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경찰청 동료강사로 13년째 강의를 해오고 있다. 그동안 변하지 않은 나만의 강의 철칙이 하나 있다. 듣는 사람들에게 단 하나라도 도움이 되는 강의를 하자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위에서 내려온 지침은 ‘직무 위주 강의’였다. 그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현장에 있는 사람들은 잘 알고 있다. 직무 위주 강의라는 이름 아래 반복되는 사례 나열, 지적 중심의 설명, 이미 수없이 들어온 이야기들. 직원들에게 그것은 교육이 아니라 또 하나의 교양 시간에 가깝다.
직원들이 교육을 싫어하는 이유는 배움이 싫어서가 아니다. 의미 없는 반복에 지쳤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직무 교육은 ‘이렇게 하면 안 된다’는 메시지를 중심으로 구성된다. 하지만 그들은 이미 알고 있다. 같은 내용을 되풀이하는 교육은, 결국 직원들을 신뢰하지 못한다는 신호로 읽힌다.
교육의 목적은 무엇일까. 학습자가 지식과 기술, 태도를 익히고 스스로를 발전시켜 개인과 조직에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방향은 교육 효과보다 형식과 지침을 우선하는 것처럼 보인다. 현장의 직원들은 이미 지쳐 있고, 그나마 일부 동료 강사들의 노력 덕분에 교육 시간에 숨을 돌리고 있다. 그런데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무겁다.
나는 내 강의 방식을 버릴 생각이 없다. 도움이 되지 않는 강의를 할 바에는 부르지 않아도 괜찮다. 조직이 정말로 직원들의 성장을 바란다면, 최소한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무엇을 어려워하는지, 어디에서 막히는지, 어떤 지원이 있으면 업무가 더 나아지는지를 먼저 물어야 한다.
이것이 교육의 출발점이다. 더 이상 교양 형식의 교육은 지양되어야 한다. 지식만 전달하는 일이라면, 이제는 AI가 훨씬 더 잘해낼 수 있는 시대다. 지금 직원들에게 필요한 것은 지식을 쌓는 시간이 아니라, 그 지식을 현장에서 녹여낼 수 있는 지혜와 마음을 기르는 교육이다.
조금만 더 그들을 믿어주었으면 한다. 믿음 위에서 시작된 교육만이 사람을 성장시키고, 조직을 앞으로 나아가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