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에 오르다
2016년 3월 28일 오후 6시경, 중부고속도로 중부 1터널 부근엔 개나리가 피기 시작했다. 겨울이 떠나가고도 한동안 봄이 오지않았던 빈 자리였다.
겨우내 나는 무얼 했던가.
감기에 걸렸었고, 건조한 날씨에 코가 계속 헐었고, 여전히, 때때로 악몽을 꾸었다. 흘러간 것들, 흘러가는 것들, 오지 않을 것들, 오고있는 것들, 이 모든 것들을 우두커니 앉아서 생각했고, 생각했다.
마르친 바실레프스키 트리오의 음악을 들었고, 주자(朱子)의 책을 다시 읽기로 하면서도 거의 읽지 않았으며, 술을 많이 마셨다. 삶에 진저리를 쳤고, 반성했고, 다시 진저리를 치다가 딴 생각에 빠졌다. 눈이 와서 투털거렸고 눈이 오지않아 투덜거렸다. 모든 것이 길고도 느릿느릿하구나, 생각했다. 이런 나를 고양이는 늘 처음보는 사람처럼 바라보았다.
작년 봄에는 눈(眼) 때문에 고생을 했다. 지금 생각해보니 황사나 미세먼지 때문인 것 같았다. 올해는 미리 대책을 세워야 할텐데 뭘 어째야 하나. 눈에 마스크를 쓸 수도 없는데.
꽃이 피어서 봄이 오는 것을 알았으니 꽃이 떨어져야 봄이 감을 또 알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