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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민 Oct 29. 2022

미나리

08 | 가족이 되다

  축하해요! 아이를 데리러 가는 길 마주친 반 엄마가 축하 인사를 전했다. 갑자기 왜 축하한다고 하지하고 어리둥절하고 있는데 윤여정의 오스카 수상을 봤다며 너무 기뻐하는 거 아닌가! 이게 내가 받아도 되는 축하인가 싶었지만 그래도 고맙다고 인사를 나눴다. 한동안 한국에서 들리는 소식에는 영화 미나리 이야기와 윤여정의 각종 수상 소식이 들려왔기에 우리도 시간을 내 미나리를 찾아보기로 하였다. 얼마 만의 영화 감상인지 설레는 마음으로 주전부리를 챙겨 식탁 앞에 앉았다. 우리는 점점 말을 잃고 영화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영화 속에 나오는 꼬마 아이가 꼭 우리 아이 같았다. 그래서인지 둘 다 감정 이입이 되어 영화 속 가족 이야기가 꼭 우리 이야기같이 느껴졌다. 혹시 이 영화의 결말이 좋지 않을까 봐, 영화 속 가족이 너무 힘들어하면 어쩌지 하는 마음에 할머니가 나오기도 전에 눈물이 왈칵 쏟아졌고 그대로 노트북을 닫았다.


  빨래를 걷어 혼자 방에 앉아 정리하고 있었다. 그때 아이가 나도 같이 할게 하며 옆에 앉았다.


-        엄마 내가 노래 불러줄까?

-        응.

-        나는 엄마가 좋아.

꽃을 선물할게. 아니 모든 걸 선물할게.

엄마가 슬프면 내가 위로해 줄게.

엄마 사랑해.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일 년 넘게 계획대로 할 수 없는 불안한 상황이 계속되니 사실 너무 지쳐있었다. 그동안 희망을 가지다가 무기력해지다가 웃다가 울며 종일 요동치는 마음들이 쌓여 짜증이 났다. 아이가 방으로 들어오기 전, 나는 막 빨래에 화풀이를 할 참이었다. 아이가 방에 들어올 때 혼자 있고 싶었기에 반갑지 않았다. 


  그런데 아이의 노래에 뾰족하게 쌓여있던 마음들이 와르르 내려앉았다. 무언가에 쫓기듯 초조해하던 마음이 멈춰 섰다. 그리고 아이를 꼭 안고 마음속으로 미안함을 전했다.


-  정말 네가 있어 다행이야. 네가 없었다면 이만큼도 버틸 수 없었을 거야. 너에게만큼은 엄마의 슬픔이 전해지지 않도록 하루하루 노력할게. 엄마 옆에 있어줘서 고마워.


  여러 고민들이 털실 뭉치처럼 뒤엉켜있어 어떻게 풀면 좋을지 막막한 기분이 들곤 한다. 풀리는 것 같다가도 다시 엉켜버리기를 반복하고 있다. 아직은 앞이 잘 보이지 않지만 옆에서 묵묵히 우리를 위로하는 아이 덕분에 다시 천천히 풀어본다. 아이와 함께 걷는 이 울퉁불퉁한 산책길의 즐거움을 잊지 말아야지! 그리고 곧 미나리를 끝까지 볼 수 있기를 바라며 마음을 단단히 채비해본다.



#엄마나랑친구할래 #정민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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