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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런치스토리팀 May 10. 2017

작가 인터뷰 24 - 사랑,
안바다

꿈을 이룬 작가들의 이야기

사랑이란, 곁에 있어 주는 것


어버이날 부모님께 '사랑합니다'라고 이야기하셨나요?

쑥스러워 말하지 못한 분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3초도 걸리지 않는 그 한마디를 왜 못할까요?

그 말 한마디이면 부모님은 분명 좋아하실 텐데요.


쑥스러움에 앞으로도 말하지 못할 것 같은 분들께, '괜찮아요. 사랑은 곁에 있어주는 것이에요'라고 말하는 브런치 작가가 있습니다.


헤아릴 수 없는 사랑의 의미에 대해  글을 쓰시는 안바다 작가님을 소개합니다.






#01
글 쓰는 사람


형식적인 소개부터 먼저 하자면, 대학에서 독문학을 공부했고 대학원에서 국문학과 문예창작학을 공부했습니다. (그런데 가장 많이 읽고 좋아하는 소설은 주로 프랑스 작가들입니다.) 어쩌다 보니 세부 전공은 모두 다르지만 크게 봤을 때 문학을 공부하고 있고요, 문학을 좋아한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 듯합니다.


낮에는 생계를 위해서 어디든 가서 강의합니다. 학원에 가서 문학이나 논술을 강의하거나 문화센터나 학교 등에서 글쓰기를 강의하기도 하고요. 그리고 주로 밤과 주말에 글을 씁니다. 그래서 저에 대해 한마디로 소개하라고 하면, 주로 ‘강사’ 일을 하는 사람 정도로 소개했는데, 앞으로는 ‘글 쓰는 사람’ 정도로 소개하고 싶습니다. 물론 한 번도 그렇게 남에게 소개해본 적은 없지만요.




#02

안개바다 위의 방랑자, 안바다


사실 ‘안바다’는 독일 낭만주의 시대 화가, 카스파르 다비드 프리드리히 Caspar David Friedrich의 작품 제목 <안개바다 위의 방랑자>를 나름의 방식으로 줄인 것입니다. 이 그림을 이런저런 책에서 보고 받은 인상이 쉽게 가시지 않았거든요.


안개바다 위의 방랑자


프리드리히는 어딘가를 응시하고 있는 사람의 뒷모습을 자주 그렸는데요, <안개바다 위의 방랑자>는 그중 가장 유명한 작품입니다. 뿌연 안개 바닷속에서 일출인지 노을인지 알 수 없는 황금빛이 조금씩 새어 나오고 있고, 한 사내가 산봉우리 위에 서 있는 모습, 특히 뒷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흔히 이 작품에 대해 신비롭고 거대한 자연 앞에서 왜소하고 고독한 인간을 표현했다고 말합니다. 물론 (고독하고 불운하고 방랑적이었던) 화가의 자전적인 삶을 유추했을 때, 맞는 말이겠지만 저는 꼭 그렇게만 보이지 않았거든요.


19세기 초, 어느 것도 명확히 보이지 않는 시대에 화가는 무엇을 보고 싶었던 것일까라는 질문을 던져보았습니다. 안개가 가득한 세상에서 결국 볼 수 있는 건 자신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신비롭고 광활한 풍경 속에서 결국 보이는 것은 자신의 내면이라는 것, 그 점에 매료되었고요, 그것은 결국 우리가 살아가는 한 풍경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았어요. 우리는 세상을 경험하고 또 매일 사람을 만나며 살아가지만, 우리가 끝내 보고 있는 것은 자기 자신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좋든 싫든, 졸작이든 명작이든 우리가 가장 많이 보고 생각하는 것은 자기 자신이라는 작품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보이지 않는 세상을 보고 있는 그의 뒷모습이, 또 자신의 내면을 보고 있는 그의 뒷모습이 쓸쓸하기도 했지만 한편 어떻게든 ‘잘’ 살아가기 위해 애쓰고 다짐하며 스스로를 다독이는 우리의 모습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꼭 필명이 꼭 작품의 제목만을 의미하는 건 아닙니다. ‘바다’를 워낙 좋아해서, 그냥 ‘바다’라는 의미이기도 하고요.




