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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1. 교양 아닌 강의를 하고싶다

by 오박사

나는 경찰청 동료강사로 13년째 강의를 해오고 있다. 그리고 강의 철칙이 하나 있다. 듣는 사람들에게 하나라도 도움이 되는 강의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위에서 오더가 내려왔다. 직무 위주로 강의를 하라는 것이다.


직무 위주 강의는 강의가 아니라 교양이다. 직원들은 그동안 수없는 교양에 지쳐 교육을 싫어한다. 대부분 직무 교육은 지적질 위주의 사례 교육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들은 그 내용을 이미 다 안다. 반복된 직무 교육은 자신들의 직원을 믿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교육의 목적이 무엇인가? 학습자가 지식, 기술, 태도를 습득하고 자신을 발전시켜 개인과 조직에 긍정적 변화를 가져오는 것이 목적이다. 그런데 위에선 교육 효과에 대해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느낌이다. 직원들은 교육에 지쳤다. 그나마 노력하는 동료 강사들 덕분에 마음이 치유되고 있는데 또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야 하는 기분이다.


나는 내 스타일을 버리지 않을 생각이다. 그들의 입맛에 맞지 않으면 부르지 않으면 그만이다. 어떤 조직이든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직원들의 발전을 생각한다면 적어도 그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아줬으면 한다. 그들이 어떻게 하면 좀 더 업무를 원활히 할 수 있는지, 무엇을 어려워하는지, 무엇이 도움이 될지를 먼저 생각해 줬으면 한다.


이것이 진정한 교육의 시작이 아닐까? 더 이상 교양 형태의 교육은 지양되어야 한다. 차라리 AI한테 물어보면 더 많이 알 수 있는 세상이다. 지금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지식을 녹여낼 수 있는 지혜와 마음을 키워주는 것이다. 조금만 더 그들을 믿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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