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속의 기다림
눈이 내리던 밤이 지나갔다.
굽어진 선로 위에 새겨진 하얀 세상 속으로,
창가에 기대어 눈부신 아침 속으로 스며드는 너의 뒷모습은
내 마음에 철길처럼 길게 남는다.
열차 창밖으로 흘러가는 풍경 그곳엔 너가 있다.
흐릿한 창유리에 비친 얼굴,
너는 어디로 가는 걸까.
이 긴 선로 끝에는 무엇이 너를 기다릴까.
너는 창가에 기대어 눈 속에 감춰진 새로운 풍경을 보고 있을까.
내가 없는 너의 여행길 그곳엔 어떤 하늘이 펼쳐질까.
눈송이처럼 흩어지는 기억들 속에서 나는 조용히 과거를 더듬지만,
너와 함께하지 못하는 여행 그 길 위에 나의 그림자는 없다.
너를 향한 그리움만이 너를 따라 끝없이 이어진다.
이 눈 내리는 세상 속에 너의 자리만큼은 남아 있기를.
돌아오는 기차가 너를 싣고 그 미소가 다시 나를 향하기를.
바람은 멈추고 눈송이는 녹아 사라지겠지만,
너의 여행이 내게로 돌아오는 길이기를.
이 짧고도 긴 바램을 품고 나는 기다린다.
나는 그저 묵묵히 기다리며 이 선로 위에 혼자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