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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IV

두 별의 사랑 : 현재의 모습

by 헬리오스

기억 IV ;

두 별의 사랑 : 현재의 모습


우리의 사랑은 길게 늘어진 타원의 궤도 안에서

영원히 서로를 도는 두 별의 모습을 닮았다.


우리는 서로의 궤도를 맴돌며,

헤어질 수 없는 인연에 묶이고,

다가설 수 없는 운명에 갇힌다.

빛으로 손을 뻗어도 닿지 않는,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닿지 않는 빛의 춤을 추는,

그리움의 밤하늘에 홀로 빛나는 별들일뿐이다.


가까이 도는 순간 마찰열은 타오르는 불꽃이 되어

서로의 열기에 녹아들 듯 보이지만

너무 가까워지면 궤도가 부서질 두려움에

우리는 다시 멀어지기를 택한다.


우리는 두 개의 타원으로 얽힌 별이 되어

서로를 공전하며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곳에 서 있다.

우리는 서로의 궤도를 도는 동안,

뜨거움과 차가움 사이에 서서

날카로운 감정 속의 순수를 마주한다.

가장 가까운 순간조차,

우리는 서로의 본질을 삼키지 못하고

차갑게 뜨겁게 흘러간다.


우리의 사랑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결코 닿을 수 없는 거리에서 피어난다.

다가가면 너는 너를 잃을까 두렵고,

멀어지면 나는 나를 잃을까 아프다.

우리의 사랑은 불꽃처럼 서로를 바라보며 녹아내리지만,

얼음처럼 응결된 그리움을 품고 다시 멀어진다.


우리의 사랑은 가까워질수록 차가워지는 고독과

멀어질수록 타오르는 갈망 속에서 피어난다.

이 슬픈 춤은 끝이 없다.

멀어질수록 아프고, 다가설수록 두려운,

우리는 사랑이라는 이름의 끝없는 춤을 춘다.

서로를 품으려다 스스로를 잃고,

떨어지려다 다시 끌려가고 마는 우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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