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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민 Oct 29. 2022

아빠도 그랬어?

07 | 아빠가 되고

  토요일 저녁, 하루 종일 시간을 보낸 아빠와 아이 사이에 미묘한 긴장감이 느껴졌다. 윤이는 아빠도 자기처럼 작았을 때 할머니, 할아버지한테 혼났는지 진지하게 물어봤다. 짝꿍은 이때가 기회다 싶었는지 하루 동안 아이에게 하고 싶었던 잔소리를 자기 이야기처럼 하기 시작했다. 아이는 한참을 이래서 혼났고, 저래서 혼났고 하며 이야기하던 아빠를 눈이 동그래져서 쳐다봤다.


-       나처럼 잘했어야지. 아빠는 그렇게나 많이 혼났어? 몇 살까지 혼났어? 커서는 안 혼났지?


  아빠를 안쓰럽게 보는 아이의 눈빛에 짝꿍의 눈동자가 흔들린다. 어젯밤 짝꿍과 이야기를 나누다 요즘은 부모님이 아무 말씀 안 하시는 게 가장 크게 혼나는 거라고 한 이야기 생각났다. 어린 시절 짝꿍은 꽤 많이 부모님께 혼이 난 모양이다. 그래서 부모님의 엄했던 모습을 많이 기억하고 있었는데 아이가 태어나고 부모님이 아이와 놀아 주시는 모습에 많이 놀라 했다.


  나는 반대로 부모님이 윤이와 지내는 모습을 보면 신랑의 어린 시절을 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곤 했다. 신랑은 기억하지 못하는 아주 어린 시절 특히 첫째로 태어나서 모든 사랑을 듬뿍 받았을 그 시절의 모습처럼 보였다. 


  아이가 태어나니 우리가 기억하지 못하는 시절들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되었다. 양가 부모님과 아이를 보며 ‘저렇게 우리도 사랑받았겠지, 저렇게 놀아 주셨을 테지, 우리가 아팠을 때는 저렇게 동동거리셨겠지, 잠투정이 심한 날에는 저렇게 업어서 재워 주셨겠지. 저런 다정스러운 눈빛으로 우리를 바라봐 주고 계셨겠지.’하곤 생각했다. ‘저렇게’라는 생각이 길게 드리우는 날이면 부모님의 뒷모습이 더 애잔하다.


  짝꿍과 윤이를 보면 꼭 짝꿍과 아버지 같아 보일 때가 많다. 아버지가 윤이랑 놀아 주시는 모습이랑 똑같이 짝꿍도 윤이랑 놀아준다. 짓궂은 장난을 하는 것도, 아이에게 엄하게 혼을 낼 때도 그 모습 그대로다. 아마도 어렸을 때 아버지가 해준 그대로 자신도 모르게 아이를 대하는 것은 아닐까? 짝꿍은 아이에게 너무 엄한 아빠가 되지 않으려고 부단히 애를 쓰곤 하는데 그렇게 애쓰지 않아도 옆에서 볼 때 충분히 좋은 아빠다.


  짝꿍은 아이가 자신의 모습을 똑같이 흉내 낼 때면 화들짝 놀라곤 하는데 짝꿍의 걱정과는 달리 아이는 아빠의 모습을 보며, 아빠와의 관계를 통해서 더 넓은 세계로 성큼성큼 걸음을 내딛고 있다. 아빠라는 든든한 존재를 마음에 넣고. 짝꿍이 그랬던 것처럼.
 


#엄마나랑친구할래 #정민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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