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많이 오는 요즘, 비가 온다고 하니 생각나는 것. 우기에 접어든 동남아에 갔다가 인도 한복판에 나란히 벗어놓은 신발을 본 적이 있습니다. 그때 사진을 보고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 이 사람은 빗속을 뚫고 누구에게 달려갔을까. 얼마나 보고 싶으면 빗속을 뚫고 신발도 잊은 채 달려간 것일까.
그 뒤로 한국으로 돌아와 약속을 잡아놓고 비가 내리면 "비가 오니 다음에 보자", 라는 사람보다 날씨는 개의치 않고 "비가 오면 더 좋지." 라는 사람이 좋아졌습니다.
"비가 오면 어때. 비가 오면 더 좋지."
그때의 장면을 떠올리며 비가 내리면 날씨에 개의치 않고 빗속을 뚫고 달려가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비가 오니 다음에 봐, 라는 사람보다 비가 오면 더 좋지라는 사람.
그런 사람과의 만남은 어떤 날씨여도 즐거울 것만 같기에.
서로를 보고 싶은 마음만 있다면 날씨를 뚫고 만납니다.
날씨에 끊기는 사람이 아니라 날씨를 뚫고 만나는 사람이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