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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평화 Jun 14. 2018

아픔을 마주하면 달라지는 것

아픔을 직시하고 견뎌야 극복할 수 있다 ...몸도 마음도


"아픔을 피하지 마세요" 요가 수련을 하면서 가장 많이 듣는말 중 하나인 것 같다. 천천히 몸을 늘려 자세를 잡은 뒤 그대로 장시간 유지하는 특성상 아픔을 직시해야 하는 시간이 여타 운동보다 길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근력운동을 할때는 힘들 때 "한 번 만 더"라고 외치며 '순간이 지나가면 평화(?)가 온다'고 잠시 위로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요가는 견뎌내야 하는 시간이 길어서인지 자세를 잡은 뒤 시작되는 통증을 도무지 참기가 어려웠다. 첫 요가 수련때 속으로 '이번 달만하고 하지 말아야지'를 몇 번이나 외쳤는지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일, 조금씩이라도 (요가를 하며) 아픔을 마주하고 있는 것은 "아픔을 피하면 극복할 수 없다"는 요가 선생님의 말때문이었다. "불편함을 피할수록 더 힘들어져요. 아픔을 직시하고 그걸 견디어 받아들여야 아픔을 해소할 수 있어요"


원론적이라면 원론적이고 당연하다면 당연한 그 말이 마음을 움직였던 것은 마음의 아픔을 직시하고, 그 나약한 모습을 바라보는 불편함을 견디고 나서야 비로소 마음의 아픔을 풀어가는 실마리를 찾았던 경험때문인지 모른다.



오랜시간 스스로를 괴롭혔던 완벽함에 대한 강박의 책임을 나는 오랜 시간 외부로 돌렸었다. 업무를 완벽하게 하고 싶은 의지가 있지만 조직과 구성원이 이를 충족시켜주지 못했고 늘 부족하고 불행하다고 느꼈다.


하지만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한 시점에 다다른 뒤 찬찬히 스스로를 돌아보며 그 강박의 근원이 누구에게나 사랑받으려는 욕구와 홀로됨에 대한 두려움임을 알았다. 그 아픔의 뿌리를 찾고 오래도록 직시한 뒤에야 조금씩 아픔을 극복하고 있다.


겨우 입문자에 불과하지만 몸의 불편함과 아픔을 직시한다는 것도 다르지 않을 것 같다. 근육이 찢어지는 것 같은 아픔을 견디지 않으면 근육이 생기지 않듯, 요가 자세를 잡은 뒤 느끼는 아픔을 피하기 위해 애써 잡은 자세를 풀거나 도중에 멈춰버린다면 다시 그 아픔을 극복할 기회는 주어지지 않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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