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난리로 마을 곳곳이 물에 잠겼다. 국지성 폭우로 인해 하천이 범람했고, 한 마을은 물살이 거세게 몰아치며 침수되는 등,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위태로운 상황이 이어졌다. 당장 대피해야 할 상황이었지만, 주민들은 위험을 전혀 인식하지 못한 채 “집 안에 물이 들어왔다”며 대책을 세워달라고 외치기만 했다.
분명한 위기 앞에서도 사람들은 ‘설마’ 하는 마음에 눈앞의 이익이나 불편에만 집중했다. 수십 년 동안 큰 물난리가 없었다는 안일함이 이번에도 괜찮을 것이라는 착각으로 이어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태도는 결국 더 큰 피해를 불러올 수 있다.
안전사고는 예측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갑작스러운 옹벽 붕괴, 싱크홀 발생, 산사태로 인한 주택 붕괴 같은 일들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다. 그러나 ‘예측 불가’는 ‘대비 불가’와는 다르다. 비가 많이 오면 산이 무너질 수 있고, 구조물이 무너질 수 있다는 점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따라서 평소부터 위험 요소를 살피고, 경찰과 공무원의 안내에 귀 기울이는 태도가 필요하다.
문제는 우리 사회 전반에 퍼져 있는 ‘안전 불감증’이다. 지금까지 아무 일이 없었으니 앞으로도 괜찮을 것이라는 착각, 바로 그것이 사고를 키우는 주범이다. 정작 사고를 겪은 이들조차 “설마 내가…”라며 믿기 어려워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사고는 대상을 가리지 않는다.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다.
사고는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일이 아니라, 일정 부분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결과다. 비가 많이 내리거나, 강풍이 불거나, 전선을 과도하게 꽂아두는 등 위험 요인이 존재하는 상황에서는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나도 사고를 당할 수 있다’는 마음가짐이다. 스스로를 항상 경계하고, 상황에 따라 주의를 기울이는 습관을 기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사고는 늘 ‘그럴 줄 몰랐다’는 순간에 찾아온다. 그리고 사고 이후의 후회는 늘 너무 늦기 마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