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노래 I
찬바람이 문득 등을 밀고 지나가고,
마음 한 구석에 그 사람의 이름을 두고 간다.
눈이 내리면 너가 온다고 믿으며,
하얀 숨결로 창문을 흐리게 만들어 너의 이름을 그려둔다.
흐린 창문은 너를 기다리는 나의 흔적들로 채워진다.
나무들의 빈 가지에 바람이 걸려 작은 떨림으로 노래한다.
짙어진 밤의 어둠 속에서도 너의 얼굴은 희미한 등불이 되어 내 마음의 길을 밝혀준다.
너는 그 길 따라오고 있는가.
하늘은 잿빛으로 깊어지고,
발길이 머무는 땅은 딱딱하게 얼어간다.
하지만 내 마음은 녹아내려
너 생각에 봄날의 흙처럼 부드러워진다.
오는 걸음이 느려도 좋으니 천천히라도 이 길 위로.
하늘을 잇는 연의 긴 실처럼 기다림은 지루하지만 끊어질 수 없고,
흐린 하늘 아래 작은 흰 점들이 춤추며 내려온다.
첫눈의 설렘은 내 마음을 덮고,
이 눈이 녹기 전 너를 만나야 한다는 조바심이 손끝에 머물러 떨린다.
너는 지금 어디쯤일까?
눈은 길 위에 순백의 자수를 놓고
내 발자국은 그 위에 긴 기다림의 문장을 새긴다.
첫눈은 모든 약속을 덮는 자수라 했지만,
그 바늘 끝에서 피어난 기다림의 무늬는 점점 흐려지고 있다.
너는 오지 않았다.
기다림의 설렘은 눈처럼 녹아내리고 내 마음은 물방울이 되어 사라진다.
하지만, 흰 눈은 다시 내리고,
너를 기다리는 내 마음은 얼음처럼 다시 단단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