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겨울 이야기 I

눈 속의 기다림

by 헬리오스


겨울 이야기 I : 눈 속의 기다림


눈이 내리던 밤이 지나갔다.

굽어진 선로 위에 새겨진 하얀 세상 속으로,

창가에 기대어 눈부신 아침 속으로 스며드는 너의 뒷모습은

내 마음에 철길처럼 길게 남는다.


열차 창밖으로 흘러가는 풍경 그곳엔 너가 있다.

흐릿한 창유리에 비친 얼굴,

너는 어디로 가는 걸까.

이 긴 선로 끝에는 무엇이 너를 기다릴까.

너는 창가에 기대어 눈 속에 감춰진 새로운 풍경을 보고 있을까.

내가 없는 너의 여행길 그곳엔 어떤 하늘이 펼쳐질까.


눈송이처럼 흩어지는 기억들 속에서 나는 조용히 과거를 더듬지만,

너와 함께하지 못하는 여행 그 길 위에 나의 그림자는 없다.

너를 향한 그리움만이 너를 따라 끝없이 이어진다.


이 눈 내리는 세상 속에 너의 자리만큼은 남아 있기를.

돌아오는 기차가 너를 싣고 그 미소가 다시 나를 향하기를.

바람은 멈추고 눈송이는 녹아 사라지겠지만,

너의 여행이 내게로 돌아오는 길이기를.


이 짧고도 긴 바램을 품고 나는 기다린다.

나는 그저 묵묵히 기다리며 이 선로 위에 혼자 서 있다.

keyword
이전 16화기억 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