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국적이지만 친숙한 맛, 차우멘
있지… 사실 이건 가르쳐주는 게 맞나 고민 좀 했어. 왜냐면 셋 중 하나만이 좋아하는 음식이잖아. 근데 엄마 경험으로는, 이상하게 내가 좋아했던 음식만큼이나 내가 그리 좋아하지 않긴 했지만 우리 엄마가 좋아했던 음식이 그렇게 생각이 많이 나고(할머니가 몹시 정정하신데도 그렇더라, 엄마는) 심지어 먹고 싶기까지 한 것을 보면(어휴 그놈의 고들빼기 김치!) 원래 차우멘을 좋아하는 선이 빼고 진이 준이도 가끔은 생각나지 않을까 싶어서 가르쳐 주기로 결정했답니다. 훗.
캘리포니아 살 때 종종 갔던 판다 익스프레스에서 뭐랄까 디폴트로 항상 골라 테이크아웃 팩에 넣어달라고 했던 차우멘. 거기선 참 시도 때도 없이 해 먹었는데 한국 돌아와서 보니까 에그누들을 파는 데가 없는 거야. 세상에 이럴 수가 있나.
그때의 실망스러운 기분이 지금도 또렷하게 기억날 정도거든. 근데 최근에 뭣 때문이었을까, 그냥 갑자기 충동적으로 에그누들을 검색해 봤어. 몇 년 사이에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에그누들을 여기저기서 다 팔고 있더라고. 엄마가 이걸 그냥 넘기겠어 안 넘기겠어. 당연히 두 봉지를 주문해 놓고 도착하기만을 기다렸지. 그 사이에 셀러리도 한 봉지 사고 구이용 소고기도 사다 놓고.
엄마는 차우멘 하면 항상 준이네 초등학교 후문으로 나가면 바로 연결되는 E. Park 놀이터가 기억나. 매주 수요일 오후마다 준이 친구들과 엄마들과 돗자리 깔고 퍼져서 애들은 뛰어놓고 엄마들은 수다를 주거니 받거니 했던 따뜻했던 날들이. 왜냐면 그때 엄마가 종종 준비해 갔던 스낵이 차우멘이었으니까.
노느라 배고픈 아이들은 항상 먹을 게 고팠고 중국 음식은 꽤나 대중적이어서 어느 나라 출신 아이건 차우멘만큼은 모두 좋아했으니까. 그렇지만 그때를 떠올리면 정말 어쩔 수 없이 슬픈 얼굴을 했던 인도인 여자아이가 생각나.
미안하게도 이름도 잊었는데 아르한 Arhan의 누나였던 그 아이. 배가 고팠는지 엄마 나도 저거 먹어도 돼? 했는데 P 이모는 도시락통을 흘긋 쳐다보자마자 안 돼, 소고기 들었잖아, 하고 야단을 쳤더랬지. 그때만큼 엄마가 살면서 미안하고 난처했던 때가 없었던 것 같아.
아, 이게 뭐라고. 아무나 먹을 수 있게 그냥 채소만 넣고 볶을걸. 그때 엄마 표정을 읽었는지 P 이모가 그랬어. 에이 그러지 마, 어떤 음식에도 알러지나 기타 등등의 이유로 못 먹는 애는 한둘씩 꼭 있어. 물론 그게 사실이겠지만, 먹고 싶은데 못 먹어서 속상한 아이 얼굴을 보는 건 참 힘들더라.
그래서 그 뒤로 한 번은 소고기를 빼고 볶아봤거든?
오 마이…
안 되겠더라.
그냥 안 먹으면 안 먹었지. 하하하하하하.
재료는 에그누들 200g 정도에 소고기 채 썬 것 50-100G, 양파 1/4에서 반 개, 마늘 적당히 편 썰고 셀러리(필수) 3-4대 정도 그리고 숙주가 있다면 1/3 봉지 정도 + 간장과 굴소스, 조청 앤드 참기름만 준비하면 좋겠어. 다시 밑줄 쫙, 셀러리와 소고기는 필수.
에그누들은 끓는 물에 빠르게 데쳐 줘. 소면처럼 흐늘흐늘하게 익도록 두면 안 돼. 차우멘은 약간 바삭한 맛으로 먹어야 맛있어서. 1분 남짓 정도만, 너무 바삭거리는 게 싫으면 최대 1분 30초…라고 하고 싶지만 사람 입맛은 천차만별이니까 퍼진 게 좋다면… 뭐 안될 건 없지. 근데 엄마가 해주던 스타일은 1분 컷이야.
셀러리는 어슷 썰어 두고 양파는 길이대로 0.5센티 정도 폭으로 썰고 소고기도 길쭉하게. 재료의 모양을 비슷하게 맞춰 손질하는 건 음식의 기본 중 기본이야. 보기에 예쁜 것도 있지만 익는 속도를 유사하게 맞춰 주는 거거든. 기름 약간에 마늘 편을 넣고 향을 내주다가, 채소 넣고 볶는데 너무 물컹해질 정도로 볶지는 말고. 여기에 데쳐둔 에그누들을 넣고 굴소스 1, 간장 1의 비율로 간을 하면 돼. 100G당 간 재료 1스푼 늘어난다고 생각하면 되겠네? 하면 답은 ‘아니’ 지만, 일단 그건 다음 기회에 얘기하기로 하고. 여기에 참기름 한 스푼, 조청 1/3~2/3스푼 정도 같이 넣고 잘 섞어서 볶아주면 끝!
농담이 아니고 20분 안으로 준비해서 요리하고 먹는 것까지 끝낼 수 있는 한 끼인 거지… 한마디로 훌륭한 음식. ‘영양가 있는 걸로 잘 먹었으면 좋겠어’ 소리에 진저리를 치게 된 엄마에겐 이런 게 좋은 음식이야… 하… 말하면 긴데 뭐 또 그런 철학이 건강 면에서 도움 되는 지점도 분명히 있긴 하니까, 반박은 하지 않을게. 하지만 왜 그 철학을 ‘먹기만 하는’ 사람이 주장하는 거야, 정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