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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국 - 빛의 기억

사랑은 이렇게 피고 진다 : 연작 (3)

by 헬리오스


수국 - 빛의 기억

사랑은 이렇게 피고 진다 : 연작 (3)



파란 수국 한 송이처럼,

침묵은 차갑고 또렷하게 피어 있었다.


푸름은 미움이 아니었다.

그것은 지나간 말들이 남긴 오해였고,

오래 머문 침묵이

마음의 가장자리를 식히고 있었을 뿐이었다.


산도에 따라 꽃잎 색이 달라지는 것처럼,

나의 말 한 방울로

너의 마음이 그렇게 푸르게 변할 수 있다는 걸,

나는 몰랐다.


비가 그치고

햇살 아래 다시,

분홍빛 수국이 번져 오른다.

후회라는 말은 너무 늦어서

나는 다만 그 꽃 앞에 서 있다.


보랏빛 수국이 고개를 숙이고,

말보다 선명한 침묵의 감정이 우리 곁에 피어올랐다.

이해는 언어가 아니라 기다림의 리듬이고,

보라빛은 그 기다림이

끝까지 물들어 남은 시간이다.


흰 수국 한 송이가

내 쪽으로 바람에 흔들릴 때,

그 조용한 색이

너의 진심이었음을 나는 알게 된다.


말 대신,

다시 물이 되어

너의 뿌리를 적시게 해 줘.

너의 마음이 어떤 색이든

그 안에 스며드는 햇살이 되게 해 줘.


우리는,

소란스러운 꽃다발이 아니라

조용히 빛을 바꾸는

수국 한 송이로

충분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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