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그리고 틈
기억 V : 사랑 그리고 틈
내 마음은 네게로 흘러가는 강물이다.
멈출 수 없고 돌아갈 수도 없는 길 위에서
나는 너를 부른다.
그런데 왜,
너의 목소리는 미안함으로 젖어야만 하는가.
사랑이라 불리는 이 고백은
왜 끝내 미안함의 옷을 입을까.
네 마음은 너의 것인데 왜 나에게로 향할 때마다
그 끝에 허락을 구해야 하는가.
나는 묻는다.
사랑은 왜 서로의 허락을 구해야만 존재할 수 있는가.
내 마음은 어디로 가야 이 실망을 누그러뜨릴 수 있을까.
사랑은 서로를 마주 보는 것이라 했지만
우리는 서로를 조심스레 엿볼 뿐,
균열 속으로 번지는 불안과
허락받지 못한 마음의 그림자를 두려워한다.
너를 사랑한다는 말은 나의 진실인데,
그것이 너에게 짐이 되었을까.
내 진심이 너를 흔들었다면 그것은 나의 잘못일까.
아니면 우리 마음속 균열이 이미 틈을 내어준 것일까.
나의 사랑은
그저 네 곁에 선 바람처럼 아무것도 아닌 채로 스쳐 가야 할까.
내 사랑이 너를 아프게 할까 봐,
너의 평온한 세계를 흔들까 봐,
나는 주저하며 멈춰 선다.
다시 나는 사랑을 속삭이며 미안함을 품고 네 곁에 선다.
너의 눈을 마주할 때마다
작은 균열이 우리의 마음에 스며드는 것을 본다.
사랑은 아름답다 했지만,
그 아름다움 속에 깃든 작은 한숨과 고개 숙인 미안함은
끝내 우리의 마음을 갉아먹는다.
그 미안함이 균열이 될지,
아니면 우리를 더 단단히 묶는 실이 될지 알 수 없는 채로,
나는 그저 사랑이라고 부르며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