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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9. 괜찮아 네 잘못 아니야

by 오박사

재난이나 사고와 같은 극한 상황에서 가족을 모두 잃고, 홀로 살아남은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자신이 살아남았다는 사실만으로 깊은 자책과 괴로움에 시달린다. “내가 죽었어야 했는데…”라며, 마치 자신이 죄인인 듯 하루하루를 고통 속에서 살아간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아무런 잘못이 없다. 그리고 먼저 떠난 이들 또한, 그들이 그렇게 힘들어하는 모습을 결코 바라지 않을 것이다. 만약 한 번만이라도 그들을 다시 만날 수 있다면, 이렇게 말하고 싶을 것이다. “괜찮아. 네 잘못 아니야. 그러니 제발, 우리 몫까지 잘 살아줘.”


진심으로 미안한 마음이 있다면, 오히려 남은 생을 최선을 다해 살아내는 것이 그들에게 할 수 있는 가장 큰 애도이자 사랑일 것이다.


살아남은 사람에게는 아마 우리가 알지 못하는 세상의 어떤 법칙이 작용하고 있을지 모른다. 살아있다는 건, 아직 이 세상에서 해야 할 일이 남아 있다는 뜻일지도 모른다. 나는 그것이, 같은 고통을 겪는 이들을 도우며 함께 치유해나가는 것이라고 믿는다. 그들이 다시 삶의 자리로 돌아올 수 있도록 손을 내미는 것, 그것이 살아남은 자의 몫일지도 모른다.


마음의 고통은 아무것도 하지 않을수록 더 깊어지고, 생각은 피하려 할수록 더 집요하게 달라붙는다. 하지만 몸을 움직이고, 누군가를 위해 마음을 쓸 때, 그동안 나를 괴롭히던 감정들은 어느새 사라질지도 모른다.
언제 그랬냐는 듯, 조용히 떠나버릴지도 모른다.


그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있다면, 더 잘 살아야 한다. 그래야 그들을 추억할 수 있고, 그 존재를 이 세상에 오래도록 기억으로 남길 수 있다. 비록 그들의 육신은 이 세상에 없지만, 나의 기억 속에서, 내 삶 속에서 함께 살아갈 수 있다.


이별을 겪은 이들의 아픔을 내가 감히 안다고 말할 순 없지만, 그들이 다시 세상 속으로 걸어나올 수 있기를 진심으로 응원한다. 그 삶이 다시 따뜻한 빛을 머금을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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