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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벽똘 Sep 24. 2020

퇴사일기

첫 인턴 마무리


퇴사를 했다. 사실 한 편으로는 그게 뭐 대수지 싶기도 하다. 인턴으로 1년 있었을 뿐인데.(항상 뭐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게 문제 아닌 문제.. 하지만 이렇게 글을 쓴다는 건 꼭 그렇지만도 않다..ㅎ)


데 막상 또 돌아보면 '그냥 1년 있었을 뿐인데'는 아니더라. 첫 사회생활이었고 처음의 긴장과 주눅듦을 떠올려 보면, 거기서부터 여기까지 어쨌든 시간이 지났고 경험을 쌓았고 나름 성장도 했겠거니 싶어서. 관련된 내용은 2개의 글로 조금 풀어놓았다.



https://brunch.co.kr/@bruncha6kb/11

https://brunch.co.kr/@bruncha6kb/19



점심식사 시간에 퇴사 선물을 나눠주고 담소를 나눴다. 평소엔 말할 기회가 별로 없었는데 마지막 날이라 그런지 다들 질문을 하나씩 던졌다. 내일부터 뭐 할 건지, 취준 기간을 어느 정도로 잡고 있는지, 퇴사하고 나면 가장 기억에 남는 게 뭐일 것 같은지, 한 번 얼굴 보러 와라 등등.


그중에서도 퇴사하면 뭐가 제일 기억에 남을 것 같냐는 질문이 기억에 남는다.

내 대답은 '새벽 출근'과 '사람들'이었다.


전형일에는 6시 40분 정도까지 출근한다. 작년 10월, 첫 전형일을 치르고서 수험생 입장이었을 때는 몰랐던 수고들이 뒤에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세세한 업무 배분과 동원되는 많은 사람들, 전형 당일뿐만 아니라 원서접수 이전과 이후의 과정들 까지, 참 많은 일들이 벌어지는구나 싶었다.


6시 40분이라고 적어놓고 보니 그렇게 빠른 시간은 아닌 것 같지만ㅎㅎ 겨울엔 깜깜할 시간이어서 완전 새벽이라고 느껴졌나 보다. 아무튼 새벽 갬성을 느끼며 출근하는 게 나름 나쁘지 않았고 사무실에 앉아만 있는 것보다 활동적으로 일하는 게 좋았던 기억이다.



새벽갬성 출근길 (이런 길 안 지남)



그리고 친절하고 업무과정을 정석대로 알려주시던 과장님, 잡학 다식하고 으레 하는 말과 행동이 없어서 개인적으로 너무 좋았던 과장님, 팀의 수평문화와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만들어 주시던 과장님(과장님이 많다 ㅋㅋ) 처음엔 무서웠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뉴비가 일을 배워볼 수 있게 이끌어주셨던 팀장님, 그 뒤에 인사발령으로 바뀐 부장님과 또 다른 팀장님.


이들 덕분에 사회생활 첫 1년을 안전한 환경 (초보자 사냥터 같은ㅎ)에서 경험해보며 배울 수 있었다.




퇴사하고 집으로 가는 길에는 조금 천천히 걸어갔다. 늘 보던 회사를 다시 한번 뒤돌아 보고, 늘 걷던 길을 괜히 더 느리게 걸었다. 집에 도착해서 현관문을 쾅 닫고 나면 실감이 날 것 같았다. 직원분들과 나누던 인사와 짐을 챙기던 부산한 손길을 좀 더 잡아놓고 싶었다.


많이 붙잡고 쓸어본 후에 다음 손을 잡고 싶어서 느릿느릿 걸었던 시간이었다.


집에 도착하고 나서는 갑자기 집 정리를 시작했다.

퇴사 짐은 많지 않았는데, 괜히 싹 정리를 하고 싶었다.


잡다한 것들을 다 몰아넣은 작은 붙박이 장과 침대 근처에 있는 작은 책장이 늘 어지럽혀 있는 곳인데, 책장과 책상을 다 정리했다. 바닥까지 쓸고 닦은 후에 저녁을 먹었다. 남자친구가 퇴사 기념 겸 싱숭생숭한 마음을 위로하겠다며 찾아왔고 같이 먹고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뭔가를 잘 맺었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별로 없는 것 같은데 이번엔 회사에서도, 개인적으로도 잘 맺은 것 같다.


이제 다음 손을 잡으러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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