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용현 Jan 13. 2019

아픈 사람과 함께 가야 할 곳



낮에는 차가운 철탑에 불과했던 것이 밤이 되자 화려한 야경을 비추고 있었다. 

사람들은 모두 에펠탑 아래로 몰려 들었고 감탄을 쏟아내며 행복을 만끽했다.  

바람은 싸늘하게 불고 있었지만 마음은 포근하고 따뜻했다. 


어둠속에서 환하게 빛나는 불빛, 그 아래서 사랑에 빠진 사람들의 눈빛은 

추위를 잊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자정이 넘어 숙소로 돌아오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먼훗날 아픈 사람이 곁에 있다면 그 사람과 함께 이곳에 오고 싶다는 생각. 

아픈 사람의 손을 잡고 이곳에 오게 된다면 그의 슬픔은 깨끗이 사라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


그리고 나는 에펠탑 아래 누워 그에게 이렇게 말할 것이다.       

‘지구 어느 한 곳, 어둠 속에서도 이렇게 아름답게 빛나는 것이 있는데, 당신은 언제까지 아플 거냐고얼른 나아서 이보다 더 아름다운 것들을 함께 찾아 떠나야하지 않겠느냐고그러니 당신은 아플 수 없다얼른 당신의 아픔을 치유하자고.

황홀함을 안겨주는 아름다움이 세상에 남아 있는 이상 당신은 쉽게 아파서는 안 된다고.

당신은 반드시 건강해야 한다고.

이런 세상을 경험하지 못하고 아프기만 한 채로 세상을 살다가는 건 너무나도 억울하지 않겠느냐고.‘ 


그날 밤 나는 쉽게 잠들 수 없었다. 

눈을 감아도 야경 속에 있던 아름다움들이 자꾸 눈에 밟혀서.

다시 또 그곳에 가고 싶어서. 


-

진실로 아름다운 기억은 지우려고 해도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아름다운 기억은 시간이 지난 후에도 닳아 없어지지 않는다.

기억은 내 존재의 모든 것이 되기도 한다

내 삶의 전부가 되기도 한다

그리고 우리가 감격하고 감동했던 기억은 

개인의 삶으로 이어져 그 사람의 영혼이 되기도 한다


이전 03화 당신이 떠나게 된다면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