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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 작가 인터뷰
by 브런치팀 Jun 13. 2017

작가 인터뷰 29 - 당신의 계이름,
이음

꿈을 이룬 작가들의 이야기

가족, 연인, 친한 친구 사이에 대화를 하면서 서로의 마음을 읽지 못해 불편한 시간을 보내게 될 때가 종종 있습니다. 사람의 마음을 읽는 능력에 대한 책과 강의들이 많습니다. 그 책과 강의를 들으면, 우리에게 마음을 읽는 능력이 생겨날까요? 


브런치에 있는 수많은 글을 읽어보면, 내 말을 듣고 이해한듯한 글들이 많습니다. 이번에 인터뷰를 한 이음 작가 역시 저마다의 시간과 공간을 독자의 마음을 이해한 것 같은 글을 쓰십니다. 이해하려 노력하지만, 써 내려간 글 역시 절대 단정될 수 없다 말하는 이음 작가님을 브런치 인터뷰를 통해 소개합니다.







#01

이음입니다. 


안녕하세요, ‘이음’입니다. 낯을 잘 가리고, 행동으로 나서서 하는 일보다 무언갈 관찰하고 듣는 걸 잘하는 편이고요. 카레를 좋아하고, 한 노래에 꽂히면 온종일 반복해서 한 곡만 들어요. 최근에는 ‘Yiruma – Indigo’와 ‘Lasse Lindh - C'mon Through’를 글 쓰는 내내 들었네요. 계절은 여름보다는 겨울을 더 선호하고요. 취미로는 제 반려견과 산책하는 것을 즐기고 있습니다. 다들 반가워요. ‘당신의 계이름’의 이음입니다.  




#02

당신의 계이름


살면서 당연시 여기던 것들이 어떠한 물음으로 바뀌는 경우가 있어요. 애초에 물음으로 시작해서 물음으로 끝나는 경우도 있고요. 특히 제겐 ‘말’이나 ‘말에 담긴 감정’ 같은 것이 그랬어요. 제가 혹은 타인이 내뱉은  말이 누군가를 난처하게 할 수 있다는 걸 알았을 때, 상대에게 말로 빚을 질 수 있다는 걸 알았을 때 ‘우리가 주고받는 말이란 뭘까?’에 대해 많이 생각했던 것 같아요. 


말이 누군가를 위로하기보다 그 사람을 더 많이 외롭게 할 수도 있다는 걸, 상대가 내뱉는 말이 내가 알고 있는 뜻과 다르게 실은 외로움을 토로하는 표현이었다는 걸 깨닫고 나니까 그런 말들이 제게 어떠한 자국이나, 자극 같은 걸 남기더라고요. 그런 삶의 장면들을 빤히 들여다보다 쓰게 된 글이에요. 그래서 유년시절과 어느 일상에 관한 이야기, 혹은 고된 노동의 이야기가 담겨 있어요. 그 장면들은 제가 온전히 이해하여 쓴 글이라기보다는 겨우 짐작할 수 있는 한에서 열심히 보고 들은 기록이라고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03

말에서 느껴지는 질감을 전달하고 싶다. 


거창하게 글감을 찾는 게 아니라 나 자신과 주변, 제가 보고 겪는 일상을 먼저 관찰하고 글로 옮기려고 하죠. 매일매일 꾸준히요. 그리고 그렇게 관찰한 다양한 일상에서 느껴지는 감정들을 세세히 그려내려고 노력해요. 그래서 더 글에 리듬감이 느껴지는 게 아닐까 싶고요. 글 쓰는 사람이 바라보는 렌즈를 통해 눈앞에 일어나는 현상이 한 번씩 굴절되는 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지만, 제가 다루고 쓰는 소재들이 누군가의 삶과 감정에 관한 것들이다 보니 조심스러울 때가 많아요. ‘작가의 시선’이라는 명분 아래 제가 가지고 있는 어떤 편견이나 아집으로 누군가를 판단하지 않으려 사물이나 어떤 현상을 최대한 객관적으로 보려는 노력을 많이 해요. 그것을 쉽게 글로 쓰지 않으려고 하고요. 


