고 있지. 이게 빠지면 그만큼 양념에서 그 맛을 채워줘야 하는 걸 잊지 말아야 돼.
양념 재료는 이 정도인데. 그러니까 쌈무 없는 버전으로 하려면 식초랑 설탕이 이거보단 아주 조금씩 더 들어가야 해. 조금조금 추가해 가면서 맞춰 봐. 뭐든 연습해야 늘어, 연습해야.
그리고 이건 좀 넉넉히 만들어 뒀다가 미역 데쳐서 찍어먹어도 되고(미역국 끓이려고 불려 놨다가 생각보다 미역이 꾸역꾸역 불어나서 당황하는 부엌 초년생들 많은데, 그럴 땐 불어난 미역을 따로 챙겨놨다가 끓는 물에 빠르게 데쳐서 이렇게 초장에 버무려 먹어도 아주 맛있지… 처치곤란 미역 처리법도 언제 한 번 써야겠네). 그러니까 국수에 넣을 양보다 좀 많이 만든 것 같아도 너무 당황할 필요 없어. 릴랙스. 괜찮다니까.
소면은 끓는 물에 소금 한 꼬집 넣어서 삶아주면 간이 살짝 배어서 맛있다고들 하지. 하면 좋고, 안 해도 늘 그렇듯 큰일 안 나. 다 삶았으면 건져서 찬물에 야무지게 헹궈서 물기를 빼자. 다 빠졌다 싶으면 먹을 만큼 볼에 옮겨 담고. 그다음에는, 아까 만들어 놓은 양념장 있지? 그걸 모조리 쏟아붓지 말고 국수가 찰박하게 잠길 정도로(왜냐면 쌈무 국물을 넣었으니까) 맞춘 다음 국수를 살살 버무려 줘.
국수에 양념이 잘 뱄다 싶으면, 그때 미리 준비해 둔 채소를 넣고 빠르게 섞어주면 끝.
왜 이렇게 하냐면, 어떤 자투리 채소들을 넣을지는 몰라도 어떤 애들은 간혹 너무 신나게 버무려주다 보면 풋내가 폴폴 나서 먹는 일을 곤욕스럽게 하는 애들이 종종 있거든… 그리고 손에 좀 덜 괴롭힘을 당할수록 모양도 좋고 맛도 더 좋으니까.
그래도 굳이 빡빡 비벼서 맛을 배게 하고 싶은 욕구를 참을 수 없다면, 오케이. 하고 싶으면 해야지, 뭘 어쩌겠어. 남한테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닌데… 어떤 것은 꼭 몸으로 겪어봐야만 진실로 내 것이 되는 지혜도 있으니, 기꺼이 두 손 놓고 구경할게.
이렇게든 저렇게든 맛있는 한 그릇 완성했길 바라. 그럼 오늘도 맛있는 하루가 됐으면 좋겠어.
뱀발. 사진을 보면서 왜 이렇게 허전하지 내내 고민했는데 이제 답을 알았다. 반숙이 빠졌네, 반숙이. 반숙으로 익힌 삶은 달걀은 필수야, 알지? 달걀 싫어하는 누구 씨 때문에 삶은 달걀을 매번 따로 접시에 덜어내서 이 접시엔 없었던 거였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