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726/금/덥고 흐리다가 맑다가
어제는 절기상 중복. 이름값을 톡톡히 했다. 오늘도 만만찮다.
밥을 빨리 먹는 편이다. 성급함이 군생활을 통해 생겼는지는 정확하지 않지만 강화시킨 건 분명하다.
고3 시절 역대급으로 많이 먹었고, 그 후론 식사량이 많은 편은 아니었다. 음식 남기는 걸 병적으로 싫어하는 난, 아내를 만난 후부터 좀 더 먹게 된 거 같긴 하다.
짜장, 짬뽕을 곱빼기로 먹고, 라면 두 봉을 먹게 된 건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정신적 허기가 중력에 끌려 위까지 내려온 시절이었다.
됐고, 입맛이 없었다. 어제저녁은. 오랜만의 운동 후 좀처럼 열이 식지 않았다. 갈증과 더불어 귀차니즘이 차올라 변종 분노가 스멀거릴 즈음, 냉장실에 먹다 남은 수박 4분의 1통이 보였다. 어제저녁은 수박과 요거트 하나. 입맛이 없었다기보다는 의욕이 없었던 걸로.
어제 얘기를 주절거린 건 아침에 문득 생각난 친구 때문. 김 선. 까무잡잡한 피부에 키가 크고 호리호리한 체격. 운동은 잘했고, 공부는 안 했던^^ 친구.
'아 입맛 없어' 점심시간에 도시락을 깨작거리는 친구에게 '입맛 없으면 밥맛으로 먹어~'했었다. 밥을 한 술 떠먹은 그 친구가 '아~ 밥맛도 없어'라고 하자 '그럼 물 말아서 물맛으로 먹어~'. 삶의 철학이 자리 잡기엔 조금 어린 나이에 농담처럼 뱉은 말은 곱씹을수록 맛있다. 그 친구 생각이 났다.
요 며칠 살맛이 없었다. 애써 마주치지 않으려 피해오던 현실과 몇 번을 맞닥뜨렸고, 내가 저질러 논, 하지만 예기치 않은 범칙금 청구까지. 쓴맛도 맛이다. 두려운 건 싫어하는 맛, 먹시 싫은 맛이 아닌, 말 그대로 아무 맛도 나지 않는 거 같은 순간.
살맛이 없으면 어떡할까? 밥을 비빌까? 물을 말을까?
쓸 맛, 그릴 맛이 한 끼, 두 끼 버텨줄 수 있을까?
누군 매일 살맛 나서 사니? 그냥 사는 거야. 자 한 잔 마시고 푹 자. 자고 나면 살맛이 좀 돌지도 몰라…라고 말해줄 거 같다. 그 녀석 잘 살고 있나 모르겠네.