또 글을 성실하게 써야 하지만 습관적으로 쓰는 걸 경계하려고 해요. 글을 쓰다 보면, 너무 쉽게 나오는 반복적인 표현들이 있잖아요. 불쑥불쑥 나오는 손에 익은 단어나 문장 같은. 그런 표현들을 배제하려 최대한 주의하며 쓰는 편이에요. 단어를 헤아리며 그 말에서 느껴지는 질감을 떠올리고, 그것이 독자에게 어떻게 전달될지 상상해요. 난해하거나 현학적인 표현을 쓰겠다는 뜻은 아니고요. 제가 이해한 것과 독자가 받아들이는 것 사이에는 괴리가 있기 마련이라, 그 격차를 최대한 줄이려고 노력하죠. 그래도 그 거리를 너무 좁히지 않고 두는 편이 좋을 때도 있어서 가끔은 느껴지는 대로, 써지는 대로 둘 때도 있고요. 말이 제 손을 벗어나 사방팔방 다른 사람에게, 저마다 다른 의미로 뻗어 나간다고 생각하면 또 기분이 좋거든요. 그게 말의 한계가 아니라 가능성처럼 느껴질 때가 있어요. 




#04

누군가에 대한 기억이 글이 된다. 


제가 기억하고 있는 장면이나 일어난 사건들이, 제가 느끼고 있는 당시의 문제의식들과 맞물려 문득 강하게 인식될 때가 있어요. 그러면서 이전의 기억들을 하나하나 되감아 보고, 복기하고, 말을 덧씌우죠. 그리고 그 사건과 사건, 장면과 장면 사이에 빠지지 않고 인물이 등장하는데, 그 인물을 통해 문제의식이나 제 생각들을 전달하

려고 하죠. 




#05

오랜 시간을 견뎌온 사물에 대한 감동 


제가 전문적으로 사진을 공부한 적이 없어서 공간이 주는 기운이라고 해야 할까요? 그런 직감으로 두서없이 찍는 편이에요. 어디를 가도 가능하면 사진을 꼭 찍어요. 공간에 대한 감상을 추후에 복기하는 데 사진만큼 좋은 매체가 없는 것 같아요. 



그리고 최근에야 알게 된 사실인데, 제가 찍는 사진이 대체로 일관성이 있다는 걸 알았어요. 항구나, 배와 더불어 허물어지거나 부식된 사물을 주로 찍더라고요. 수집하듯이 그런 모습만을 찾아서 찍는 것도 아닌데 말이죠.

생각해보면, 정지한 상태로 지속된 시간을 오래 견뎌온 사물이 주는 어떤 정적이 제게 감동적으로 다가온 것 같아요. 가끔가다 어느 시기를, 하나의 시절을 무사히 지내온 그 단순한 사실이 새삼스럽고 기특할 때가 있잖아요. 아마 그런 마음이 들어 계속 찍는 게 아닐까 싶어요. 




#06

이음이 추천하는 책과 웹툰 


추천하고 싶은 책 중 하나는, 《핸드 투 마우스》입니다. 미국에서 여성 빈민가로 산다는 게 어떠한 의미인가를 사실적이고 분명하게 말해주는 생생한 증언이에요. ‘왜 가난한 사람은 자기계발을 하지 않는가.’, ‘왜 가난한 사람은 궁핍하면서도 출산을 하는가.’처럼 ‘가난’에 대해 일방적으로 수식하고 규명하는 말들은 많은데 반해, 그것을 변호하고 반박하는 말은 잘 없잖아요. 이 책은 그러한 ‘가난’하다는 상태만으로 규정되는 편견을 속 시원하게 반박하죠. 