#03

'사랑에 대한 어떤 생각' 출판에 대한 생각



솔직히 말하면 무덤덤해요. 오히려 책이 나오기 전에는 많은 기대와 상상을 했지만 막상 책이 나오고 나니, 별 느낌이 없어서.. 원래 그런 건가 싶었어요. 물론 책에 대한 아쉬움도 많고요. 더 잘 쓸 수 있었는데 등등.. 하지만 모든 것이 만족스러울 수는 없을 테니, 사랑에 대한 어떤 생각의 한 챕터, 한 문단, 한 문장에라도 공감할 수 있는 글이 담겨 있다면, 그리고 누군가 사랑에 대해 잠시라도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었다면, 그것으로 위안을 삼으려 합니다.




#04

책 읽을 때 습관, 색연필 밑줄


네, 전 색연필로 밑줄을 그으며 책을 읽는데요, 그것도 정성스럽게 그으면서 읽습니다. 우선 책의 디자인이나 내용과 어울릴만한 색을 골라요. 그리고 그 색연필로만 밑줄을 급니다. 그렇게 한 권의 책을 한 번 다 읽고 나면 색연필은 키가 줄어 있고 대신 책은 다양한 표정을 가지게 됩니다. 밑줄을 긋는 건 책과 소통하는 한 방식이라고 생각해요. 머릿속으로만 그어도 상관없겠지만 실제 그어지는 밑줄의 물질성과 선을 긋는 행위 자체에 어떤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러니까, 밑줄을 긋는 것은 단지 내용을 강조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 책에 대한(그리고 작가에 대한) 나름의 리액션인 셈입니다. 우리도 사람들이랑 대화할 때, 부동자세로 무표정하게 있지 않잖아요.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고 손짓을 하기도 하고 눈을 깜빡이기도 하고 그의 어깨를 치기도 하잖아요. 그런 식으로 책과 호응하는 겁니다. 물론 맘에 안 드는 책에는 밑줄 그을 일이 거의 없겠지요. 그래서 제 책도 밑줄 그어지기를 바랐던 것입니다.



좋은 책은 꼭 다시 읽게 되는 데, 그 경우에는 다른 색연필로 밑줄을 그어요. 그러면 예전의 내가 공감하거나 인상적이었던 부분이 지금의 내가 그러한 부분과 조금은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기도 합니다. 그리고 (필사도 비슷한 경우지만) 눈과 머리로 보는 행위에 추가로 손으로 긋는 행위가 추가됨으로써 글의 내용과 함의와 정서가 내게 물질적으로 좀 더 깊이 스며드는 것 같아요. 아무튼 이제는 습관이 되어 버렸습니다. 색연필이 없으면 책을 잘 못 읽는 상태까지 이른 것 같아서, 한편으로는 좀 불안하기도 합니다. 가령, 휴양지에 가서 맥주를 마시며 연필 들고 책을 읽는 건 좀 아니니까요. 물론 그런 경우에는 주로 줄 칠 필요가 없는 책을 가지고 가지만요.




#05

매트릭스와 터미네이터도 사랑 이야기


주로 소설(시), 영화, 혹은 회화에서 소재나 글감을 얻어요. 결국 모든 ‘이야기’는 사랑을 이야기하는 것이니까요. 그것이 개인에 대한 사랑이든 사회와 세상에 대한 사랑이든 말이에요. 그것이 <매트릭스>든, <터미네이터>든, <인터스텔라>든 말입니다.


소설을 읽거나 영화를 보고 나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잖아요. 그때 사랑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 다만 사랑을 특정 시기에 발현하는 특정 감정으로만 여긴다면 고민할 거리도 쓸 거리도 별로 없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사랑을 좀 더 넓게 확장해서 세상의 모든 존재가 살아가는 한 방식으로 생각하면 생각하고 쓸 거리는 가득하고요. 솔직히 말하면 ‘사랑’에 대해 쓰는 건, 일종의 핑계이거나 속임수 일지도 모릅니다. 결국 (사람들이 흥미 있어 하는) 사랑이라는 사태를 빌미로 사람들에게 세상, 사물, 풍경, 연인(혹은 남편과 부인), 그러니까 내가 아닌 타자와 '함께' 살아가는 어떤 삶의 방식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입니다.




