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 관계가 많을수록 더 외로워질때

by 오박사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누군가와 함께 살아간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 홀로는 살아가기 어렵고, 공동체 속에서 정체성을 찾고 삶의 의미를 발견하며 살아간다. 며칠 동안 혼자 지내는 모습을 상상해 보니, 하루도 채 버티지 못하고 밖으로 뛰쳐나갈 것 같았다.


우리는 태어나자마자 부모 곁을 떠나서는 살 수 없다. 본능적으로 부모를 보며 울고 웃는다. 어린 시절에는 착한 아이가 되기 위해 애썼고, 학교에서는 친구들 사이에서 소외되지 않으려 노력했다. 선생님에게 칭찬받기 위해 눈치를 보며 행동했다. 성인이 된 후에는 소위 ‘인싸’라 불리는 사람들을 부러워했고, 회사에 들어가서는 인정받기 위해 회식 자리를 빠지지 않았다. 일을 배우기 위해 자존심을 삼키는 순간도 있었다. 워크숍에 갈 때마다 혹시 혼자 밥을 먹게 될까 봐, 옆에 있는 사람들과 서둘러 친해지려 애썼다.


우리는 이렇게 살아오며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상황에 맞춰 여러 얼굴을 쓰고 살아왔다. 늘 주변엔 사람들이 넘쳐났지만, 이상하게도 마음 한구석이 쓸쓸할 때가 많았다. 왜일까. 그들과 함께 있을 때의 내가, 진짜 내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끊임없이 가면을 쓰고 살아야 했고, 결국 그 가면의 무게에 지쳐버린 것이다.


언제부턴가 ‘힐링’이라는 단어가 유행처럼 번졌다. 혼자 바다를 바라보거나 하늘을 올려다보는 순간, 가슴이 탁 트이는 느낌을 받는다. 나를 위해 작은 선물을 하고, 혼자 노래방에 가서 마음껏 소리를 지를 때 묘한 해방감이 찾아온다. 힐링이란 결국 그동안 잊고 지냈던 나를 다시 찾는 일이다. 나를 돌보고, 나를 챙기는 과정이다.


누군가 곁에 있는데도 쓸쓸하고 허전하다면, 더 이상 가면을 쓸 힘이 남아 있지 않아서일지도 모른다. 잠시 내려놓아도 괜찮다. 아무도 뭐라 하지 않는다. 그러니 나를 위한 시간을 갖고, 가면을 잠시 옆에 내려두자. 스스로에게 쉴 틈을 허락하자. 그렇게 진짜 나를 마주하게 된다면, 그 어떤 가면도 이전처럼 무겁게 느껴지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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