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뭐라고

by 꼬르따도

토요일 오전에 아들래미를 자전거에 태우고 선유도 공원에 갔습니다. 공원 가는 자전거 도로에서 어떤 할아버지가 불쑥 소리치더라구요.


"뒷 바퀴에 바람이 빠졌어 이 사람아. 그러면 위험해요!"


이런 종류의 오지랖은 환영입니다. 아이를 태우고 한강변에 나가면 이런 식의 참견을 자주 듣습니다. 가장 많은 참견은 아이 양말을 신기지 않았을 때, 할머니들이 "양말 신어야지. 애 감기 들라" 였던 것 같네요.


집에 돌아와 바로 뒷바퀴에 바람을 넣었습니다.


*


저는 금요일에 반성할 일이 하나 있습니다. 함께 일하는 분께 오지랖을 부렸는데 상대방도 저도 반기지 않을 참견이었습니다. 필요한 조언이긴 한데 표현에 문제가 있었습니다. 아니, 세상에 필요한 조언이란게 애당초 있기야 할까요.


말을 마치고 난 후,

스스로 '내가 뭐라고 이런 소릴 한담' 하는 생각이 바로 고개를 들었습니다. 아마도 상대방의 조금은 주눅이 든 표정을 본 이후 아차, 싶었을 지도 모릅니다.


회의 시간에 늦고, 보고 자료는 제대로 첨부를 못하고, 업무 시간에 주식창만 바라보는 모습을 종종 보이는데, 비슷한 실수를 자주하고 남탓을 하길래 일침을 날렸습니다. 평소 일침맨이라는 농담하에, 메신저 상에서 친한 동기들에게 일침을 날린다는게 그 대상이 부지불식간에 메신저 밖까지 확대되었나 봅니다. 메신저 안에서의 일침맨은 넉살도 좋고 재미라도 있지.


평소 머릿속에 늘 생각하는 바가 있을때 어떤 트리거가 발생하면 생각하는 내용이 뇌를 거치지 않고 먼저 입 밖으로 튀어나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지난 금요일이 그랬습니다.


타이어에 바람이 빠졌다고 알려주는 할아버지처럼, 핵심만 전달하면 고마운 참견입니다. 하지만 저는 그러지 못했습니다.


- 힘드시더라도 성실함을 보여주세요. 후배들에게 본이 되어 주세요. 후배들이 책임님 회의에 늦고 주간회의 자료 누락하면 불성실한 줄 알 거예요. 실제로 그렇게 말도 했고.


마지막 두 문장은 빼야 했습니다. 제가 회사생활할 때 제일 듣기 싫은 말이었거든요. '너 사람들로 부터 어떤 말이 나오는지 알아?' 가스라이팅의 전형이죠. 내 말에 증빙을 붙이기 위해 타당성을 부여하기 위해 레퍼런스를 첨부한다는게. 내가 제일 듣기 싫어하던 말을 상대방에게 던졌습니다.


내내 마음이 쓰여

퇴근 전에, 제 말이 심했다고 미안하다고 했습니다. 멋쩍은 듯, 말을 덧붙였죠. "내가 뭐라고."


필요한 말이었을지 모르지만, 제가 압니다. 제 말에 감정이 실렸다는 걸. 방법이 틀렸다는 걸. 반복하는 실수에 변명하는 모습을 보고 별안간 화가 났어요. 그래서 말에 감정을 실었습니다. 상대방이 아차차 뜨끔하길 바랬어요.


가끔은 싫은 말을 해야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회사에서는 직책에 따라 팀원들에게, 집에서는 자녀들에게, 때론 아내를 포함한 가족에게도.


피가 섞이지 않는 회사 사람들에게 싫은 말을 전해야 하는 건 고역이죠. 용기가 필요한 일입니다. (아내에게 말할 때도 용기가 필요해요ㅎㅎ) 그럴 땐 핵심만 전달하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불필요한 사족을 걷어내는게 좋습니다.

불편한 말을 전해야 할 때 자꾸 미안한 마음에 멋쩍은 마음에 이것저것 사족을 붙입니다. '내가 뭐라고 이런 말을 할까요? 후배들이 불성실하다고 그래요.' 불필요한 말들은 본질을 흐리고 실언을 부릅니다.


해야할 말이 분명하고 상대가 바로 납득한다면 핵심만 전달해도 다 알아듣습니다. 가장 좋은 상황은 불편한 말을 해야할 일이 없는게 좋겠지만, 해야 한다면 남에게 전가하지 않고 내가 핵심만 간결하게 말하는게 제일 좋습니다. 마음이 여려서 불편한 말을 전달하지 못하고 내게 전가한 윗사람들도 간혹 있었어요. '책임님이 친하니까 전달 좀 해줘요.' 이런식으로.


지난 금요일 이후로 저도 비슷한 깨달음이 있었을수도 있습니다. 싫은 말 보다 침묵이 낫다고. 저도 말을 삼키려고 합니다. 사실 저는 싫은 말을 전달할 만한 마땅한 직책이 현재 없습니다. 같은 팀원일 뿐이죠. 좀 건네줘요 하는 제안은 있었어요.


하지만 오지랖이 맞습니다. 내가 뭐라고.


내가 뭐라고.

빈말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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