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사랑의 끝에서 : 연작 (1)
그립다 그가…
그와의 한 번의 작은 만남이
조용히 떨어진 빗방울처럼
내 마음의 연못에 닿는다.
그 순간은 너무도 짧아
손끝에 스치고 사라지는 가을바람 같았으나,
그 빗방울은 연못 위에 둥글게 번져
내 안의 가장 깊은 곳까지 스며들었다.
그의 미소,
잠시 마주친 시선,
내 이름을 부르던 낮은 음성,
그리고 그날의 공기와 빛,
그 모든 것들이 한 점의 사건이 되어
내 마음에 박혔다.
그 작은 떨림은
이내 내 안에서 하나의 풍경이 된다.
아침의 햇살처럼 환하고,
저녁의 바람처럼 서늘하며,
길모퉁이의 오래된 나무 그늘처럼
아무도 모르게 나를 감싼다.
그 풍경은 가만히 자라나
나의 걸음, 나의 호흡, 나의 하루를 흔든다.
식탁에 놓인 찻잔 속에서도,
창문을 스치는 가을비의 속삭임 속에도,
길모퉁이에서 만나는 낯선 얼굴 속에서도
그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이제 그것은 단순한 기억이 아니라
나를 물들이는 현상이 되었다.
그리고 그 현상은 파도처럼
겹겹이 번지고 이어져
마침내 끝없는 물결이 된다.
그 물결은 나를 밀어내고
다시 끌어안으며
밤마다 내 꿈의 해안선을 부순다.
나는 그 파도에 휩쓸리며
그를 향해 끝없이 손을 뻗는다.
그와의 첫 만남은
아주 작은 빗방울에 불과했으나,
그 빗방울이 만든 파문은
이제 내가 살아가는 이유가 되었다.
그가 내게 다가오는 날,
그 바다를 건너
마침내 그와 하나가 되리라.
나는 오늘도 간절히 믿으며
그 파도에 몸을 맡긴다.
아, 사랑이란
이토록 작은 한 점에서 시작해
나를 삼키는 바다가 되는 것,
그리움이 그 바다의 바람이 되어
끝없이 불어오는 것.
그리고 나는 그 물결에
다시, 또다시 흔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