#06

사랑에 대한 프루스트적 순간


물건보다는 특정 음악, 특정 공간, 혹은 특정 날씨인 것 같아요. 그 사람과 함께 들었던 음악, 그 사람과 자주 갔었던 카페나 공원, 그리고 그 사람과 처음으로 포옹했던 날 내리던 소나기 등. 이런 것들에서 문득 사랑에 대한 기억이 떠오릅니다. 그 기억은 떠오르게 하려고 노력해서 떠오르는 성질의 것이 아니라, 나도 모르게 갑자기 피어나는 것들인데요, 말하자면 ‘프루스트적 순간’이라고 할 수 있는 그런 순간이 있습니다.


장마철, 쏟아지는 빗소리와 물기 가득한 공기에서 문득 그녀의 냄새나 피부가 느껴지는데, 그건 회상으로 겨우 되돌려진 허약한 추억이 아닌 것 같아요. 훅, 하고 다가온 그것은 마치 그 시간 그 공간에 내가 있는 것처럼 물질적인 느낌을 주는 그런 감각입니다. 그런데, 이런 느낌을 내가 느끼고 싶어서 느낀다기보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어떤 사물, 풍경, 공간에서 갑자기 오는 것이라서 무어라 명확히 규정할 수는 없네요. 아무튼 그런 비의지적 순간이 오면 행복하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07

‘책’보다는 좋은 ‘글’을 쓰고 싶은 마음


소설도 쓰고 에세이도 쓰고 학술적인 글도 쓰고.. 글에 대한 욕심이 많습니다. 다만 부지런하지 못해서 잘 실천하고 있지 못하지만요. 우선 공간과 사물에 대한 에세이를 쓰고 있는데, 책 한 권 분량으로 완성해볼 생각입니다. 출판이 될지 어떨지는 모르겠어요. 우선 한 권의 ‘책’보다는 좋은 ‘글’을 쓰고 싶은 마음입니다. 좋은 글을 쓴다면 그 글이 언젠가 좋은 책이 되겠죠.


좀 막연하지만, 저는 어떤 글을 쓰든 그 글이 삶이라는 기쁘고 때론 고단한 여정에서 잠시 멈춰 서게 하는 글이 되기를 바라며 씁니다. 잠시 되돌아보기도 하고요, 깊이 숙고해 보기도 하고요, 잠시 망설이게도 하는 그런 글말입니다. 위풍당당하게 앞으로 전진하게 하는 그런 글보다는 말입니다. 대개 앞으로만 힘차게 전진할 때는 주변을 잘 돌아보지 못하니까요. 내가 지금 무엇을 밟고 서 있는지, 머리 위의 별들이 언제부터 그리 아름다웠는지, 소중한 사람이 언제부터 묵묵히 곁에 있어주었는지 우리는 종종 잃고/잊고는 합니다. 그렇게 (원래는 품고 있었지만) 많은 것들을 잃고/잊고 삽니다. 원래는 우리가 소중히 간직하고 있었는데, 잃은 것들, 망각한 것들, 때론 스스로 버린 것들을 끄집어내는 그런 글을 쓰고 싶습니다. 그래서 다시 새롭게 환기된 그 감각, 느낌, 정서들로 조금은 외롭고 낯선 삶에서 작은 위안이 되는 글쓰기를 하고 싶습니다. 그런 내용과 문체를 가진 글을 쓰기 위해서는 더 많이 읽고 쓰고 노력해야 하겠죠. 앞으로 그런 글 쓰도록 노력할테니, 독자님들도 천천히 같이 호흡하며 읽어주세요. 그러면 행복할 것 같습니다.




안바다 작가의 '사랑에 대한 어떤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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