그리고 책뿐만 아니라 웹툰도 하나 추천해드리고 싶어요. ‘혼자를 기르는 법’이란 작품을 재미있게 봤는데요. 20대 일반적인 여성이 겪는 빠르고 과잉된 도시 ‘서울’에서의 생활을 자조적인 코미디로 풀어낸 웹툰이에요. ‘죽지 않은 만큼 일을 하고’ ‘그렇게 중장비보다 오래 일해도 버틸 여력이 없는 삶’. 끊임없이 만족의 규모를 좁혀가고, 지속 가능한 생존을 위해 여러 생활을 버려야 하는, 동시대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죠. 무엇보다 웹툰에 등장하는 인물을 은유적으로 표현하는데, 인위적으로 조성된 환경을 버티며 생존하는 소동물들에 관한 이야기가 인상 깊어요.  




#07

글 쓰는 생활을 이어가는 것 


예전부터 ‘글을 쓰는 생활을 이어가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을 했었어요. 그리고 요 몇 달 동안은 감사하게도 그런 시간을 보낼 수 있었고요. 정말 행복한 시간이었어요. 


글을 쓰면서 틈틈이 기념하거나 기록할 수 있는 무언갈 찍고 보관하는 버릇도 생겼답니다. 첫 미팅을 한 당시에도, 저는 그 가게에서 작은 성냥 한 갑을 샀었죠. ‘이러한 시절이 다시 올 수 있을까, 그리고 결코 잊지 말아야지.’ 하는 심정으로 그랬어요. 지금도 여전히 제 꿈은 ‘글 쓰는 생활을 이어가는 것’이에요. 제가 앞으로 무엇을 하든, 삶에 균형을 잃지 않고 지속적으로 글 쓰는 생활을 이어가고 싶어요. 




#08

자신의 말을 의심하고 경계하는 이음 


저는 누군가를 쉽게 위로하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사람의 슬픔이 각각의 이유가 있듯, 그것을 위로하고 어루만지는 법도 갖가지 방식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근거 없는 낙관의 말이나 무책임한 위로는 그것대로 상대를 더욱 곤란하게 만들 수가 있어요. 어느 땐 이해하고 있다는 그 태도 자체가 만족스러워 오만하게 참견을 걸고 섣부른 조언을 하기도 하고. 그게 단순히 말일지라도, 슬픔에 빠져 있는 사람에겐 반응하는 일도 무척 큰 감정 소모 중에 하나잖아요. 때문에, 조금 더 듣고 이해하는 그 과정 자체가 무엇보다 중요한 것 같아요. 제가 드릴 수 있는 말은 결국, 자신의 말이 갖는 영향력을 항상 의심하고 경계하자는 거예요. 만일 누군가를 위로한다면, 내 말이 너무 일방적이지는 않은지. 이해한다는 말을, 누군가의 슬픔을 기피하기 위해서 너무 쉽게 쓰지는 않았는지 신중해야 한다는 거죠. 제가 글을 쓰면서 깨달은 것 중 하나가 그것이고, 아주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해요. 




#09

자립과 불안에 대한 글도 기대해주세요! 



요즘은 자립과 불안에 대해서 글을 쓰고 있어요. 제가 지금 무척 강하게 의식하고, 체감하고 있는 주제이거든요. 사실, 《당신의 계이름》을 집필하는 와중에도 틈틈이 개인적으로 작업을 했어요. 정리가 되는대로 조금씩 브런치에 올릴 생각이에요. 


마지막으로, 《당신의 계이름》이 출간되었습니다. 정말 열심히, 최선을 다해 쓴 책이에요. 브런치에 연재하는 동안 기다리겠다고 응원해주신 많은 독자 분들에게 다시 한번 마음에 가닿는 책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글을 쓰면서 가장 많이 했던 말이 감사하다는 말이었는데, 지금도 여전히 저는 감사하다는 말밖에 정말 할 말이 없어요. 그동안 제 글이 응답이나 반응이 되어서 돌아오지 않았다면, 쓰기 힘들었을 거예요. 진심으로 감사해요. 앞으로도 소중히 쓰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모두 행복하고 건강하세요.




이음 작가의 '당신의 계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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